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 1% 표절도 도둑질” “완전한 자기 설교 없어” 팽팽

2017-08-10 (목)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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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의적 설교클리닉‘표절 설교’열띤 논쟁

▶ 인터넷 발달로 예전과 달리 적발 쉬워져

“단 1% 표절도 도둑질” “완전한 자기 설교 없어” 팽팽

창의적 설교 클리닉에서는 표절 설교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우리 교회 담임목사 설교 내용이 다른 목회자의 설교를 표절한 것입니다.”

표절 설교에 대한 논란이 이민교계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설교에서 표절의 실체와 범주를 어디까지 규정할 수 있는가. 설교 표절의 정의와 범위는 누가 어떻게 정할 것인가.

표절과 인용, 주관적 시각과 객관성의 한계 등에 대한 논쟁도 마찬가지로 뜨겁게 이어진다. ‘단 1%라도 표절은 표절’이라는 주장과 ‘완전한 자기 설교란 없다’는 지적이 팽팽하게 대치된다.


최근에는 미 동부지역에 위치한 대형교회의 담임목사가 설교를 표절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임하기도 했다. 남가주에서도 목회자의 설교가 표절이라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교회가 크든 작든, 그리고 지역을 떠나 요즘 한인교회에서 자주 빚어지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온라인의 위력이 자리 잡고 있다. 목회자는 설교를 준비하면서 다른 목사의 설교와 정보 등을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그 만큼 표절 유혹 또는 인용의 기회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 교인들도 인터넷으로 미국과 한국, 전 세계의 목회자의 설교를 언제든 들을 수 있다. 과거와는 달리 표절 설교를 집어낼 가능성이 아주 커진 것이다.

남가주에 위치한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 김남중 설교학 교수가 인도하는 ‘현대 설교학에 근거한 창의적 설교 클리닉’이 8일까지 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에서 열렸다. ‘표절 설교’에 대한 논란을 함께 다룬 이번 클리닉에는 88명이 참가해 열띤 반응을 나타냈다.

김 교수는 “강의 내용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다른 설교 표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담겼다”고 소개하면서 강의에 앞서 설교 표절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을 나누게 하여 강의 이해와 효율성을 높였다.

이 자리에서는 설교 표절을 반대하는 다음과 같은 의견이 나왔다. “양을 사랑하는 목자는 자기 손으로 양식을 준비해야 한다” “표절 설교는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것이 아닌 그에게 주신 말씀이다” “1% 표절이나 100% 표절이나 다 같은 도적질이다” “설교 표절은 중독성이 있으며, 불로소득이다”

이와는 반대로 표절에 대한 정의와 범위를 넓게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받은 감동이 우리 교회 상황에 적절하다면 사용 가능하다” “설교 표절에 대한 기준이 학문적 표절과 달라야 한다” “설교 표절은 절도가 아니라 빌려 오는 것이다” “순수한 자기 설교는 없다”

이번 행사를 마련한 동부크리스천아카데미 원장 김영호 목사는 “설교 클리닉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며 “내년에도 계속 설교 클리닉을 열 예정”이라고 알렸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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