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황청 회계책임자 돌연 사임

2017-06-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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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정개혁 지지부진 탓 지적

교황청 회계책임자 돌연 사임

사퇴한 교황청 회계책임자 리베로 밀로네 <연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2년 전 재정 개혁을 위해 임명한 교황청의 회계 책임자가 돌연 물러났다. 교황청은 20일 성명을 내고 교황청 회계 책임자인 리베로 밀로네(68)가 19일 사표를 제출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를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교황청은 “상호 합의에 의해 밀로네와 교황청의 관계가 종결됐다”며 후임을 물색하는 절차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이탈리아 지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밀로네는 30년 넘게 회계업무를 수행한 전문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리와 부패에 물들었다는 의혹에 시달려온 교황청 재정 상황을 투명하게 개혁하기 위해 2015년 6월 그를 교황청 회계 책임자 자리에 앉혔다.


사퇴 이유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2021년까지가 임기인 그가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호주 출신의 추기경인 조지 펠 교황청 재무원장이 주도하는 교황청 재정개혁 노력이 지지부진한 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밀로네가 업무를 시작하고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은 2015년 10월에 교황청은 그의 노트북 컴퓨터에 대한 해킹 시도를 적발함에 따라 개혁에 반대하는 내부 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음이 드러났다.

이어 작년 4월에는 교황청이 세계적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PWC)에 맡겨 사상 처음으로 시행하던 외부 회계 감사가 중도 보류돼 개혁에 저항하는 기존 세력과 펠 추기경이 주도하는 개혁 세력 간 갈등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펠 추기경을 위시한 개혁 세력은 그동안 대표적인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된 교황청 은행 격인 종교사업기구(IOR)와 교황청의 주식과 부동산을 관리하는 사도좌재산관리처(APSA) 등의 감독 강화와 개혁 작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회계 책임자인 밀로네의 이번 사퇴는 가뜩이나 힘이 빠진 펠 추기경에게 또 하나의 타격으로 작용하며 교황청의 재정 개혁 노력은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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