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박람회 목록서 서울대교구 제외 검토
▶ 묘소서 출토 의문 후손들이 의혹 제기
‘정약용 십자가’(가운데 위쪽)의 바티칸 전시가 불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진품 논란에 휩싸인 ‘장약용 심자가’의 바티칸행이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는 바티칸 박물관에서 열리는 한국 천주교 특별 전시회에 전시될 예정이던 ‘정약용 십자가’를 출품 목록에서 제외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바티칸에서는 오는 9월9일부터 11월17일까지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 특별기획전이 열린다. 서울대교구는 지난 8일 “다산(茶山)이 지녔던 것으로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마재에 있는 그의 묘에서 발굴돼 4대 후손이 기증했다”며 ‘정약용 십자가’가한국 천주교 유물 202점과 함께 소개된다고 알린 바 있다. 정약용(1762~1836)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다산 정약용의 후손을 비롯해 다산연구소 등이 진품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강력히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져 왔다. 정약용의 후손과 다산연구소는 다음달 바티칸 박물관 전시품에 포함돼 있던 ‘정약용의 무덤에서 발견된 십자가’에 대해 전시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다산 정약용의 7대 종손인 정호영(59·EBS 사업위원) 씨는 21일 “다산의 묘소는 한 번도 이장·파묘를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무덤에서 십자가가 나올 수 있겠느냐”며 이 유물의 진위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정 씨는 “저도 천주교인이지만 검증 과정에 문제가 있는 유물을 바티칸에서 전시하는 건 한국천주 교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산연구소도 지난 16일 천주교서울대교구에 공문을 보내 “근거 사실을 분명히 밝힐 수 없다면 이 십자가를 전시물품에서 제외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대해 천주교 서울대교구관계자는 “해당 십자가를 전시품목에서 제외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십자가를 소장한 쪽에서는 진품이 맞다고 확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당 십자가를 소장한 부산 오륜대한국순교자박물관 관장 배선영 수녀는 “정약용의 4대손인 정 바오로라는 분이 1965∼1968년 사이 기증하셨다”며 “기증자의 실명과 정확한 기증 날짜는 기록에 남아있지 않다”고 밝혔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집안에서 다산의 묘소를 통해 십자가를 발견한 적이 있느냐고 다산의 7대 종손에게 물었더니, 다산의 묘소는 처음 장례를 치른 뒤 지금까지 이장이나 파묘가 없어 내용물을 확인한 바가 없다면서 어떻게 십자가가 나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만약 다산의 묘소에서 십자가가 나왔다면 다산은 분명히 천주교 신자였음을 증명하게되고, 학계에서 결론이 났던대로 한때 신자였으나 의례문제와 국금(國禁)으로 진즉 천주교를 떠났다는 학설이 뒤집히는 대사건으로 번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설혹 신자였더라도 다산은 순교자는 아닌데 왜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에 보관돼 있을까. 다산이 신자로서 살았느냐, 신자에서 떠났느냐는 다산학 연구에 매우 중요하다”고 짚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다산의 천주교 신앙 여부가 공식적으로 문제시된 것은 1791년의 일이며 이후 그는 천주교 신앙과 관련된 혐의로 여러 차례 시달림을 당해야 했다”면서 “이 때마다 자신이 천주교와 무관함을 변호했고 1801년 천주교 교난 때 유배를 당함으로써 중앙의 정계와 결별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교구는 “다산(세례명 요한)은 1818년 유배지 강진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자신의 배교를 크게 반성하고 자주 대재를 지켰으며 묵상과 기도로 살아갔다고 달레의 ‘한국천주교회사’는 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다산은 ‘조선복음전래사’를 저술했고, 이글은 초기 교회사를 밝혀주는 귀중한 자료”라면서 “다산은 유방제 신부에게 종부성사를 받고 선종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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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종교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