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합감리교“동성애자 감독 선임은 위법”판결

2017-05-09 (화)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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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감리교“동성애자 감독 선임은 위법”판결

교계 동성애 입장 바뀌나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문제는 교계의 첨예한 이슈다. 특히 동성애자를 목회자로 안수하거나 교단의 지도자로 선출하는 데는 이민교회에서 반대 의견이 압도적인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연합감리교회(UMC)의 총회사법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동성애자의 감독 선임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연합감리교는 미국장로교(PCUSA), 성공회 등과 함께 주류 사회에서는 소위 ‘메인라인 교단’으로 불린다. 침례교 및 오순절 계열의 ‘복음주의 교단’은 동성애를 비성경적이며 하나님의 창조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로 규정하고 완전히 반대한다. 이와는 달리 ‘메인라인 교단’에서는 동성애 허용의 목소리가 높다.

PCUSA와 성공회는 이미 동성 결혼을 허용하고 동성애 목회자를 인정하고 있으며 연합감리교는 총회가 열릴 때마다 동성 결혼 허용을 요구하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교단 내에서 동성결혼 찬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연합감리교의 최고 사법기관이 동성애자 목사를 감독으로 뽑은 게 교단법에 어긋난다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현재 동성애를 반대하는 연합감리교 목사들 중에는 아예 교단을 쪼개 각자의 믿음대로 나가자는 주장도 확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번 판결이 나옴에 따라 연합감리교단의 향후 발걸음이 어떤 방향을 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총회사법위원회 판결문에 따르면 “적법성에 관한 오랜 원칙하에 어떤 개인이나 단체도 교회법을 위반하거나, 무시, 혹은 무효화 할 수 없다. 지역총회나 해외지역총회의 어떠한 지역 감독회가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동성애자로 생활하는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위법”라고 밝혔다.

연합감리교 서부 지역총회는 지난해 7월 스스로 동성애자 임을 밝힌 커렌 올리베토 목사를 감독으로 선출했다. 서부 지역총회는 콜로라도 주 덴버를 중심으로 몬태나 주, 유타 주, 와이오밍 주와 아이다오 주에 소재한 교회를 관할하고 있다. 감리교 감독은 해당 지역에서 수백 개의 교회와 소속 목회자를 이끄는 막강한 관리자의 권한을 행사한다.

이에 중남부 지역총회는 올리베토 감독선거의 적법성에 관한 네 개의 질문을 담은 청원서를 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사법위원회는 이에 대해 연합감리교회 장정 304.3조 2702.1(b)항의 금지 조항의 의거해 “동성관계에 있는 목회자의 신분과 더불어, 권위 있는 행정기관에서 발행한 동성 결혼 증명서는 그 사람이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밝히고 생활하는 사실에 대한 공식적인 표명”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연합감리교 교회법에 따르면 “모든 성직자들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최고에 합한 삶을 살아야 하며, 여기에는 결혼에 관한 교회의 정의와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따르고 지키며 살아가겠다는 헌신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또 판결문은 “동성애자임을 밝히거나 동성 관계에 있는 감독 본인뿐 아니라, 스스로를 동성애자라고 밝히고 동성애 생활을 하는 감독의 선출과 임명에 참여한 다른 감독들과 목회자들도 사법적 혹은 행정적 절차를 통해 교회법 위반으로 기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총회사법위원회는 커렌 올리베토 감독은 행정절차나 사법절차가 종결될 때까지는 잠정적으로 감독의 직위를 유지하게 된다고 밝혔다.
연합감리교“동성애자 감독 선임은 위법”판결

연합감리교 총회사법위원회가 위법 판결을 내린 커렌 올리베토 감독.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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