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타개 나선 한인경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3)뉴욕한인네일업계((상)
맨하탄의 한 한인 네일 업소에서 고객들이 네일 서비스를 받고 있다.
규제^단속 강화 지출부담 가중 업계 떠나는 한인 증가
중국계 업주들 한인매물 거래 활발 위축 부추겨
한인 기술자 구하기 힘들고 1세대 은퇴 잇달아
#맨하탄의 한인 네일 업주 A씨는 최근 요식업을 시작했다. 지난 봄 브루클린에 낸 식당이 대박을 치고 있다며 흡족해 한 A씨는 “맨하탄의 네일 업소가 그럭저럭 잘 되고 있지만 투자할 마음은 없다”며 “예전 같았으면 네일 업소를 추가로 냈겠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최근 단속과 규제 강화에 시달리면서, 이민자들이 중심이 된 업종이라 정부 규제의 타깃이 됐다는 트라우마를 지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몰리는 업소들
뉴욕주를 장악했던 한인 네일 업계는 최근 네일 업주들이 하나둘씩 발을 빼기 시작하면서 지각 변동을 맞고 있다. 2015년 네일 종업원 임금 보증 채권, 2016년 환기 시설 설치 의무화 등 뉴욕주 네일 업소들에 대한 규제와 단속이 강화되고 네일 업주들의 지출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업계를 떠나는 한인들의 수가 늘고 있다는 것.
뉴욕한인네일협회(회장 이상호)는 뉴욕주 네일 업소의 수를 약 6000개로 추산한다. 10년전만 해도 이중 약 80%를 한인 업소들이 차지했지만 지난 3년간 그 수가 급감하면서 현재는 전체 업소 중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협회는 파악하고 있다. 한 협회 관계자는 “과거에야 네일 업계를 주름 잡았지만 최근 한인 업소의 수는 전체 네일 업소의 약 4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업소들의 수도 줄었다.
협회측은 “한인 업소들 중 협회에 등록된 주소의 수는 약 1300개에 이르렀지만 최근에는 우편물을 보내면 반송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등록 업소의 수는 1000여개라고 보면 된다. 2015년을 기점으로 전반적으로 한인 업계는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타민족의 거센 침투
타민족 중 가장 활발하게 네일 업계를 잠식해가고 있는 것은 중국계다. 과거에는 업소를 연 후 서비스 저가 공략으로 경쟁에 나서, 가게를 늘여 왔지만 최근에는 업소 거래 과정부터 중국계 업주들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잠식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네일 업소 매매시 한인 대 한인의 거래가 아닌 한인 셀러 대 중국계 바이어의 거래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 한인 네일 업계 위축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현재 한인들의 네일 업소 처분이 30-40% 증가하면서 한인 부동산업계에는 네일 업소 전담 매매팀도 등장했지만 한인들이 인수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퀸즈 뉴스타 부동산은 ‘네일 업소 전문팀’을 운영하고 있다. 관계자는 “매물 수는 크게 늘었는데 환기 시설 설치 등 여러 가지 규제로 인해 오히려 인수 가격은 떨어진 상태”라며 “낮아진 가격에 인수하려는 중국계 업주들의 관심이 특히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건물주들이 무리한 재계약 조건을 들이밀면서 가게 가격은 지역에 따라 최대 반값까지 떨어졌다.
한 네일 업주는 “부동산세가 일년에 3만달러 정도인데, 이걸 껴안고 인수할 한인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업소를 팔려고 내놨더니 한인들은 운영비 등을 감안해 수익을 맞출 자신이 없는지, 중국계 바이어들의 문의만 몰렸다”고 말했다.
■노령화
한인 네일 업계가 주도권을 타민족에게 뺏기고 있는 또 다른 원인은 노령화다.
과거 중간 기술자와 고급 기술자 등 한인 기술자들이 포진해 있던 한인 업소들은 이제 업주만 한인인 곳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상호 뉴욕한인네일협회장은 “업주는 한인인데 직원들은 대부분 중국계, 히스패닉계인 경우가 대다수”라며 “시간이 지나 경험과 자본이 쌓이면 이들 직원들이 업주가 되는 것이 수순인데, 한인 기술자들이 점차 줄어들고 찾기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업계 위축이 가속화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인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며 지난 20-30년간 네일 업계를 이끌었던 한인 1세대들 중 상당수가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업소를 물려받을 2세대의 씨가 말랐다는 설명이다. 50-70대인 이들 1세대들이 업소를 운영하며 명맥을 유지한다고 해도 결국 물려받을 만한 한인들을 찾기 힘들다는 것.
이 회장은 “네일 업종 자체는 앞으로도 활발하게 확장, 발전하겠지만 한인 네일 업계의 사정은 다르다”며 “한인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는 한 한인 네일 업계의 미래를 낙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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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