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타개 나선 한인경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②뉴욕한인수산업계 (상)
브롱스 소재 헌츠포인트 수산시장을 찾은 한인 소매상 업주들이 싱싱한 생선 및 수산물들을 살펴보며 도매상과 가격 흥정을 벌이고 있다
소매상들 가격경쟁 밀리고 인건비는 상승
헌츠포인트 이전후 도매가격흥정 재미 못봐
원산지·중량 표시법 통과 한인수산인 권익신장도
퀸즈에서 30년째 생선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 조모씨는 과거가 그립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지만 당시에는 돈 버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특히 수산시장이 맨하탄 풀턴에 있던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수산업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지름길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수산물 취급 대형마트 증가와 수산시장 현대화, 그리고 인건비와 렌트 상승은 수산업계를 힘든 상황으로 내몰았다.
대형마트들이 앞 다퉈 생선 등 수산물을 취급하기 시작한 것은 수산업계에 가장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애지중지 키워온 생선가게를 접고, 대형마트에 진출하려는 회원들이 늘고 있지만 실제 매장을 얻은 회원은 극소수. 과거와 달리 생선 등 수산물 매장을 직영하는 대형마트가 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뉴욕한인수산인협회 이상우 회장은 “생선 등 수산물을 취급하는 대형마트들이 동네 상권을 파고들면서 소매상들이 위축되고 있지만 한인 수산업계는 생선 손질기술 등 전문성과 다양한 어종 확보 등 다양성으로 맞서고 있다”고 밝혔다.
수산시장 현대화도 수산업계에 어려움을 주고 있는 요소다. 협회 이사를 역임한 한인 김 모씨는 “특히 수산시장 현대화로 도매상과의 가격흥정이 예전만 못해 소매상들은 몸만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협회에 따르면 브롱스 헌츠포인트 수산시장은 최첨단 냉장보관 시설을 완비하고 있어 모든 도매상(26개)이 판매 물량을 조절해 가며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과거 냉장보관 시설이 거의 없던 맨하탄 풀턴 시장 시절에는 당일 거래가 안 된 질 좋은 수산물들을 떨이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조차 힘들어졌다는 것.
여기에 금융위기 이후 치솟기 시작한 인건비와 렌트는 이미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 10년 새 렌트는 평균 두 배 이상 올랐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도 계속 이어져 특히 규모가 작은 소매상은 폐업을 고민하는 단계에 왔다.
하지만 어려움 속 개선된 환경도 있다. 수산업계는 그동안 원산지 및 중량 속이기로 소매상들의 피해가 컸는데 올해 뉴욕주 상하양원에서 관련 ‘원산지 및 중량 표시 법안’이 통과 됐다. 아직 주지사 서명 단계가 남아있지만 협회와 회원들의 지속적인 로비와 노력의 결과라 뉴욕 수산업계에서 한인 수산인들이 또 한 번 이뤄낸 권익옹호 및 신장의 사례가 될 것이란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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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