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타개 나선 한인경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① 청과업계
이른 새벽 브롱스 헌츠포인트 청과도매시장을 찾은 한인 청과인들이 싱싱한 야채 와 과일을 실어나르고 있다.
고된 근무환경·인건비·렌트 상승 등 난제 수두룩
트라이스테이트 지역 한인 점유율 30%까지 하락
차별화·업종다각화로 차세대 진출 조건 마련해야
미국경제가 호황기로 접어들었다는 각종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뉴욕한인경제는 여전히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감당할 수 없이 치솟은 렌트와임금, 하루가 멀다 않고 날아오는 각종 티켓에 한인 소상인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인업소들은 길고 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 나오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마땅한 타개책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뉴욕한인경제의 근간이 돼온 한인업종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진단했다.
■ 꿈의 직종, 점유율 90%
청과업은 초창기 한인 이민자들의성공적인 뉴욕 정착을 이끈 전통 업종이다. 1975년 출범한 뉴욕한인청과협회에 따르면 전성기 시절, 뉴욕과 뉴저지, 커네티컷 등 트라이스테이트 지역 청과업계의 한인 점유율은약 90%로 그 영향력이 실로 막강했다. 뉴욕한인청과협회는 좌대 4피트이상 합법 연장 입법안을 성사시키는등 한 때 뉴욕시 청과업계의 활성화를 주도하기도 했다.
한기훈 이사장은 “경기가 가장 좋았던 1980년대 중반에는 1,200명 가까운 한인들이 매일 아침 헌츠포인트 시장을 찾았다”며 “한인 1세대들에게 청과업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게하는 꿈의 직종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뉴욕한인청과업계는 1990년대 초반부터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월마트와 BJ, 코스코 등 대형마트가 뉴욕시 곳곳에 들어섰고 청과업을 통해 목돈을 마련한 한인 1세대들이 대대적으로 업종 변경에 나섰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하락 곡선은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더욱 급격해졌다.
■ 렌트, 인건비 상승, 대형마트 위협,점유율 30%
2007년 시작된 금융위기는 뉴욕한인청과업계에 치명타가 됐다. 지난 10년 새 뉴욕시의 부동산 가격 상승에따른 렌트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에따른 인건비 상승은 이미 청과상이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이영수 회장은 “렌트와 인건비 상승은 직격탄이 됐고, 이에 따른 마진율 하락은 뉴욕한인청과업계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야채 소매가격은 15년 전과 비슷한데 렌트 등 가게 유지비용과 인건비, 야채 도매가격 등은 그동안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협회에 따르면 과거 이태리인과 유대인이 주도했던 청과업계는 한인을거쳐 현재 히스패닉계로 빠르게 이동 중으로 2017년 9월 현재, 트라이스테이트 지역 청과업계의 한인 점유율은 30% 이하로 뚝 떨어졌다. 전성기때보다 무려 60% 포인트나 줄어든수치다.
도매상간 가격 담합과무분별한 티켓 발부도 뉴욕한인청과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협회가 적극대응하면서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브롱스 청과도매시장 내 도매상간 담합의 고리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협회를 중심으로 회원들의 힘이 결집된다면 도매시장은 물론,관련 정부기관에까지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회원들의 적극적인 협회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형화, 차별화, 다각화로 제2 전성기 도모
’뉴욕한인청과업계의 미래는 그다지밝지 않다. 고된 근무환경 탓에 청과업을 이어받겠다는 자녀가 많지 않기때문이다. 이에 한인 1세대가 일군 청과업을 자녀세대가 이어받도록 하기위해서는 젊은세대가 청과업계에 진출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이사장은 “제2의 전성기를 위해서는 업소 대형화와 차별화, 업종 다각화 등 시대와 지역의 요구에 맞는 변화로 젊은 세대의 유입을 적극 이끌어 내야한다”며“ 특히 이중언어가 자유로운한인 1.5세 2세가 도매시장에 더 많이진출한다면 뉴욕한인청과업계의 미래도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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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