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테러’보다 ‘건강’이 가장 큰 걱정

2017-07-27 (목)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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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인 '신앙과 염려 상관관계'

▶ 페이먼트 지불·주택강도 등 생활밀착형 우려 높아

‘테러’보다 ‘건강’이 가장 큰 걱정

신앙이 단단하면 걱정 근심도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걱정은 하루도 대부분 인간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절대적인 사랑과 전능한 파워를 베푸는 하나님을 믿는다는 크리스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자신의 건강 문제는 언제나 가장 큰 염려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승리를 차지한 배경에는 보수적인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인들의 몰표가 결정적인 힘을 발휘했다. 남부의 전통적인 ‘바이블 벨트’ 지역은 물론 동북부 지역 백인 개신교인의 숨은 표심이 트럼프에게 몰렸다. 기독교 윤리와 접점을 찾기 힘든 생활로 유명세를 떨친 트럼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공로자들이 역설적으로 보수적인 백인 개신교인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고 반년이 지난 지금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인들의 관심과 바람은 무엇일까. 이들의 염려는 테러나 무역 역조에 쏠려 있는 게 아니다. 자신과 가정의 건강 그리고 매달 페이먼트를 제대로 낼 수 있는 것, 가정의 안전이 최우선 관심 사항이다.


크리스티애너티 투데이(CT)는 25일 종교와 종파 그리고 신앙적 열성을 기준으로 염려와 걱정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인들의 관심 사항에는 ‘테러’보다 ‘건강’과 ‘각종 페이먼트 지불’이 훨씬 중요한 목록으로 올라 있다고 보도했다. 거창한 글로벌 이슈가 아니라 일상생활의 염려가 트럼프 지지층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이다.

CT는 최근 퓨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백인 보수 개신교인 조사 대상자의 75%가 ‘개인 건강의 위기’를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비교해 ‘테러 희생자’가 될까 우려도 있다는 대답은 66%, ‘대규모 총기 사살 사건’에 희생될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는 답변은 38%에 불과했다.

가장 큰 걱정거리를 묻는 질문에는 26%가 ‘건강 문제’를 꼽았고 ‘테러’가 15%, ‘총기 사건’은 5%에 머물렀다. 이 분야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각종 페이먼트 지불’을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대답했으며, ‘괴한의 주택 침입’이 세 번째, ‘테러’가 네 번째, ‘실업’이 다섯 번째, ‘폭력 범죄’가 여섯 번째, 마지막 순서는 ‘대규모 총기 사살 사건’이 차지했다. 정작 백인 보수 개신교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에서 생활 밀착형 국내 이슈가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우려는 다른 조사 집단에서도 가장 큰 이슈로 나타났다. 가톨릭 신자의 경우 90%가 개인 건강에 대한 걱정을 밝혔고, 흑인 개신교인의 88%, 백인 진보 개신교인의 86%, 무종교인인의 84%가 여기에 포함됐다.

주일예배 등에 참가하는 비율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주 예배 등에 참석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76%가 ‘건강’을 걱정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집단에서는 수치가 86%로 높아졌다.

또 퓨리서치는 매주 예배에 참석하고, 매일 기도하며, 신앙이 삶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밝히고, 확신을 갖고 하나님을 믿는 믿음을 기준으로 삼아서도 ‘건강’ 걱정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보다 더 적극적이고 신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77%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우려하고 있었지만, 신앙 헌신도가 낮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수치가 85%로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사람일수록 걱정과 근심에 덜 시달린다는 사실을 입증한 조사 결과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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