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서의 남쪽 전망(Agua Dulce).
여러 해에 걸쳐 누적된 가뭄으로 목이 타던 우리 가주였는데, 옥경의 상제께서 이만하면 우리들이 물의 소중함을 충분히 깨달았을 것으로 판단하셨는지, 그 동안 아껴두셨던 비를 한꺼번에 다 내려 주시는가 싶은 요즈음이다. 있을 때에 아끼고 절약해야 하는 것이니 만큼, 물에 관한한 그 귀함을 잊지 말고 계속해서 자린고비로 남아 있어야겠다.
요즈음같이 비가 자주 내릴 때에는 LA주변의 고산에는 눈이 내린다고 봐야 하므로, 주말을 이용하여 등산을 즐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느 산을 가야할지 망서리게 된다. 높은 산을 가서 눈 구경을 할까, 아니면 안전을 기하기 위해 낮은 산을 갈까. 눈이 귀한 우리 남가주에서 설경을 보는 기꺼움이 작은 것은 아니지만, 이는 잘 짜여진 산악회의 일원이 되어 그들과 함께 가는 것은 그래도 가당한 일이라고도 하겠으나, 소수의 인원으로 산행을 하는 분들이면서 특히 등산이 아주 익숙한 분들이 아니라면, 눈과 추위라는 위험을 고려하여 함부로 나설 일은 아니다. 이런 면에서도 ‘산을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는 선배 산악인들의 경고는 잘 새겨야 할 귀한 가르침이라 하겠다. 결국, 산이 그다지 높지 않아 적설의 위험이 적고, 그늘이 별로 없어 여름에 가기는 다소 곤란한 그런 산을 가는 것이 요즘같은 시기에는 아주 바람직한 선택이라 하겠다. 높은 산은 여름에 가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팜데일 인근의 Mt. McDill(5,187’ )을 소개한다. 전반적으로 험준한 형세의 Angeles National Forest에 속하긴 하지만, 이 산 주변의 산세는 대체로 선이 부드럽고 바위가 적은 육산의 특질을 띠고 있어 걷기에도 보기에도 편안하다. 등산의 과정이나 정상에서의 전망이 거칠 것이 거의 없다. 사방에 걸쳐 대단히 평화롭고 전원적인 풍경을 즐길 수 있다.
19세기에 이 땅에 정착한 유럽인들이 부여한 이 산의 최초의 이름은, 가주지사를 역임(1883~1887)한 George Stoneman의 이름을 딴 Stoneman Mountain이었다. 1920년대에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는데, 인명으로 생각되는 ‘McDill’에 대해 알려진게 없다고 한다. 그저 이 지역에 살던 한 주민이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란다. 어떤 사람이었기에 주지사를 역임한 분의 이름까지 밀어내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왕복 6.8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가 1,500’가 되므로 쉬운 산행이라 하겠다. 대략 왕복 3~4시간이 소요된다. 산행의 전 구간에 걸쳐 그늘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여 여름이나 더운 날은 피하는게 좋겠다. 정상 주위에는 연중 바람이 많이 부는 편이므로 바람막이 옷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완만한 능선의 Liebre Range.
▶등산코스
왼쪽에 있는 게이트를 지나서 등산을 시작한다. 때로는 게이트가 열려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더라도 차를 이곳에 놓고 걸어서 산행을 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이 산이 아마도 전력회사의 사유지로 생각되는데, 혹시라도 누군가가 게이트를 잠그면 하산 후에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점과 차로 가더라도 1마일을 간 이후에는 길이 아닌 등산로를 통하여 산행을 하게되므로, 거리나 시간의 절약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차도가 정상까지 이어지기는 하나 많이 우회하게 되고 또 갈래가 다소 복잡하여 초행인 경우에는 옳은 길을 찾아가기가 어려워 가외의 고생을 할 수도 있을 듯 하다.
길을 따라 앞으로 0.1마일을 가면 길이 왼쪽으로 굽었다가 곧 다시 오른쪽으로 펴진다. 대략 0.2마일 지점에서 길이 갈라진다. 왼쪽의 차도를 택하여 나아간다. 지금 따라가고 있는 길은 지도에는 Lincoln Crest Road로 표시되는 길인데, 송전선이나 송전탑과 거의 나란히 지나간다. 이들 송전용 시설을 건설 유지키 위한 도로로 보인다.
