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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아동들의 ‘등불 스님’, 캄보디아서 10년째 후학양성

2017-05-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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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종 성관 스님

빈민아동들의 ‘등불 스님’, 캄보디아서 10년째 후학양성
수원포교당 주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등을 지내면서 실천불교전국승가회의 의장까지 역임했던 성관 스님이 2004년 사단법인 로터스월드를 설립, 가난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로터스월드가 2006년 캄보디아 시엠레아프 주 외곽에 개원한 로터스월드 캄보디아 아동센터 ‘BWC’(Beautiful World of Cambodia)가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BWC는 개관 직후 가난하지만 똑똑하고 배움의 열망이 큰 어린이 76명을 선발해 수학, 영어, 과학, 미술, 음악, 한글, 태권도를 무료로 가르쳤다.

심지어 기숙사까지 만들어 먹고 자는 걱정 없이 오로지 배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최고의 교육환경을 제공했다. BWC에서 진행하는 이런 교육시스템은 캄보디아 정부가 벤치마킹해 공교육체계에 활용할 정도로 큰 성과를 거뒀다.


맨발로 돌아다니며 자기 이름 하나 제대로 쓸 줄 몰랐던 가난한 시골 마을의 아이들이 BWC의 교육을 받고 어느덧 대학교 4학년이 됐다. 캄보디아의 가난한 집안의 어린이 7명이 10년 만에 대학생의 꿈을 이룬 것이다.

중앙 불교 무대에서 조계종 총무부장까지 하던 성관 스님이 캄보디아와 10년 이상 인연을 이어가게 된 동기는 1996년 앙코르와트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성관 스님은 “실천불교전국승가회가 중심이 돼 이끌었던 불교개혁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도반들과 함께 앙코르와트를 갔는데, 50여 명이 넘는 거지가 따라오더라”면서 그때의 충격을 여전히 잊지 못했다.

그는 “앙코르와트 같은 장엄하고 아름답고 과학적인 문화를 창출한 캄보디아 민족이 처참한 빈곤에 시달리는 것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아서 가난 때문에 고통받는 캄보디아 아이들을 위해 여생을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면서 “내 갈 길이 정해지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성관 스님은 수준 높은 교육이야말로 빈곤에서 벗어나 발전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 믿고 빈곤청소년들에게 교육을 통해 자립과 자활 의지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

교육에 필요한 학교용지를 찾아 나선 성관 스님은 캄보디아 정부의 도움을 받아 시엠레아프 주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국유지를 무상으로 받아 BWC를 지을 수 있었다.

10억원이 넘는 건립비용을 마련하느라 무척 힘이 들긴 했지만, 지금은 캄보디아 내에서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은 것에 보람을 느낀다.

한국사람들 일부는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데 왜 굳이 외국에다 이렇게까지 잘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물어보기도 했다.

이에 성관 스님은 “우리나라도 한국전쟁 이후 세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지금의 경제적 번영을 누리지도 못했을 것”이라면서 “가난한 이웃과 함께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지금 우리나라가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 곧 국격을 높이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성관 스님은 교육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나서는 지역 주민을 위한 의료지원과 환경개선사업도 벌이고 있다.

성관 스님은 “‘로터스월드가 없었다면 시골에서 살고 있을 제가 지금은 대학을 가는 꿈을 꾼다. 로터스월드는 나의 모든 것’이라고 말한 한 아이의 인터뷰를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앞으로 대학을 건립하는 것이 꿈이다. 15∼20년 후에는 캄보디아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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