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야생화 만발한 언덕에서 태평양 바라보며 휘파람~

2018-04-13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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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cholas Flat (1485’)

야생화 만발한 언덕에서 태평양 바라보며 휘파람~

Nicholas Flat.

야생화 만발한 언덕에서 태평양 바라보며 휘파람~

Nicholas Flat.


야생화 만발한 언덕에서 태평양 바라보며 휘파람~

등산로 입구 부근의 공원표지판.


“목련꽃 그늘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는 4월의 노래가 떠오르는 작금이다.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며, “빛나는 꿈의 계절이며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이라고 4월을 찬미한 시인은 박목월님이고,

“4월은,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휘저어,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는, 가장 잔인한 달-산에 오면 자유로운 느낌이 되네” 라고 어렵게 쓴 시인은 T.S Eliot이다.


우리의 농가월령가는 어떤가? - “3월(양력으로는4월)은 늦봄이라 청명곡우 절기로다 봄날이 따뜻하여 만물이 화창하니 온갖 꽃 활짝피고 새소리 각색이라 반갑다 쌍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꽃사이 범나비는 분분히 날아드네 미물도 때를 얻어 자락(自樂) 함이 사랑홉다 - 떨어진 꽃 쓸고 앉아 빚은 술로 즐길 적에 산채를 준비하니 좋은 안주 이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내 어릴 때의 시골마을은 4월이나 5월이 되면 장독대와 울타리 주변에서부터 온 산과 들에 갖은 꽃들이 피어나, 말 그대로 꽃동네를 이루었고, 농사일로 바쁘기만 하던 우리 가난한 어른들도, 어찌 어찌 하루 날을 잡아 술과 음식을 추렴하여 인근의 산으로 상춘을 나가는 것이야말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연례행사였던 것 같다.

그렇다면 세계최고의 풍요한 나라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미국에서, 그것도 첨단의 문명을 구가하고 있는 눈부신 21세기의 삶을 누리고 있는 우리가, 이 아름다운 4~5월을 맞아, 어딘가 꽃 피고 새 우는 곳을 찾아가 하루쯤 즐기지 못한다면, 어딘가 크게 아쉬운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겠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오늘은, 라일락 피는 산골 언덕에 올라 푸르른 바다를 보며 휘파람도 불어보고, 새 소리를 들어가며 범나비도 야생화도 즐겨보고, 산채도시락도 만끽하며 빛나는 꿈의 계절을 실감토록, 말리부 인근의 Nicholas Flat으로 여러분을 안내한다.

원래 이곳은 7000년전 쯤의 옛적부터 사람들이 정착하여, 해변에서 해초나 물고기를 취하고 산과 계곡에서는 도토리나 식물을 취하며 아주 평화롭게 살아오던 낙원의 땅이었으나, 대략 200년쯤 전부터 졸지에 백인들이 점령한 뒤에는, 군데 군데 목장으로 활용되어 오다가, 1953년에 이르러 해변에서부터 약 1.5마일 내륙까지의 2513에이커가, 배우이며 환경보호가였던 Leo Carrillo의 이름을 붙인 State Park으로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지형적으로 해변과 산지, 평원과 습지가 두루 있어 그에 따른 다양한 경관과 식물대-덤불 숲, 잡목 숲, 참나무 숲, 초원, 갈대 숲 등- 를 접할 수 있기에 사진가들이나 영화제작자들에게도 인기가 있다고 하며, 특히 봄철의 야생화는 특히 유명한 곳이라 한다.

해변에서 Nicholas Flat의 Pond까지는 왕복거리가 약 7마일이나, 코스의 대부분이 아주 완만하고 평탄하여, 자녀를 동반하는 경우나 등산초심자라도 무리없이 5~7시간으로 산행을 마칠 수 있다.

사정상 Pond까지 가기가 곤란할 경우에는 훨씬 짧은 왕복 2마일 코스로도 끝낼 수 있으니 시간의 여유가 적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가는 길

10번 Freeway의 West 끝까지 간 후, 1번 도로를 따라 북상하는데, Malibu Canyon Road를 통과한 후, 14마일을 가면 길 오른쪽에 “Leo Carrillo State Park”이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LA 한인타운에서는 약38마일 지점이며, Mulholland Highway에 이르기 0.2마일쯤 전이다.

주차료 12달러를 아끼려면 도로변에 주차하고, 아니면 100미터쯤 안쪽으로 있는 Kiosk를 통과하여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산행의 행장을 꾸린 후, Kiosk 밖으로 나와 산이 있는 쪽으로50미터쯤 가면 등산안내판이 있다.

