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상을 오르던 열차, 산상호텔, 옛 영화는 어디에…

2017-12-01 (금) 정진옥
크게 작게

▶ Echo Mountain (3207’)

정상을 오르던 열차, 산상호텔, 옛 영화는 어디에…

Echo Mountain 정상(산상호텔이 있던 터)

정상을 오르던 열차, 산상호텔, 옛 영화는 어디에…

Echo Mountain 정상(Echo Phone)


정상을 오르던 열차, 산상호텔, 옛 영화는 어디에…

Echo Mountain 등산로 입구인 Cobb Estate fence


때를 거슬러서, 1890년으로 가보자. 이곳 Pasadena에 David Macpherson(1854~1927)이란 37세의 Cornell 대학 출신의 뛰어난 엔지니어가 있었는데, 그는 “구름까지 오르는 철도(Railway to the Clouds )”라는 꿈을 꾸면서, 세계최초의 전기 산악관광기차(Electric Mountain Trolley)를 Mt. Wilson에 부설하려는 설계도를 가지고 사업 파트너를 찾고 있었다. 이는 요즘으로 말하면 Disney Land나 Universal Studio같은, 아니면 그 이상의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을 것 같다.

Henry Ford의 T-Model 자동차가 세상에 처음 나온 것이 1908년이었고, 미국에서 자동차가 보편적인 교통수단이 된 것은 1920년쯤이라고 한다. 1890년은 이보다 30년이나 앞선 시기로, 극소수의 일부지역에 기차가 있었지만 (1869년에 미대륙 횡단철도 완성), 그래도 말이 끄는 마차가 최상의 교통수단이었던 시기였다.

당시에 Thaddeus Lowe(1832~1913)라는 59세의 백만장자 발명가 교수가 있었다. 비행기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아브라함 링컨이 대통령이었던 그 시기에, 사람이 타는 기구(풍선)를 군용으로 이용하는 것을 제안하여, 미 공군의 전신이 되는 조직을 창설한 바 있는 그가 Macpherson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인다. 함께 이를 건설하자는 쪽으로 의기가 투합된다. 설치장소는 인허가 문제로 Mt. Wilson이 아닌 Mt. Echo로 변경됐다. Almarian Decker (1852~1893)라는 39세의 기차 전문 엔지니어도 참여하여, 경사로에서도 안전할 Trolley도 고안해 낸다.


부연하면, Wright형제가 12초에 걸쳐, 시속 6.8마일에 고도 10’로, 120’의 거리를 동력 비행기로 날았던 것은 13년 뒤인 1903년 12월17일이었고, Charles Lindbergh가 ‘Spirit of St. Louis’호를 몰고 단독으로 New York에서 Paris까지의 33.5시간에 걸친 Nonstop대서양 횡단비행에 성공한 것은 1927년 5월21일이다. 그로부터 42년이 지난 1969년 7월20일에는 우리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을 한다.

이 세사람의 주도하에 1893년까지, Mt. Echo의 정상에서 산 아래의 Rubio Canyon까지를 직선으로 잇는 경철도가 부설된다. 더불어, Mt. Echo의 정상에는 객실 70개의 4층짜리 호화호텔과 작은 호텔, 또 관련 부속시설들이 속속 건립되어 진다. 마침내, Trolley를 포함한 모든 산위의 시설물들을 흰색으로 단장함으로써 멀리서도 확연히 눈에 띄게 한, “The White City”라고 불리게 되는 명소를 탄생시키고,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며 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1900년에는 화재로 4층호텔이 전소되었으나 복구되지 못했다. 이후에도 화재와 홍수가 세차례 더 있었지만 그래도 계속 Trolley는 운행되었다고 하는데, 1922년에는 Henry Ford도 이곳을 다녀간다. 하지만 1938년에 남가주에 있었던, 3일 동안의 집중호우에 의한 기록적인 대홍수는 이 시설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휩쓸어 감으로써, 45년에 걸쳐 300만명의 관광객을 이곳으로 불러왔다는 역사적인 화려한 기록을 남기고 이 산악관광철도는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게 된다.

제행무상! 모든 세상사나 인간사가 다 그렇듯 모든 것은 어느덧 지나가게 되고, 지나가고 나면 모든게 허허로운 한바탕의 일장춘몽에 불과하다. 구름위의 산성 - “ The White City” 와 이를 축조해낸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화려한 꿈과 뜨거운 정열은 지금 다 어디쯤에 있는가? 그 멋진 하늘의 하얀 성에 올라보려고 북적이며 밀려 들었을 그 많던 유람객들과 그들이 발한 그 숱한 기대와 탄성과 환호는 다 어디로 갔는가?

화려했던 역사의 현장을 한발 한발 걸어 올라가며, 그러한 꿈과 정열, 탄성과 환호의 편린이나마 한번 더듬어 보기로 하자.

가는 길

210 Freeway의 Pasadena 인근의 Lake Ave에서 내려 북쪽(산쪽)으로 3.5마일 올라가면 Lake Ave가 끝난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Loma Alta Dr이고, 오른쪽은 Cobb Estate라는 사인이 붙어있는 철재 울타리로 막혀 있다. 차를 부근 도로변의 적당한 곳을 찾아 주차한다. Cobb Estate의 철재 울타리 사이로 나있는 통로로 들어간다.


