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를 기업화하나… 이사회 추진 통탄할 일”

2017-07-11 (화)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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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계 원로 박조준 목사 비판

▶ 17일 OC 목사 안수식 참석

“교회를 기업화하나… 이사회 추진 통탄할 일”

독립교회 종교개혁 500주년 포럼에서 박조준 목사가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



“믿음의 조상들의 핏값으로 많은 축복을 받은 한국교회지만, 이것을 우리의 공으로 착각해 교회가 기업화 돼가고 있으니 통탄할 일입니다. 시대적인 파수꾼의 사명을 감당키 위해 모두 교회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합니다.”

박조준 목사는 일부 대형교회가 아예 이사회를 조직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효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사람을 쉽게 부리고 해고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목사는 서울 영락교회와 갈보리교회 담임을 거친 교계의 존경받는 원로다. 한국에서 국제독립교회연합회를 설립하고 교단 가입을 거부하는 독립교회를 연합하며 건강한 교회로 세우는 사역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17일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한 하나교회에서 미주지역 목사고시를 통과한 예비목사들을 위해 안수식을 가질 예정이다.

“중세에 일어났던 종교개혁이 그때로 끝났다면 사실 개혁의 의미는 시들고 말 것입니다. 교회는 배와 같고 세상은 바다와 같은데 바닷물은 계속 배안으로 알게 모르게 스며듭니다. 교회의 세속화가 이렇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박 목사는 교회가 세속화하면 교회로서 사명을 다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배는 물위에 떠있어야 구실을 할 수 있는데, 배안에 물이 차버리면 물속으로 가라앉아 제대로 구실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교회는 세상의 소금인데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아무 쓸데없어집니다.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죠. 교회가 교회로서의 사명을 감당 못하면 교회의 존재가치가 없어지고 그 운명이 비참해집니다.”

배에 조금씩 물이 차들어 오는 걸 모르듯이, 목회자와 교회가 조그만 거짓이나 타협을 거듭하다 보면 나중에 큰 부정에도 무감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박 목사는 안타까워했다. 또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새 물들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종교개혁 500년이 지난 지금 교회가 많이 세속화되었는데 모두 지도자들의 책임입니다. 성경을 덮어놓고 믿으라 하지 말고, 영성과 학문이 균형을 이루는 목회자가 돼야 합니다. 교회다운 교회가 아름답고, 목사다운 목사가 아름다운 거지요. 크고 유명하다고 해서 진실도 아니고 아름다운 것도 결코 아닙니다.”

목사는 동네북이 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편하고 대접받는 자리를 탐내지 말고, 이런저런 사람들이 온갖 이야기를 털어놓는 목회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는 못해도 교회는 해 주길 바라고, 나는 못해도 목사는 하길 바라는 게 인지상정이에요. 목사는 ‘심령’을 상대해야 합니다. 영혼을 봐야지 돈, 권력, 학력을 보면 안돼요. 선거철마다 지역구 교회에 대여섯 개씩 등록하는 정치인들이 많습니다.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니까 정치에도 이용당합니다.”

국회의원이나 대학총장이라고 다른 성도와 다를 게 없다고 박 목사는 강조했다. 목사는 돈과 권력 앞에서 당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1만원이면 먹고도 남도록 식사할 수 있어요 왜 비싼 특급호텔에서 모임을 가져야 합니까? 교인의 눈높이에 맞춰야 합니다. 물질을 따르는 사람은 물질로 끝납니다. 제가 당대에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 목사는 “자신만 예수 잘 따르면 오케이”라고 말했다. 그러다보면 돕는 사람이 반드시 생기고 주변과 세상에 소망을 줄 수 있다고 당부했다. 박 목사는 지금까지 교회에서 생일잔치를 받아 본 적이 없다. 어차피 전 교인이 참여할 수 없는데, 목사가 돈 많은 일부 교인들과 잔치를 가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쓴소리를 해도 별로 듣지 않습니다. 그래도 해야지요. 듣고 안 듣고는 그들의 몫이고, 저는 선배로서 말해야죠. 아예 가망이 없어보기도 하지만, 엘리야 선지자 때처럼 곳곳에 우리가 모르는 알곡 같은 교회와 목사가 있기 마련입니다. 하나님은 실패하지 않으십니다. ”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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