등산코스

가장 오른쪽(동남)으로 나 있는 길(Willow Creek Trail )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완만한 오름길인데, 왼쪽으로는 산등성이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Willow Creek 너머 발아래로 태평양의 푸른 바다와 해안선의 아름다운 경치가 서서히 펼쳐진다. 이렇게 1마일을 가면 Leo Carrillo Ocean Vista 봉( 612’)을 끼고 왼쪽으로 굽어가던 Willow Creek Trail이 끝나면서 Nicholas Flat Trail Junction을 만나게 되는데, 이때 왼쪽(바다쪽)으로 50미터를 들어가면 Ocean Vista의 정상에 이르러 환상적인 Ocean View를 실컷 볼 수 있다. Junction에서 직진하면 Nicholas Flat Trail을 따라 1마일 거리의 출발점으로 되돌아 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Ocean Vista 봉을 둥글게 한바퀴 도는, 짧지만 대단히 아름다운, 왕복 2마일의 1시간짜리 하이킹이 된다.

Junction에서 오른쪽(북쪽)으로 이어지는 Nicholas Flat Trail을 따라 완만히 올라간다. 대략 1.5마일을 갈라지는 길 없이 곧장 산을 오르게 되는데, 처음엔 Sagebrush가 주를 이루는 덤불지대(Sage Scrub)로 시작되어, 차츰 키가 커지는 Whitethorn, Laurel Sumac, Greenbark Ceanothus 등의 잡목 숲(Chaparral)으로 변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Wild Lilac으로도 불리우는 Ceanothus는 지금 한창 하얗고도 연한 보라빛깔의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고 있을 텐데, 박목월 시인인양 여유롭게 휘파람을 불며 가도 뭐랄 사람이 있을 수 없겠다. 길섶에 핀 20여 종류의 예쁜 야생화를 만나보랴, 이따금씩 드러나는 Ocean View를 보랴, 북서쪽의 톱날처럼 뾰쪽 뾰쪽한 Boney Mountain 줄기를 보랴, 사방의 짙푸른 산과 계곡을 보랴, 두눈은 은근히 바쁘다.

이렇게 걷다보면 네거리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Trail Head에서 약 2.5마일 지점), 왼쪽(바다쪽)으로 200미터쯤을 가면, 1737’ 봉의 정상이다. 경치가 대단하다.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 직진한다. 0.5마일허에 있는 1680’ 봉에 이르러 동쪽 발아래로 San Nicholas Canyon의 시원한 풍경으로 눈에 생기를 더 채우고, 다시 북쪽으로 간다. 길을 알리는 푯말을 따라 가면, 왼쪽으로 넓은 초원이 나온다. Nicholas Flat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산을 올라왔는데 갑자기 눈앞에 전개되는 드넓은 초원이라서 자못 경이롭게 느껴진다. 길을 따라 조금 더 나아가면 드디어 왼쪽으로 제법 큰 연못이 나온다. Nicholas Pond이다. 총 3.5마일쯤을 온 것이다.

느티나무같은 분위기를 내는 아름다운 Oak Tree들과 갈대 숲, 그리고 몇개의 큰바위에 둘러 싸인 연못은 대단히 운치가 있는데, 정교하고 고급스런 벤치시설이 있어 더욱 금상첨화다. 인디안 성춘향과 이몽룡의 광한루쯤 되었음직한데, 목장의 소를 먹이기 위해 백인들이 만들었단다. 연못까지 길게 이어지는 자연적인 수로로 보아, 아마도 원래 있던 연못을 좀더 크게 확장했었을 것이 아니겠나 추정해본다.

Oak Tree 숲 그늘의 벤치에 앉아 연못을 보며 “긴 사연의 편지”도 쓰고, 바로 반대쪽으로 드넓게 펼쳐져 있는 초원의 야생화들 곁에 앉아, 산채도시락을 펼치면, “좋은 점심이 아니며 꿈의 계절이 아닌가!”의 경지에 머무는 것 이리라.

각자의 형편상 허용되는 시간을 감안하여, 쉴만큼 쉰 다음 온길을 따라 되돌아 내려가되, Trail Head로 부터 1마일 거리의 Junction에 이르면, 아까 올라왔던 왼쪽의 Willow Creek Trail이 아닌, 오른쪽의 Nicholas Flat Trail을 이용하면, 양쪽의 경치를 다 보게되는 일석이조의 산행이 되는 셈이다.

1시간쯤의 여유가 더 있다면, 하산하기 전에 연못가를 따라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Nicholas Pond Trail을 따라, Decker School Road에 있는 Ranch Style의 Gate까지 다녀오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연못가의 Oak Tree와 똑같은 고목이 된 아름다운 Oak Tree들이 길 양편으로 무성하게 터널을 이루고 있는 그늘진 황톳길이, 편도 0.75마일 정도의 거리에 2미터 정도의 너비로 정결하게 단장되어 있는데, 한가로이 걷기에 매우 황홀하고 행복하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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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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