등산코스

Mt. Echo는, 등산로 입구에서 보게되는 Sam Merrill Trail을 따라, 편도 2.5마일, 순등반고도 1400’로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다. 도시의 야경도 잘 볼 수 있어, 달빛등산(Moonlight Hiking)의 명소로 추천되고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Sam Merrill Trail은 Mt. Echo의 정상을 살짝 비켜가며 ‘Inspiration Point’라는 전망대까지 약 5.5마일 에 걸쳐 이어지는데, 우리는 초반의 2.5마일 구간만을 가면 된다.

등산로 초입에서 길이 왼쪽으로 꺾이며, 얕은 계곡인 Las Flores Canyon의 왼쪽 언덕을 따라가게 된다. 2~3분을 걸어가면 물이 없는 개천을 지나 약간 오른쪽으로 나타나는 산기슭에 이르게 되고, 여기서부터는 계속 지그재그로 산비탈을 올라간다.

길은 잘 닦여져 있고 정갈한 흙길이라 걷기에 아주 편안하다. 올라가면서 뒷쪽을 돌아보면 바로 밑의 시가지모습이 차츰 더 아래로 멀어져 가는것을 분명히 느끼게 된다. 1마일 왔음을 알리는 표지말뚝이 길 오른쪽에 나온다. 길변으로는 Ceanothus, Toyon, Sugar Bush, Laurel Sumac 등의 수목이 무성하다. 봄이면 Black Sage, Monkey Flower, Indian Pink, Black Mustard, Spanish Broom 등의 식물들이 아름다운 꽃들을 여기저기 피워낸다.

가다보면 2마일 표지말뚝이 나온다. 이제 반마일 남았다. 이마에 땀이 나고 목이 마를 수도 있겠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 계곡과 산의 풍경을 즐기고, 심호흡도 몇번하여 산의 풋풋한 기운을 몸속 깊이 채워 넣자.

마침내 오름길이 다 끝나고, 좌우로 뻗어 있는 넓은 길에 올라선다. 좌측으로 가면, 굴곡이 많은 2차 산악철도구간의 옛자취를 보면서 또 Las Flores Canyon, Millard Canyon의 푸르른 경치를 발아래로 보면서, 3마일 거리의 Inspiration Point에 이르게 되나, 우리는 우측으로 간다.

불과 100m쯤의 평평한 길을 가면, 왼쪽 길변에 놓여져 있는 대단히 큰 철제 기어(Bull Wheel)를 비롯한, ‘White City’의 옛 자취와 함께 그를 설명해주는 안내팻말들이 여기저기 서있는 Mt. Echo의 정상부근이 된다.

넓은 길이 끝나는 곳엔 3줄짜리 철로가 10미터쯤의 길이만큼 남겨져 있다. 원래는 여기서 직선방향으로 0.5마일을 급경사로 내려가며, 산아래 Rubio Canyon에 까지 부설되어 있었단다.

왼편에 위로 오르는 계단이 아직 남아 있다. 1938년의 대홍수로 Trolly 운행이 중단될 때까지 45년간 300만명의 선남선녀가 오르고 내렸다는 바로 그 계단이다. 계단을 오르면 꽤넓은 공터의 산 정상이다. 주 건물인 호화호텔 ‘Echo Mountain House’ 가 자리했던 곳이다.

큰 건물이 있던 흔적이 여기저기 완연하다. 이곳에 있던 4층의 호텔건물 전망대에 서면, 뒤로는 높은 산들이 병풍되어 둘러 있고, 앞으로는 푸른 산록과 넓은 벌판에, 멀리 태평양의 빛나는 바다까지 두루 볼 수 있는 ‘배산임수 전저후고’ 였을 테니, 과연 막대한 돈을 들여 호텔을 지을만한 터 였겠다. 그러나 전통적인 우리 조선 풍수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자리는 ‘장풍득수’ 즉 ‘풍수’라는 말이 나오게 된 핵심요소의 하나인 ‘장풍’이라는 면에서 결정적인 흠결이 있었나 보다. 즉 바람을 잘 타지 않는 안온한 곳이 사람이 잘 살 수있는 길지라는 관점에서는, 이곳이 센바람을 여과없이 그대로 맞기 쉬운 산의 정상이기에 ‘장풍’지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형국으로 볼 수 있겠다. 어설픈 생각이긴 하지만, 불과 7년을 못 넘기고 불타버린 이 호텔의 운명을 이런 차원으로 이해해 본다.

좀 더 안쪽으로 걸어가면 사람들이 뒷쪽의 산들과 계곡(Castle Canyon)을 향해 큰 소리로 “야호~”라고 외쳐서, 되돌아오는 메아리(Echo)를 즐길 수 있도록, 나팔모양의 메가폰인 ‘Echophone’이 설치되어 있다. 메아리가 가장 여러번 잘 반향되어오는 Sweetspot이 바로 이 자리라는데, 그 옛날에 Boy Scouts대원들의 현장실험을 통해 이 지점이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 산 이름이 ‘Echo’인 배경을 이젠 확실히 알게 된다.

세월따라 모든 것들이 사라졌어도, 저 만큼 뒤로 쭈욱 늘어서 있는 산줄기들과 함께 아직 생생히 살아 있을 메아리들을 깨워 내면, 그들을 통해 그 옛날의 화려했던 사연들을 들어 볼 수도 있을려나? 필자의 체험으로는, 특히 석양무렵에 메아리가 잘 응답해 온다.

정진옥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정진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