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어린이 신앙교육 절실… 영적 두려움 커”

2017-03-21 (화) 유정원 종교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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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나라 아이들과 달리 ‘귀신’ 더 무서워 해

▶ 가정 예배·기도 등 생활속 신앙심 키워줘야

“한인 어린이 신앙교육 절실… 영적 두려움 커”

교회의 자녀 신앙교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자녀를 위한 2세 신앙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인 어린이의 영적 상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자료는 미미한 실정이다.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유독 ‘귀신과 괴물’에 두려움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영적이고 비현실적인 대상이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민교회 교육 관계자들은 한인 가정과 교회의 신앙교육의 현주소를 근본적으로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독교계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은 지난 15일 시리아 내전 6주년을 맞아 시리아 아동을 비롯해 한국, 캐나다, 호주 등 7개국 어린이의 두려움과 꿈에 대한 인식을 담은 ‘두려움과 꿈’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와 평화로운 나라 등 총 7개 국가(시리아, 대한민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독일, 아일랜드)에서 살고 있는 7세부터 17세까지 청소년을 각각 100명씩 선정해 ‘두려움 및 꿈에 대한 생각’을 질문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들은 절반이 넘게 ‘귀신이나 괴물’에 큰 두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전쟁이나 거미 등 다른 나라의 어린이들이 갖는 두려움의 실체와는 상당한 괴리를 보인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시리아의 경우 아동의 43%가 ‘전쟁과 폭격’을 가장 두려운 대상으로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캐나다 어린이들은 73%가 ‘어둠과 거미’를 가장 무서워하고 있었다.

독일 어린이 중에는 ‘전쟁과 테러’가 가장 무섭다는 답변이 64%를 차지해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일부 이슬람 세력에 의한 테러가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에서도 ‘전쟁과 테러’를 35%의 어린이가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으로 손꼽았다.

아일랜드 어린이들은 31%가 ‘전쟁과 유괴되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응답했으며, 뉴질랜드의 경우 아동의 38%가 ‘상어와 높은 곳’을 가장 큰 공포의 대상으로 지적했다. 이와 같은 어린이의 두려움 대상을 분석해 보면 한국 어린이들은 상당 부분 추상적이고 신비한 영역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분류된다. 전쟁, 테러, 유괴 등의 극한 외부적 상황은 물론 거미나 상어, 어둠과 높은 곳 등 주변 상황에서 오는 두려움 보다는 귀신이나 괴물을 더 무서워하는 독특한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영적인 상태와 세계를 주요 사역 범주로 포함하는 기독교인과 교회로서는 남다른 관심과 우려를 기울 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민교회에서 어린이 및 청소년 사역을 담당하는 교역자들은 “신앙 교육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조사 결과”라면서 “한인 교회와 가정에서 자녀의 신앙을 지도하는 시스템과 내용을 보다 실제적이고 현실에 맞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자녀들이 영어권이라고 해서 무작정 주류 교회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따라가는 게 이민교회의 실정”이라며 “그러다 보니 한인 가정 및 가치관과는 동떨어진 교회 교육이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주일학교에 신앙교육의 모든 것을 맡기고 방관하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자녀에게 건강한 영성과 정신세계를 키워주기 어렵다”며 “평소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가정예배와 기도 시간을 갖는 등 생활화 된 신앙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유정원 종교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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