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서 배우·코미디언·작가 활동 손수정 씨
▶ 오프오프 브로드웨이 연극 ‘언패킹’ 주연
“전통적인 아시안 아메리칸 여성의 이미지 틀을 깨는 코미디언으로 미국사회에서 자리 잡고 싶습니다.”
뉴욕을 기반으로 배우, 코미디언, 작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인 손수정(사진)씨는 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민 2세로서의 삶과 코미디에 대한 열정을 여과 없이 전했다.
맨하탄에서 성황리에 공연 중인 연극 ‘언패킹(Unpacking)’의 주연 ‘멜리사’ 역할을 맡아 열연 중인 손씨는 “주인공 ‘멜리사’는 전형적인 아시안 성격의 여성이 아닌 매우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다. 나 자신과도 매우 비슷한 점이 많아 연기하는데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 ‘멜리사’는 그간 수차례 작품을 같이 하며 인연을 맺은 공동연출가 마리나 템펠스맨과 니콜로 애드가 손씨를 염두에 두고 만든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 연극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간 한 커플이 이삿짐 속에서 각자 과거의 인연들을 유령으로 만나 대화를 이어나가는 내용이다.
한국에서 60~70년대 전성기를 보냈던 배우 윤정희의 조카이기도 한 손씨는 “어릴 때부터 ‘배우 고모’라고 부르며 예술적 영감을 많이 받았다”며 “한인으로서 미국의 코미디 분야에 족적을 남길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적인 활동을 해나갈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손씨가 처음부터 코미디언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롱아일랜드 그레잇넥에서 태어난 이민 2세로 학창시절에는 안정적인 삶을 살길 바라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 뛰어난 학업 성적을 유지했다. 어린 시절 만화가의 꿈을 키웠을 만큼 일찍이 예술 분야에도 관심과 흥미가 많았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은 잠시 접어둔 채 대학은 코넬대학교 공공정책학과에 입학했고 이후 의예과에 재학하기도 했다.
졸업 후에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의 교육과 삶을 향상시키는 비영리재단인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에 몸담아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에서 공립학교 수학교사로도 근무했다. 이때의 경험은 파일럿 형식의 TV 프로그램인 ‘어반 티치 나우(Urban Teach Now)’ 쇼를 제작하는 밑거름이 됐다.
보다 창의적인 일을 하고픈 마음에 광고 회사에도 취직했던 손씨는 자신의 더 큰 꿈이던 코미디언의 삶을 살고자 퇴사를 결심하고 뉴욕대학교 예술학교에 입학했다.
대학에서 수강한 즉흥극 수업 일환으로 6명의 배우가 대본도 없이 상황에 따라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공연을 주 4회씩 소화했었다는 손씨는 “긴장의 연속이던 이때의 경험이 작가로서 실력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당시 수업 파트너였던 지니 리즈와는 수차례의 공연을 같이 준비하면서 호흡을 맞췄고 이후에도 여러 개의 TV 시리즈를 같이 제작하며 활동 중이다.
다방면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도전하며 꿈을 이뤄가고 있는 손씨는 “미국 주류사회에서 한인들의 직업적 활동 영역이 더욱 다양하게 넓어지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연극 ‘언패킹(Unpacking)’은 맨하탄(145 6th Ave.)의 HERE 극장에서 13일까지 수~토요일은 오후 7시, 일요일은 오후 2시에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