대략 1마일을 온 지점에 이르면 오른쪽 산기슭으로 작은 등산로가 시작된다. 송전선이 왼쪽으로 매우 가까운 지점이다. Ducks라고 일컫는 작은 돌탑이 있어 등산로의 시작점임을 알려준다. 약 1마일 남짓의 거리가 되는 이 등산로는 구불구불하지만 대체로 남동쪽 방향으로 나아간다. 오른쪽으로 산기슭을 끼고 총림을 관통하는 길인데, 왼쪽으로는 시계가 넓어 전망이 좋다. 정연하게 이어지는 여섯가닥의 송전선의 질서도 아름답고, Leona Valley의 전원적인 풍경도 아름답다. 중간에 아주 평화로운 분위기의 초원을 지난다. 가히 목가적인 풍경이라고 할 만 하다.
곧 다시 차도로 통합되어진다. 차도의 오른쪽 갈래를 따라가는데, 이제는 남쪽을 향하여 완만히 산을 오르는 형국이다. 대략 0.5마일을 가면 산의 능선에 올라서면서 좌우로 뻗어있는 또 다른 차도를 만난다. 왼쪽으로 뻗어있는 갈래를 따라간다. 대개는 이 부근에서 부터 세찬 바람을 만나게 된다. 이제 왼쪽은 언덕같이 야트막한 산줄기의 고점이 되고, 오른쪽은 덩치가 큰 이 Mt. McDill의 남쪽아래의 기슭이므로, 시계가 넓고 전망이 좋다.
일단 이 능선에 올라서면 동쪽으로 뻗어가는 길을 따라 왼쪽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에는 4개의 아주 완만하게 둥그스럼한 봉우리가 식별된다. 0.8마일쯤을 간 곳에 있는 두번째의 봉우리가 Mt. McDill이다. 길 왼쪽으로 30~40m쯤 떨어진 곳의 별로 크지 않은, 피아노정도 크기의, 바위 곁에 정상등록부가 있다. 통신타워가 있는 곳까지 갔으면 너무 멀리 간 것이다.
동서남북의 전망이 아주 넓고 평화롭다. 특히 남쪽으로 5마일 내외의 거리에 있는 Valley는 남가주로서는 예외적이라고 생각될 만큼 초목의 푸르름이 짙고 구릉이 아기자기 평탄하여, 동화속의 이상향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일어난다. Agua Dulce라는 커뮤니티이다. Sweet Water 또는 Fresh Water라는 의미이다. 인구가 약 4,000명 정도인데 85% 이상이 백인이며 중간소득이 100,000달러를 넘는다고 하니, 살기좋은 곳이 분명하다고 하겠다. 해발고도가 2,500’가 넘으며, 많은 영화를 찍은 곳이기도 하단다. Vasquez Rocks가 이곳에 있어 더욱 그러한가 보다. 바람이 없으면 따스한 햇볕아래 푹 쉬며 부드러운 조망을 즐길만한 편안한 곳이다.
▶가는길
LA한인타운에서는 우선 Freeway 101 N를 탔다가 170번으로 갈아탄다. 170번 Freeway가 5번으로 합쳐진다. 14번이 나오면 이를 타고 간다. Palmdale Blvd Exit에서 내려 좌회전한다. LA한인타운에서 여기까지 대략 60마일이다.
좌회전을 하여 서쪽으로 가는데, 길 이름이 Elizabeth Lake Road로 바뀐다. 이 길을 따라 8.3마일을 가면 왼쪽으로 Bouquet Canyon Road가 갈라진다. 여기서 좌회전하여 3.3마일을 가면 작은 언덕 위에 올라있게 된다. 이곳이 Lincoln Crest라고 불리는 곳이다. 왼쪽으로 비포장도로가 있고 차량통제 게이트가 있다. 오른쪽으로는 ‘Angeles Forest’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이곳의 적당한 빈터에 주차를 하는데, 게이트를 막지 않도록 유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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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