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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교회’ 의 6단계 과정… 혹시 우리교회는?

2017-06-14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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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30년 걸리던 사망 주기 10년으로 빨라져

‘죽어가는 교회’ 의 6단계 과정… 혹시 우리교회는?

건강한 교회로 지속적으로 부흥하려면 안팎의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① 위기상황 부인
② 표면적 변화 모색
③‘네 탓’하며 분노
④ 교인들 탈출행렬
⑤ 자각보다 절망
⑥ 시설 팔고 사망

현실을 직시하는 교회는 지속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교회의 안팎 상황을 외면하고 원하는 모습에만 눈길을 고정한다면 결과는 ‘사망’ 뿐이다. 미국 최대의 기독교 자료 및 데이터 공급 단체인 라이프웨이 그룹은 내년 안으로 미 전역에서 7,000개 내지 1만 개의 교회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누구도 자신의 교회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나의 교회’가 이처럼 사망 통보서를 받은 명단에 올라 있을 수 있다. 이민교회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시각에 따라서는 오히려 이민교회의 상황이 더 나쁠 수도 있다.


‘죽어가는 교회’는 어떻게 상황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을까? 라이프웨이 그룹 대표인 톰 레이너 목사는 12일 자신의 칼럼에서 교회가 죽어가는 대표적인 여섯 가지 단계를 소개했다.

교회가 죽어가는 증상은 불치병에 걸린 사람의 반응과 비슷하다. 가장 먼저 보이는 증상은 교회가 처한 위기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 ‘부인’의 단계다.

이런 교회에서는 아무리 예배를 드리고 설교를 듣고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실제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접하는 교인이 거의 없기 마련이다. 교회가 서 있는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미미하다. 성도도 줄어들지만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아무런 일이 없는 것처럼 교회는 겉으로 태평할 뿐이다.

교회의 이상 현상을 무시하는 ‘부인’의 단계를 거친 뒤에는 비로소 ‘재평가’ 단계에 접어든다. 교회가 잘 못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문제점을 찾으려 하는 시간이다. ‘죽어가는 교회’는 이런 시기에 보통 두 개의 길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하나는 이제까지 걸어 온 ‘잘못된 길’을 더욱 열심히 달려가는 것이다. 이미 그 길은 효과가 없다는 게 입증됐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또 다른 하나는 ‘마법의 지팡이’를 찾는 길이다. 교회를 단 번에 되살릴 수 있는 묘약을 구하는 것이다. 새로 프로그램을 짜고, 아예 새 목사를 청빙하기도 한다.

하지만 ‘죽어가는 교회’의 진짜 속마음은 아무런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어려움이나 번거로움을 수용할 용의가 전혀 없다. 변화보다는 그저 부분적인 수정 또는 교정 정도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단계는 ‘분노’다. 목사나 교인들은 이제 ‘마법의 지팡이’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서로 책임 공방전을 벌이고 남의 탓을 할 시간이다. ‘이건 교단의 잘못이다.’ ‘젊은 세대가 이전부터 해 오던 것을 존중하지 않아서 이렇게 됐다.’ ‘세상 문화가 엉망이 돼서 그렇다.’ ‘교회를 떠난 사람들 때문에 사정이 악화됐다.’ 남을 향한 비난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교회 안에 분노가 들끓는다.


다음 네 번째 단계의 특징은 ‘탈출’이다. 이 시점에 오면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나머지 교인도 예배에 결석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주일 아침 예배는 황량해지고, 교회 안을 맴도는 분노조차 사그라지면서 의기소침한 기운이 교회 안에 팽배해진다.

그리고 다섯 번째 ‘절망’의 단계에 교회는 접어든다. 교회가 ‘죽어가는 과정’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이 단계에서 목사와 교인들은 자신들이 새로운 생각과 변화에 마음의 문을 열어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후회조차도 뚜렷한 ‘자각’ 보다는 ‘절망을 담은 한탄’에 머물 뿐이다. 교회가 얼마 못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된다.

마지막은 그야말로 ‘사망’의 단계다. 이 시기에 ‘죽어가는 교회’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다른 교회에 시설과 장비를 넘기는 것이다.

더구나 교회가 ‘부인’의 단계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과거에는 평균 30년이 걸렸지만, 오늘날 그 과정은 10년 미만으로 짧아졌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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