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태평양 전망 즐기는 2~3시간 코스 가족 산행에 ‘딱’

2018-01-19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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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mescal Canyon (Pacific Palisades)

태평양 전망 즐기는 2~3시간 코스 가족 산행에 ‘딱’

Temescal Canyon에서 보는 Santa Monica 해변 전경.

태평양 전망 즐기는 2~3시간 코스 가족 산행에 ‘딱’

Skull Rock.


태평양 전망 즐기는 2~3시간 코스 가족 산행에 ‘딱’

Temescal Gateway Park 입구.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도 찜질방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부족에 따라 다소 다르기는 했지만, 대체로 Temazcalli라고 불렀고, 가열해도 갈라지지 않는 특성을 가진 화산석을 둥근 Dome형태로 쌓는데, 내부는 사람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하고, 출입구는 기어서 들어갈 정도이며, 천정에는 공기구멍을 내놓은 형태였다고 한다. 주로, 독이 있는 동물에게 물린 사람, 출산한 여인, 관절염이 있는 사람, 사슴사냥을 앞둔 사람 등이 몸을 정화시킬 목적으로 활용하였는데, 영어로는 보통 Temescal로 표기되고 Sweat House(땀집)라고 번역되었단다.

아메리카 인디언부족들의 멸망과정에서 노정된, 피정복민 인디언과 정복자 유럽인들의 목욕문화와 관련된 얘기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컬럼버스가 미대륙에 처음 상륙한 것이 1492년이었는데, 이때 그의 항해를 후원한 것이 스페인의 Isabella 여왕이었음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녀는 세 자녀를 두었는데, 그 중 막내딸이 ‘Catherine’ of Aragon이다. 스페인에서 태어나, 영국의 헨리7세의 장남인 Arthur(Prince of Wale)와 1501년에 16세의 나이로 결혼했으나, 그가 5개월여 만에 ‘땀을 흘리는 병(Sweating Sickness)’ 으로 사망하자 졸지에 어린 과부가 되었다. 헨리7세가 자기의 안사돈인 Isabella 여왕으로부터 자기 며느리가 된 Catherine의 결혼지참금을 마저 다 받아내기 위해서, 아직 어린 자기의 둘째 아들과, 과부가 되어있는 큰며느리의 훗날의 결혼을 제안함으로써, 7년 동안을 과부로 지낸 그녀의 나이 23세 때에, 전 남편 Arthur의 동생으로 당시 18세가 되어질 무렵의 5세 연하인 미래의 Henry8세와 또 한번의 결혼을 했던 기구한 운명의 여인이 Catherine(스페인어: Catalina)이다. 지금 Palos Verdes 건너 편에 있는 Santa Catalina 섬은 그녀를 기려, 그녀의 스페인식 이름으로 붙여진 것인 듯하다.


스페인의 Hernando Cortez와 그 군대가, 멕시코의 Aztec 왕국을 정복할 때가 1519년이었는데, 그때 34세였던 그녀 Catherine은 ‘Queen of England’로 호칭되는 신분으로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조물”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었는데, 이 때 그녀가 자랑으로 한 다음과 같은 말은, 우리를 경악케 한다. “나는 지금까지 평생 두 번밖엔 목욕을 하지 않았다. 첫 번 째는 태어났을 때였고, 두 번 째는 결혼할 때였다.”

그러나 사정을 알고나면 놀랄 것도 없다. 그 당시의 유럽은 목욕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였다고 한다. 목욕을 하지않더라도 위생을 염두에 둔 어떤 대안이 있었겠지만, 어쨌든 현대를 살고있는 우리들의 단순한 시각으로는 참으로 대단히 당혹스런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문화가 이렇다보니, 이 ‘야만인 유럽인’들이 자기들이 정복한 ‘문화인 인디언’들의 찜질방 문화를 이해할 수 없어, 여러가지로 이를 금기시하며 핍박을 했었다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이라서, 사족을 덧붙이고자 한다. 형수였던 5세 연상의 Catherine과 결혼했었던 Henry8세가 나중에, Catherine의 시녀인 8년 연하의 Anne Boleyn에 눈이 멀게 되는데, 그러나 그녀는 왕비 아닌 애인이 되는 것은 거절한다. 몸이 달아오른 왕은 Anne과의 결혼을 위해 Catherine이 자기와의 결혼 당시에 처녀가 아니었다는 이유를 들어, 결혼자체를 원인무효로 해달라고 교황에게 청원했으나 거절되자, 영국 가톨릭교회를 로마 가톨릭에서 분리시킨다. 결국 왕에게 예속되어진 영국교회 ‘성공회’로 부터 결혼무효판정을 얻어내고, 곧 Anne과 결혼한다.

Henry8세와 Catherine의 결혼이 무효가 되고나니, Catherine의 혈육인 Mary의 왕위계승권 유무에 대한 심각한 논란이 일어나게 되고, 이것이 나중에 여왕이 되어 5년간 집권을 하게되는 Mary가 앙심을 먹고, 280여명에 달하는 주로 영국교회의 주요인사들을 화형시킴으로써, ‘피의 Mary’라는 호칭으로 불리우게 되는 한 배경이 되는 바, 일종의 ‘일부함원 오월비상’의 예가 되겠다. 조선의 연산군이 자기 생모의 폐비사사 논의에 참여했던 선대의 중신들을 처형한 것과 유사하다. Mary 여왕이 42세로 죽고, 이복 여동생이며 Anne의 딸인 Elizabeth가 즉위하게 되니 이 여인이 바로 Elizabeth 1세 여왕이다.

