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콘서트로 꾸민 출판예배 신선

2017-02-23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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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정명 목사 증보판 기념, 설교 없애고 독후감·음악회로 꾸며

콘서트로 꾸민 출판예배 신선

송정명 목사 부부(가운데)가 음악회가 끝난 뒤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금까지 삶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밝히고 그분께만 영광 돌린다고 하면서, 은근히 나를 드러내기 위한 자기 과시가 겸손으로 채색된 채 밑바닥에 흐르는 것이 아닌지 염려도 됩니다.”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미주평안교회에서는 지난 18일 음악회가 열렸다. 음악회의 제목은 ‘우리 함께 걸어 행복한 그 길 출판 감사 음악회’였다. 월드미션대학교 총장 송정명 목사가 쓴 책의 증보판을 내면서 마련한 자리다. 흔한 출판 감사예배가 아니라 콘서트가 열린 것은 송 목사의 주장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홍수같이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또 목회자라면 비슷한 경험과 간증을 갖고 있어서 제 책이 특별할 것도 없어요. 책을 쓴다는 것도 고사했는데 주변의 강권과 도움으로 증보판을 내게 됐습니다. 그런데 출판 감사예배까지 하다니요. 그저 사람들이 모인다면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음악회가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이날 음악회에서는 목사들이 줄줄이 나서 설교와 축사를 이어가는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오랜 지기이며 동료인 나성영락교회 박희민 원로목사가 짧은 축사를 전했을 뿐이다. 그리고 미주성시화운동본부 이사장 최문환 장로가 인사말을 전했다.

대신 월드미션대학교 교수 남종성 목사가 독후감을 낭독했다. 남 목사는 “참으로 맑은 글이어서 마음에 결단을 갖게 하는데 송 목사님이 걸어온 40년 목회 여정이 은혜의 길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송정명 목사는 “책이 절판돼 재판을 하려니까 차라리 은퇴 이후의 사역을 담아 증보판을 내라는 권유와 기꺼이 비용까지 후원하는 바람에 이런 자리가 마련됐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음악회에는 남가주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음악인들과 단체들이 망라됐다. 송 목사의 후배와 제자들이 주도적으로 마련한 음악회인 만큼 무대는 면모는 만만치 않았다.

청소년들로 구성된 오페라캘리포니아 소년소녀합창단이 ‘하나님의 은혜’와 ‘지저스 더 세임’을 불렀고 세 개의 색소폰을 불어 기네스북에도 오른 정창균 목사가 재즈 가스펠의 진수를 선보였다.

글로벌메시아찬양선교단과 미주평안교회찬양대가 뒤를 이어 성가와 찬양곡으로 장내를 채운 뒤에는 최근 주류 음악계에서도 주목을 받는 소프라노 신선미 씨가 ‘하나님의 사랑’을 열창했다.

그리고 전문 음악인들로 구성된 라크마(LAKMA)콰이어가 수준 높은 성가곡을 합창했다. 마지막 순서로는 모든 출연진이 무대에 함께 나와 윤임상 교수의 지휘로 ‘축복’을 부르며 목소리와 마음을 하나로 묶었다.

이날 음악회는 교계의 출판문화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모임을 고사하는 원로와 끝내 기념을 남기려는 후배들의 겸손과 사랑이 빚어낸 작품이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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