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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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질’ 하느라 고개숙인 당신, 두통도 키운다

2017-11-28 (화)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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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시간 컴퓨터·스마트폰 사용 땐, 두통 신경 몰린 3번 목뼈·근육에

▶ 하중 더 실려 일자목·디스크 손상, 어지럼증에 손발 저리고 마비까지

‘폰질’ 하느라 고개숙인 당신, 두통도 키운다
‘폰질’ 하느라 고개숙인 당신, 두통도 키운다

일자목 예방 스트레칭. 양손을 깍지 끼고 뒷목을 감싼 상태에서 목을 뒤로 젖혀 15초간 유지하길 반복한다. 목 뒤에서 양손 깎지를 낀 채 기지개를 자주 켜주는 것도 좋다. <사진제공=자생한방병원>


입사 2년차인 보영씨. 오전8시30분부터 오후7시 퇴근할 때까지 점심시간과 잠깐의 휴식시간을 빼면 거의 하루 종일 책상 앞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는다. 일하는 틈틈이, 그리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할 때는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목·어깨·등 쪽이 뻐근하고 항상 피곤하다. 몇 달 전부터는 두통이 잦아졌고 간혹 일어설 때 어지럽더니 최근 팔·다리 이상 감각까지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

보영씨처럼 장시간의 컴퓨터·스마트폰 사용으로 20~30대 젊은 층에서도 일자(一字)목·거북목 증후군이나 목 디스크(경추 추간판) 탈출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일자목 증후군 환자의 60%가량이 10~30대다. 일자목을 초래하는 자세를 교정하고 스트레칭이나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근력이 약해지는 40대 무렵 목 디스크가 신경을 압박해 통증·마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해 목 디스크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약 90만5,000명으로 지난 2012년보다 6만명(7%)가량 늘어났다. 50세 이상이 64%로 가장 많지만 20~30대도 15%나 된다.


건강한 목뼈는 옆에서 봤을 때 C자형 곡선을 유지하며 머리의 무게를 분산시킨다. 반면 요리·컴퓨터 작업이나 스마트폰 검색·채팅 등을 하기 위해 장시간 고개를 숙이거나 목을 앞으로 쭉 내미는 자세, 베개가 너무 높거나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것은 목뼈가 점차 일자형, 즉 직선으로 변형될 수 있어 좋지 않다.

고개를 앞으로 기울이는 자세는 목 주변 관절운동 범위를 감소시키고 균형을 깨뜨려 7개 목뼈 중 3번 목뼈와 주변 근육 등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고개를 1㎝ 앞으로 내밀 때마다 목뼈에는 2~3㎏의 하중이, 15~45도 숙이면 12~22㎏의 하중이 더 실린다고 한다. 처음에는 목·어깨가 뻐근하고 욱신거린다. 목 디스크에 걸리는 압력이 90%까지 증가하므로 방치하면 디스크가 찢어지거나 찌그러지고 팔·머리에 걷잡을 수 없는 통증이 생긴다. 3번 목뼈는 두통을 느끼는 신경 등이 모이는 곳이어서 신경이 눌리면 ‘경추성 두통’도 잘 생긴다. 주로 한쪽 뒤·옆머리에 두통이 수시간~수일씩 이어지며 심하면 재채기·코풀기·심호흡 때도 두통을 느낀다. 눈 통증을 동반하기도 하고 깊게 자지 못해 쉽게 피로를 느낀다. 경추성 두통은 진통제를 복용해도 별 효과가 없는데 장기간 진통제만 먹으며 병을 키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연세바른병원이 목 통증으로 내원한 환자 210명을 설문조사해 보니 10명 중 4명은 두통, 3명은 어지러움증·이명, 1명은 눈 주변 통증이나 시력저하 증상이 동반됐다. 절반가량은 목 질환이 생긴 후 이런 증상이 나타나거나 악화됐다.

일자목이나 목 디스크를 예방하려면 오래 앉아 있는 회사원·학생 등의 경우 1시간에 한 번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도 켜고 목·허리·어깨 등을 스트레칭해줘 관절과 근육의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 의자에 앉을 때는 등받이에 밀착해 옆에서 볼 때 귀·어깨·골반부가 일직선이 되게 한다.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 화면은 눈높이에 가깝게 사용하는 게 좋다. 어깨를 편 상태에서 양 팔을 턱걸이하듯이 20회 이상 올렸다 내렸다 하거나 양손을 깍지 끼고 뒷목을 감싼 상태에서 목을 뒤로 젖혀 15초간 유지하는 스트레칭을 하루 여러 차례 반복하는 것도 어깨·등의 뻐근함을 줄여주고 일자목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방에서는 목 디스크 등을 치료할 때 목뼈의 구조를 바로잡아 목 디스크 주변의 붓고 뭉친 근육과 인대를 풀어주는 추나요법, 염증과 부기를 가라앉히는 한약·약침 등을 쓴다. 양방에서는 통증이 심하면 약물·물리·주사·고주파 치료 등으로 통증을 줄여준다. 치료시기를 놓쳐 척수신경이 손상된 경우가 아니면 치료가 잘되는 편이다.

다만 정천기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목뼈 질환자 중 약물·주사요법 같은 적극적인 치료나 수술이 필요한 사람은 각각 5~10%, 3~5% 정도에 불과하다”며 “수술은 통증이 있다고 하는 게 아니라 손발이 저리고 걷기 어렵거나 마비증세가 오는 등 신경학적 증상이 심한 경우에 고려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80~90%는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아도 2개월 안에 증상이 호전된다. 안정을 취하겠다며 누워 지내면 회복이 늦어지므로 일상생활로 빨리 복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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