Henry8세는 결혼무효를 추진하면서, Catherine과 그 딸인 Mary를 서로 만나지 못하게 했다고 하는데, 지금 LA지역에 있는 Catalina 섬과, Long Beach항에 움직이지 못하고 영구히 정박해 있는 Queen Mary호의 관계도, 서로 멀리 떨어져 그리워 하되 결코 만나볼 수는 없는 형편인 점이, 옛날의 그 불행했을 두 주인공 모녀를 닮았다고 하겠다.

Catherine이라는 영국국민들의 사랑을 받던 조강지처를 온갖 무리수를 써가며 밀어내고, 그렇게도 힘들게 결혼을 하게 된 부인인 Anne마저 3년을 못 채운 뒷날에 억울한 누명을 씌워 매정하게 처형시키는(이 얘기는 ‘1000일의 Anne’이라는 영화로 잘 알려짐) Henry8세라는 남자는 참 대단한 악한이다. 갖은 난관을 극복하며 부인을 삼았던 Anne을 위한 마지막 ‘왕의 배려’로 목이 잘릴 때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프랑스에서 명검객을 초빙하여 참수케 했다니, 대저 권력자의 자비와 사랑이란 이런 것이런가!


힘깨나 쓰는 세상의 잘난 남자들이여, 부인이나 자녀들이 또는 약한 자가, 한을 가지지 않도록, 매사에 ‘인과의 거울’에 항시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고 ‘인의예지의 잣대’로 자신의 행지를 재어보며, 가정사나 매사에 신중하고 삼갈 일이 아니더냐!

오늘 안내코자하는 Temescal Canyon은 LA에서 매우 가깝고 바다와 가까이 있으며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찾는데, 한바퀴를 둥글게 도는데 2.8마일 정도이고, 순등반고도가 850’로 난이도도 어렵지 않아, 가족단위나 부부간 또는 친구간에 두루 즐길 수 있는 코스이다.

가는 길

10번 Freeway 서쪽 끝에서 1번 도로를 따라 간다. 대략 3마일 정도를 가면 Temescal Canyon Road에 이르른다. 여기에서 우회전하여 1.1마일을 산쪽으로 올라가면 Sunset Blvd를 만나게 되며, 이곳에서 직진하면 이곳이 바로 Temescal Gateway Park의 구내로 들어간다. 공원구내에서 좌회전하면 유료 주차장에 닿게된다. 공원은 일몰 이후에는 닫히게 되니, 내려오게 될 시간을 감안하여 빠듯하게 여겨지면 공원 밖의 안전한 도로변을 찾아 주차한다. 교통법규 준수여부를 무인 카메라가 감시하고 있다고 하니, 특히 도로상에 정지선이 있으면 완전하게 정지했다가 차를 진행시키도록 십분 주의한다.

등산코스

등산의 행장을 꾸려 북쪽으로 걸어 가면, 곧 둥글납짝한 돌과 시멘트로 예쁘게 쌓은 화장실을 지나게 된다. 1~2분 정도를 걸어가면 Temescal Creek을 건너게 되고, 곧 등산안내판이 나온다. Temescal Ridge Trail과 Temescal Canyon Trail의 두 개의 등산로가 좌우로 갈라지는데 어느쪽을 택하더라도, 내려 올 때 다른쪽으로 내려 올 수 있어 양쪽을 다 볼 수 있으니, 아무래도 괜찮지만 여기서는 오른쪽 등산로인 Temescal Canyon Trail을 택하기로 한다.

아름답게 우거진 Oak Tree와 Sycamore 숲을 가다보면, Topanga State Park의 경계로 들어 서게 된다. 약간 오르막이 되는데 조금 더 가면 조그만 다리가 나오고, 이곳에서 큰바위들 사이로 흐르는 작은 폭포가 보인다. 이제 길은 계곡을 벗어나며, 다소 가파른 경사를 지닌채 남쪽으로 꺾이고, 다시 서쪽으로 뻗어 나간다. 이윽고 Temescal Ridge Trail Junction에 닿는다. 대략 절반에 해당하는 1.4마일을 온 셈이다.

여기서 원래대로 한바퀴를 도는 Loop코스는, 좌측으로 꺾어 Temescal Ridge Trail을 따라 Santa Monica에서 Malibu에 이르는 태평양 해안의 풍경을 즐기면서 출발지점으로 돌아 오는 것이다.

시간이나 체력에 여유가 있으면, 우측으로 올라가는 Temescal Ridge Trail을 따라 0.5마일을 더 가보록 권하고 싶다. 산등성이를 따라가는 코스이기에 전망이 아주 좋다.

북쪽으로는 9000에이커에 달하는 넓은 Topanga State Park의 푸르른 산들을 볼 수 있고, 동쪽으로는 가깝게는 Century City의 빌딩숲, 멀게는 LA City의 빌딩숲을 볼 수 있다. 서쪽으로는 Malibu, 남쪽으로는 넓은 바다와 Catalina 섬이 잘 보인다.

이윽고 0.5마일쯤을 가게되면, 바로 길 옆으로 두개의 큰 바위가 나타난다. 왼쪽의 바위가 사람의 둥근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이름지어진 Skull Rock이다. 바다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양새이다.

여기서 주변 풍광을 감상하고 준비한 음식도 먹으며 휴식을 취하면 좋을 것이다. 내려올 때는 계속 Temescal Ridge Trail을 따라 걷는다. Skull Rock까지 갔다오면 대개 3.8마일에 3시간쯤이 걸리고, Skull Rock을 안가면 약 2.8마일에 2시간쯤이 걸릴 것이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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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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