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싫증난 궁중생활에 생기
▶ 의상·음악 대중 입맛에 딱
빅토리아 여왕과 압둘이 궁정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빅토리아와 압둘 (Victoria & Abdul) ★★★½ (5개 만점)
빅토리아는 영국 여왕이고 압둘은 여왕의 즉위 50주년을 맞아 인도에서 예물을 들고 온 말단 서기의 이름이다. 두 사람의 오래 지속된 뜻밖의 우정의 실화로 얘기가 아기자기하게 재미있고 연기와 촬영과 의상 그리고 프로덕션 디자인과 음악 등이 고루 훌륭한 대중의 입맛에 딱 맞을 시대극이다.
형식에 얽매인 궁중생활에 싫증과 짜증이 난 여왕이 모든 것이 색다른 이국 인도의 젊고 잘 생기고 격식을 무시하는 남자를 만나 생기와 활기를 찾는 얘기를 유머와 페이소스를 잘 섞어 한 상 잘 차린 풍성한 잔치처럼 내놓았다.
타지 마할이 있는 아그라에서 선발된 압둘(알리 화잘)과 그의 동료 모하메드(압딜 악타르)는 빅토리아여왕(주디 덴치)에게 바칠 선물을 들고 영국으로 간다. 압둘과 달리 모하메드는 압제자의 나라에 가는 것을 탐탁하지 않게 여긴다. 이어 여왕의 궁중생활이 우습고 재미있게 묘사되는데 격식을 싫어하고 퉁명스러우나 속은 인자하고 현명한 여왕이 식탁에 앉아 닭고기를 손으로 집어 뜯어 먹고 곧이어 조는 모습이 웃긴다.
압둘이 여왕에게 예물을 바칠 때 영국 왕실 관리인의 지시를 무시하고 여왕과 눈을 마주치면서 여왕은 즉시로 이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압둘은 여왕의 발에 입을 맞추면서 “여왕 폐하에게 봉사하는 것은 몸 둘 바를 모를 특전입니다”라고 말한다. 영화에서 도무지 이해 못할 점은 어떻게 해서 압둘이 정복자요 탄압자인 여왕에게 그렇게 충성과 애정의 표시를 하는 것인가 하는 것. 종이나 하인의 근성으로 영화에서 이에 대해 아무 설명이 없는 것이 흠이다. 따라서 압둘의 개성 묘사도 빈약하다.
여왕은 관리들의 반대에도 불사하고 압둘을 자기 심복이자 친구요 조언자로 삼고 산책을 하면서 개인적이요 공적인 일들까지 얘기를 나누고 이어 압둘로부터 우르두어까지 배우면서 압둘은 여왕의 선생이 된다. 영화는 대부분 이런 여왕과 압둘의 지극한 관계를 그리고 있는데 둘은 플라토닉한 우정관계이나 애정관계처럼 느껴진다.
이 관계로 인해 여왕은 소녀처럼 웃고 떠들고 생기와 신선함이 되살아나는데 뒤늦게 압둘이 결혼했다는 것을 밝히고 또 무슬림이라는 것도 드러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작은갈등이 생긴다. 그러나 압둘을 철저히 믿고 사랑하는 여왕은 압둘의 가족까지 초청해 압둘을 자신의 보좌관처럼 만든다. 여왕이 사망하고 그의 아들 버티(에디 이자드)가 왕이 되면서 압둘과 그의 가족은 인도로 쫓겨난다. 풍경화처럼 아름다운 작품인데 극적 굴곡이 약해 큰 감동은 모자란다.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 PG-13. Focus. 랜드마크 등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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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