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인의사들이 돈만 밝히는 것처럼 나온 글을 봤다. 그리고 의사들이 기부를 가장 안하는 사람 중에 하나라면서 수입은 많은데 구두쇠 같다는 기사였다.
며칠 전 어느 환자가 필자의 병원에 와서는 돈도 많이 버는데 고가의 치료주사를 꽁짜로 놔줄 수 없냐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이런 한인타운의 풍습과는 다르게, 얼마 전 샌디에고 신문에 스크립 클리닉의 외래 진료센터가 개원했다는 뉴스가 실린 것을 보았다. 이 센터는 1억2,000만달러의 건설비 중 한 사업가가 4,000만달러를 기부했다는 것이었다.
미국인들은 의사를 봉사하는 직업으로 여긴다. 따라서 사업가들이 병원에 기부를 한다. 일례로 의사가 운전을 하다가 속도위반으로 걸리면, 차안에 의사 가운을 보고는 경찰은 의사냐고 묻고, 그렇다고 하면 조심하라며 경고만 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가 한인타운으로 이사오기 전에 유대인그룹에서 시니어 파트너로 있었는데 유대인들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굉장히 계산적인 유대인들이지만 상황에 따라 아주 관대하고 배포가 크다.
병원에도 많은 기부를 하는데 시더스사이나이 같은 개인병원이 종합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반면 한인이 100만명이나 있는 남가주에서도 한인병원은 구멍가게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의사가 직장인보다 돈을 더 벌기는 하지만 큰 병원을 지을 수 있는 자금력이 없다. 그 사회에서 기부나 투자가 없다면 큰 병원이 생길 수 없다.
필자는 LA에 와서 비록 개인병원으로 개업을 했지만 지난 2년동안 몇몇의 사람들과 이 LA의 한인타운에도 대학병원 같이 연구를 하는, 한국 종합병원의 최첨단 IT와 미국의 최첨단 의료를 모두 통합한 병원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 것이 필자의 꿈이라 틈틈히 알아보고는 있었다.
그런데 역시 가장 문제되는 것은 돈이다.
돈만 생각하는 사업가는 절대로 병원에 투자하지 않는다.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너무나 많은데 수억달러를 투자해서 쥐꼬리만큼 나오는 수익을 보기 위해 투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대인 사회처럼 의사들이 봉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는 자선사업가들이 병원을 돕고, 그 병원은 더욱 나은 서비스와 임상연구로 그 사회에 보답을 하여 더욱 유명한 병원이 된다. 그러다 보면 그 지역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그 병원의 혜택을 입게 되고, 병원의 사업자체도 잘 되기 때문에, 처음 자선사업으로 생각하고 돈을 투자했던 사람들도 더욱 더 큰 돈을 벌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 사회에 가장 좋은 병원과 의료진을 만들기 위해서 기부와 투자를 했던 것이었고, 오늘날 시더사이나이 같은 유대인 병원이 생기게 된 것이다.
필자는 LA에 오기 전에도 몇년간 개인병원을 운영했다. 새벽에는 보험이 없이 응급실로 들어와 입원한 환자를 무료로 진료해 주기도 했고, 돈이 없는데 검사를 해야 돼서 그냥 해준 환자들도 있었다. 이런 비용들이 연말에 결산되는 장부에 의하면 한해에 10-20만달러 상당의 무료진료나, 검사비를 대신 내주고 병원을 운영했다. 그런데 한국사람들의 눈에는 의사들은 기부를 안 한다고 한다. 다른 정치가나 사업가들처럼 연말에 1000달러 짜리 대형 수표를 만들어 들고 정치하는 누군가와 악수를 하며 온갖 신문에 생색을 내는 사진이 없기때문일 것이다.
비뇨기과 의사인 필자의 매제가 직장 인터뷰를 갔던 한 동네에서는, 인터뷰 때 그 동네의 시장이 나와서 와달라고 부탁을 할 정도로 아직까지도 미국에는 의사가 부족하고, 의사는 갈 데가 많다. 결국 필자의 매제는 LA를 버리고, 그 시의 많은 주민들이 반기는 곳으로 이사를 가서 행복하게 의사생활을 하고 있다. LA에는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의사가 굉장히 많다. 하지만 의사를 안 좋게 보는 한인사회의 시선은 한인 의사들이 한인타운으로 오지않는 가장 큰 이유이며 이 점이 가장 안타깝다.
의사를 향한 안 좋은 시선은, 결국 그 시선을 보낸 자신들의 건강을 책임져 줄 의사를 내쫒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다. 그리고 한인타운에 더욱 유능하고 좋은 의사를 데려오려 하는 필자는 오늘도 힘든 의사찾기를 하고 있다.
(213) 674-8282, www.iVitaMD.com
<
조동혁 내과·신장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