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함 없는 믿음은 가짜' 90대 노장로의 신앙고백

2017-06-20 (화)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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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비로 성경 현판 제작 배포하는 김동원 장로

‘행함 없는 믿음은 가짜

김동원 장로는 94세의 고령에 믿음의 현판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해도 절대자의 시간 속에선 점 하나도 되지 못한다. 짧은 인생을 하나님과 동행하다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지는 게 그리스도인의 길이다. 그래서 믿음은 기독교인에게 처음이자 끝이 돼야 한다.

하지만 교회 안에서는 난무하는 믿음이 울타리만 벗어나면 맥을 못 춘다. 세속적 가치와 부딪힌 믿음은 그대로 힘을 상실한다. 그런 믿음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과연 믿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김동원 장로는 얼마 전부터 조그만 현판을 주변에 나눠주고 있다. 자비를 들여 간판가게에 의뢰해 제작한 것이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믿음이 아니다.’ 현판은 야고보서 2장에 담긴 성경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그가 배포하는 현판은 벌써 양로병원과 한인타운 약국, 보험 사무실, 교회, 노인 아파트, 시계 가게 등에 걸리고 있다.

올해 94세인 김 장로에게 믿음은 더욱 절실한 과제다. 남들은 노익장에 놀라기도 하고, 더러는 ‘그 연세에…’하며 만류하기도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하나님을 알아가며 따라가는 여정에 나이는 애초부터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공짜가 아닙니다. 한 개에 제작비 25달러를 내고 가져갑니다. 동감하니까 돈 주고 가져가는 겁니다. 영적으로 통하니까 말이 됩니다. 나도 그럴 만한 사람만 골라 제안합니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가짜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절대 돈 내고 가져가지 않죠.”

약관 30세에 장로가 된 그는 60여 년 세월 동안 ‘믿음과 행함’이라는 절대 공식을 추구해 왔다.

“입으로 믿어 시인하면 구원 받는다는 교리에 머물러 교회가 죽어 갑니다. ‘믿음은 어떤 게 믿음이냐’ 이걸 제대로 알지 못 해요. 믿음이 아닌 것을 자꾸 믿음이라고 하니까 젊은이들이 교회에 나오질 않는 거예요. 부모들이 사는 행동에 믿음이 따라오지 않으니까…”

김 장로는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온 이유도 이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대인들이 말로만 믿음을 떠드니까 하나님의 나라의 복음을 직접 전파하며 믿음의 실체를 보여 줬다는 것이다.

“기독교를 바로 잡는 운동이 필요해요. 어려운 거 아닙니다. ‘행하지 않는 믿음은 믿음이 아니다.’ 이것만 바로잡으면 돼요. 목사님들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 ‘행함은 어렵지 않느냐’고 해요. 믿음의 가치를 이론적으로만 알고 살아서 그래요. 힘든 걸 하는 게 믿음이에요.”


김 장로는 “신학교 자체가 잘 못 됐다”고 여러 번 말했다. 그러니 “목사가 교인들에게 잘 못 가르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본인의 90평생에 “실천하지 않으면 가짜 믿음이라는 설교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아무도 안 하니까 내가 하는 거죠. 누가 했으면 그저 도왔겠지요. 다음 주부터 아는 교회들을 방문해 현판을 붙여 달라고 할 겁니다. 붙이는 거 반대할 사람 있겠어요? 손해 볼 것도 없는데. ”

이전에 김 장로는 몇 차례 모임을 만들려 시도했지만 미미했다. 고령에 사람을 모은다는 건 어려운 시도였다. 그래서 혼자 현판 걸기 운동에 나선 참이다.

“하나님의 명령이니까요. 예수님이 원하시는 일을 하는 것이죠. 하나님의 뜻이 이 땅 위에서 이뤄지는 게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입니다.”

김 장로는 한국에서 청파감리교회 장로를 지내고 이민 온 후에는 글렌데일연합감리교회를 시무장로로 섬겼다. 부친 김성식 목사는 배재고보와 연희전문 신학과를 나와 만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교회와 학교를 세워 우리말로 교육했다. 밸리연합감리교회 담임이던 김동형 목사와 한국에 있는 김동걸 목사가 그의 아우들이다. USC 전자공학과 학과장인 김은석 교수는 김 장로의 아들이다.

문의 (818)823-4836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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