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이 공룡과 한판 겨루기 전에 가슴을 치며 워밍업을 하고 있다.
산더미만한 킹 콩이 다시 돌아왔는데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다. 올해가 이제 불과 석 달 째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내게 있어 올해 최악의 영화로 이야기란 보잘 것 없는 특수효과 위주의 꼴불견이다. 후반이 전반보다 더 엉터리인데 특수효과가 판을 치면서 얘기가 초점을 잃고 영화 속 인물들처럼 갈팡질팡하면서 질질 끌고 가 지루하기 짝이 없다.
킹 콩 영화는 스톱모션으로 킹 콩을 만든 페이 레이 주연의 ‘킹 콩’(1933)과 제시카 랭이 나오는 ‘킹 콩’(1976) 및 네이오미 와츠가 주연한 ‘킹 콩’(2005) 등 여러 편이 있는 인기 품목인데 이번 것은 3류에 속한다.
이 허우대만 거대한 영화는 ‘킹 콩’과 베트남 전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짬뽕한 액션모험 영화인데 내용이나 특수효과 등이 다 터무니가 없어 실소가 터져 나온다. 본의 아니게 코미디가 된 영화로 크기만 하다고 잘 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타작이다.
서론 식으로 1944년 태평양 상공에서 두 대의 전투기가 섬으로 추락한다. 하나는 미군 파일롯 말로가 모는 전투기요 다른 하나는 일본전투기. 둘이 총과 칼을 사용해 격투를 벌이는데 절벽 아래서 킹 콩이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영화의 주인공은 여러 배우가 아니라 신장이 산의 높이만한 킹 콩이다.
이어 때와 장소는 베트남 전이 한창인 1973년의 워싱턴 D.C.로 이동한다. 고고학자로 추정되는 빌 란다(존 굿맨)가 정부의 재정지원을 얻어내 태평양 상의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섬을 탐험하러 떠나면서 일단 사이공에 도착한다. 여기서 빌을 도와 이 섬으로 함께 가는 자가 막강한 군인정신으로 무장된 팩카드 중령(새뮤얼 L. 잭슨이 아이가 만화 보며 즐기듯이 엉터리 영화를 즐긴다)과 그의 부하 채프맨 소령(토비 케벨)과 이들의 부하들.
여기에 반전주의자인 여자 사진작가 메이슨 위버(브리 라슨-작년에 ‘룸’으로 오스카 주연상 수상)와 탐험가이자 길잡이인 콘래드(톰 히들스톤-올해 TV시리즈 ‘나잇 매니저’로 골든 글로브 주연상 수상).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왜 이 영화에 나왔는지 궁금하다.
이들이 섬의 탐험에 나서면서 자기가 사는 신성한 지역을 침범한 것에 노발대발한 킹 콩이 이들이 탄 헬기를 비롯해 인간들을 찢고 밟고 씹으면서 유린하는데 킹 콩 뿐 아니라 거대한 공룡과 메뚜기와 파충류들이 이에 합세해 사람들을 도륙한다. 킹 콩은 사람만 잡을 뿐 아니라 공룡을 비롯한 자기 이웃들과도 싸우느라 바쁜데 킹 콩과 거대한 낙지(문어?)와의 대결이 가관이다. 킹 콩이 생 낙지 다리를 소주도 없이 맛있게 씹어 먹는다.
탐험대는 잃어버린 종족인 원주민들과 함께 사는 수염을 잔뜩 기른 말로(존 C. 라일리)를 만나고 킹 콩의 무차별 살육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그와 함께 귀국한다. 킹 콩이 물에 빠진 위버를 구출해 자기 손 바닥 위에 올려놓는 장면과 킹 콩과 공룡의 격투 그리고 잃어버린 원주민 등은 다 1933년 영화에서 빌려온 것이다. PG-13. 조단 보그트-로버츠 감독.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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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