▶ “눈매 또렷” “눈 커 보인다” 인기지만 눈물막 지방샘 막거나 유해 접착제가
▶ 눈꺼풀 염증·안구건조증 일으킬 수도
최근 반영구적인 눈썹 문신(아이라인 문신)이나 풍성한 속눈썹으로 눈매가 또렷하고 눈이 커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는 속눈썹연장술, 펌 등 다양한 속눈썹 시술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눈꺼풀 염증이나 안구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눈꺼풀염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눈화장품 부스러기, 안구건조증 등으로 가려운 눈을 오염된 손으로 비벼 생길 수 있다. 속눈썹연장술·펌에 사용되는 약제, 속눈썹에 붙어 있는 인조눈썹도 눈꺼풀 피부와 속눈썹 부위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속눈썹 접착제를 조사했더니 20여개 제품 중 11개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쌍꺼풀 수술 때 눈꺼풀이 과도하게 뒤집어지면 눈이 시리고 눈물이 많이 나 자꾸 손이 가기 쉬운데 이 때문에 눈꺼풀염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경우 재수술을 하는 게 좋다.
눈꺼풀염은 현대인이 흔히 겪는 안구건조증의 발생과 악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눈꺼풀염은 다래끼와 함께 안구건조증의 대표적 원인이다. 눈꺼풀염이 생기면 눈꺼풀 형태가 변형되거나 속눈썹이 빠지고 가려움, 충혈, 눈곱, 눈물 흘림, 이물감, 눈부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장재우 김안과병원 부원장은 “눈썹 문신은 원래 속눈썹 사이사이 끝부분에 하는데 문신 위치가 잘못되거나 깊게 할 경우 지방이 분비돼 나오는 지방샘(마이봄샘 또는 마이봄선) 통로가 막혀 안구건조증이 생길 수 있다”며 “외국에서는 안구건조증으로 각막 혼탁에서 각막 이식까지 간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마스카라 등 눈화장이나 콘택트렌즈(특히 서클렌즈 등 미용렌즈) 착용도 시술만큼은 아니지만 마이봄샘을 파괴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눈꺼풀 염증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약 55만명에 달했다. 이 중 61.4%가 여성이다.
눈물의 98%는 물이지만 눈물의 증발을 막는 기름 성분을 포함해 200종이 넘는 단백질, 식염, 탄산나트륨, 인산염 등이 포함돼 있다. 락토페린·라이소자임 같은 면역 단백질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세균 침입을 막아주는 항균 작용을 한다.
눈물막은 지방층·수분층·점액층으로 구성돼 있다. 바깥쪽 지방층은 눈물의 증발을 억제하고 피부의 피지로부터 장벽을 형성해 눈물층의 오염을 방지한다. 또 눈물의 표면장력을 떨어뜨려 물이 눈물층으로 잘 흡수되도록 도와 눈물층을 두껍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지방층은 위아래 눈꺼풀 가장자리와 속눈썹이 나는 부위에 있는 20개 안팎의 마이봄샘에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마이봄샘 통로 등이 손상되면 눈에 꼭 필요한 기름 성분이 부족해져 눈물의 증발이 빨라지면서 안구건조증이 유발되거나 악화할 수 있다. 또 미생물이나 이물질이 눈에 남아 있거나 각막 표면에 달라붙어 각막염이나 각막궤양·알레르기 같은 질환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
마이봄샘이나 기름이 나오는 통로가 손상되면 아직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없다. 지속적으로 눈꺼풀을 ‘청소’하고 온찜질을 하고 염증이 심하면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 눈꺼풀염이 안구건조증까지 발전했다면 인공눈물을 수시로 점안해주는 것이 좋다. 장 부원장은 “점안제에는 지방성분이 없기 때문에 안구건조증이 심할 경우 지방성분이 들어 있는 안연고를 쓰고 단백질 성분인 뮤신이 들어 있는 안약도 함께 써야 한다”고 말했다.
눈꺼풀염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은 눈 색조화장, 렌즈 착용, 시술 등을 하지 않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다. 시술이 꼭 필요하다면 인체에 무해한 약제를 사용하는지 확인하고 눈에 색조화장을 하는 날에는 화장품을 깨끗이 씻어내는 게 중요하다.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권영아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전문의는 “봄은 미세먼지·황사·꽃가루 등으로 인해 눈에 염증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며 “속눈썹 시술이나 반영구적인 시술처럼 눈과 관련된 시술은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발생 가능한 부작용 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조해진 눈에는 마사지·온찜질이 좋다. 눈 전체의 혈류를 좋게 하고 피로감을 풀어준다. 눈물층 안정화와 안구건조증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따뜻한 물로 눈 찜질을 하고 5분이 지나면 눈물막 기름층이 80% 증가한다. 5분여 정도 찜질을 한 뒤 눈 주변에 살며시 압력을 가해 문지르면서 눈 마사지를 하는 것도 기름샘을 압박해 기름 분비를 좋게 해준다. 찬물로 세수하거나 차가운 숟가락 등을 눈에 대면 눈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순환과 기름샘 분비를 방해한다.
김안과병원 의료진이 눈꺼풀염 환자의 마이봄샘 상태 등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안과
<
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