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톨릭 미사 한국어 경본 41년만에 바뀐다

2017-03-29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크게 작게

▶ “또한 사제와 함께”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 등

▶ 로마 미사 경본 원문에 최대한 충실하도록 고쳐

가톨릭 미사 한국어 경본 41년만에 바뀐다

가톨릭 신자들이 교회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다. 성당의 미사 경전이 12월부터 41년만에 바뀐다.

■ 12월3일 대림절 제1주일부터 변경

가톨릭 교회에서 집전되는 미사가 41년 만에 변화를 겪게 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017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교황청 사도좌로부터 추인된 새로운 로마 미사 경본으로 오는 12월3일 대림절 제1주일부터 미사를 봉헌한다고 27일 밝혔다. 로마 미사 경본은 미사 거행에 필요한 경문과 규범을 종합한 책자다. 로마 미사 경본이 교황청의 승인을 받아 한국어판이 나오는 것은 지난 197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로 41년 만에 미사 경본이 바뀌는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12월부터 천주교 미사 도중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는 사제의 말에 “또한 사제와 함께”라고 답하는 신자들의 답변이 “또한 사제의 영(靈)과 함께”로 바뀐다. 이는 라틴어 원문인 ‘엣 쿰 스피리투 투오’(Et cum spiritu tuo)에 가깝게 바뀌는 것으로, 라틴어 스피리투스(spritus)는 영어로는 스피릿(spirit) 즉 사제서품 때 받은 성령을 뜻한다.


또 성찬 제정문 가운데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라는 문구는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로 원문에 충실하게 바뀌게 된다.

주교회의는 “로마 미사 경본과 차이가 나는 우리말 미사 경본을 최대한 원문에 충실하도록 고친 새 미사 경본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 최대의 가톨릭 교구로 꼽히는 밀라노에서 한국을 깜짝 언급하며 한국에 대한 평소의 애정을 드러내 화제다. 교황은 25일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 있는 밀라노 대성당에서 지역 사제와 수녀, 부제 등 종교 지도자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한국 천주교 역사를 잠시 소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황은 이 자리에서 “수도원 가족들이 늙어가고, 인원도 줄어들어 걱정”이라는 한 수녀의 질문에 답하며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교황은 “숫자보다는 하느님의 섭리를 믿고 증인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날자 교황청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 실린 기사를 읽다가 한국이 문득 떠올랐다”고 말했다.

교황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신자들 틈에 섞여 봉사하는 수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기사에서 “‘예수님, 왜 그 민족을 그렇게 내버려 두십니까?’라는 수녀들의 질문을 접하고 한국 사람들이 생각났다”면서 “한국에 천주교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3∼4명의 중국 선교사가 있었으나, 이어 두 세기 동안에는 (복음의) 메시지가 평신도들에 의해서만 전파됐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이처럼 주님의 길은 그분께서 원하는 대로”라고 덧붙였다. 교황의 이 같은 발언은 교황청 TV 방송 CTV로 생중계돼 이탈리아뿐 아니라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됐다. 교황청의 한 관계자는 교황이 평소 한국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평신도로부터 자생적으로 신앙이 전파된 것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과 한국인에게 상당한 관심과 애정을 지니고 있다며 “이번 교황의 말씀은 한국에 대한 평소 호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