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타 기사단 충돌 이어 보수파, 벽보 등 공격
▶ 9인 추기경자문단, 파격 발언불구 “개혁 지지”
로마 시내에 붙은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비방 벽보. 연 합 ><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상 생활 속에서 인간성을 존중할 것과 교황청내부의 부정 등에 대한 지적을 최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전에도 역대 교황들에게서 듣기 쉽지 않았던 파격적인 발언을 통해 경고와 회개의 메시지를 던졌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에 다시 시선이 쏠리고 있다.
더구나 가톨릭 교계 내부의 보수세력과의 긴장 관계까지 맞물리면서 여운을 담은 조용한 파문이 일고 있다.
진보적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작업에 대한 보수파의 반발이 가열되며 최근 들어 교황에 대한 비방이 잇따르자 13일 일부 추기경들이 교황을 옹호하고 나섰다. 교황청소속 9인 추기경자문단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최근의 사건들과 관련해 교황의 직무, 교황이 임명한 성직자들과 교황의 가르침에 대해 전면적 지지를 표명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추기경들은 교황에 대한 보수파들의 공격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 아래 이례적으로 교황의 개혁 작업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해 교황에 대한 지지가 굳건함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
이번에 성명을 낸 9인 추기경자문단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즉위 후 교황청의 재정 및 구조 개혁을 위한 자문 역할을 맡기기 위해임명한 추기경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국적은 이탈리아, 칠레, 오스트리아, 인도, 독일, 콩고, 미국, 온두라스 등이다.
교황은 12일 삼종기도에서 “십계명은 실질적인 살인에 뿐만이 아니라 모욕적인 언사를 포함해 인간의존엄성을 공격하는 행위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 “특히 이처럼 해로운 말은 심각한 행동의 전제이자 악의가 가득 찬 행동을 드러내는 만큼 (살인과) 같은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우리는 모욕에 익숙해졌다”며 “마치 ‘굿 모닝’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욕을 하고 다닌다”고 지적했다. 또 “자신의 형제를 모욕하는 자는 자신의 마음속에서그 형제를 죽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에 대해 비방이 도는 가운데 나온 이와 같은 설교에 대해 일부 언론 매체들은 사안의 연관성을 주장하며 뒷말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바티칸의 보혁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급기야 지난 4일에는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그를 비방하는 벽보가 나붙었기 때문이다.
이 게시물에는 근엄한 표정을 한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과 함께 교황이 자비를 강조하는 것을 비꼬듯‘프란치스코! 당신의 자비는 어디에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담고 있다. 지난주에는 교황을 조롱하는 가짜 뉴스가 교황청 공식 신문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를 사칭해 등장하기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최근 비방은 가톨릭 내부의 보혁 갈등의 대리전으로 인식된 교황청과 몰타 기사단의 충돌을 계기로 불거졌다. 가톨릭 교단의 대표적 보수파인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을 등에 업은 매튜페스팅 기사단 단장이 폰 뵈젤라거 부단장을 미얀마에서 콘돔을 배포한 책임을 물어 해임한 사건을 놓고 교황청과 몰타 기사단은 몇 달째 불협화음을 냈다.
이와 같은 상황은 교황으로 대표되는 진보 세력과 이에 불만을 품은 가톨릭 보수 세력의 대리전으로 인식됐다. 미국 출신의 버크 추기경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교황청 대법관에서 몰타 기사단과 교황 사이의 연락책으로 사실상 강등된 인물로, 성과 결혼, 가정 등에 대한 가톨릭 윤리와 관련해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교황과 공공연히각을 세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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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