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식재료’ 내세우지만 채소 샐러드에 드레싱 범벅 나트륨^당분 섭취 커질 우려 튀김^탄수화물류도 너무 많아
▶ 채소만 날로 먹어도 곤란 생선^고기 곁들여야 단백질 보충
’한식 레스토랑’에서 내놓는 채소들에는 각종 양념과 드레싱을 얹은 샐러드가 많아 나트륨과 당분을 과다 섭취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웰빙과 다이어트 열풍에다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전염병으로 가축의 대량 살처분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채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채식에도 옥석구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른바 ‘한식 레스토랑’이 ‘건강한 식재료’를 내세우면서 건강을 챙기려는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평일 점심시간에도 빈자리가 없을 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유명 한식 레스토랑에서 만난 주부 A(36)씨는 “전에는 이탈리아 음식점이나 중국 음식집에서 주로 모임을 가졌지만 요즘 건강을 위해 한식 레스토랑을 애용하고 있다”며 “한식 레스트랑에 오면 평소 즐겨 먹지 못했던 채소를 많이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유명 한식 레스토랑에서 채소류는 드레싱을 하지 않은 신선 채소와 샐러드로 구분돼 제공되고 있다. 한식 레스토랑에서는 제철 채소류를 사용한다고 말하지만 각종 드레싱을 첨가한 샐러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정주 강동경희대병원 영양파트장은 “유명 한식 레스토랑에서 제공되고 있는 채소류는 드레싱 등 각종 양념이 들어가 나트륨, 당분을 과다 섭취할 수밖에 없다”며 “사람들 입맛에 맞추려면 양념을 강하게 넣어야 하기 때문에 짜고 단 음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 한식 레스토랑에서 보쌈 튀김 김치두루치기 떡볶이 순대 아이스크림 호떡 등 입맛을 돋우는 음식이 고객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강재헌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식 레스토랑은 겉만 건강식이지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유명 한식 레스토랑이 건강식을 가장한 패스트푸드점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국인은 서양인과 달리 튀김류 등 밀가루를 이용한 음식을 많이 먹으면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튀김음식은 열량은 높지만 근육을 만드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지방이 되므로 과다 섭취하면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식 레스토랑이 아니더라도 가정에서 건강을 위해 채식을 실천할 수 있다. 강 교수는 “드레싱 등 양념이 함유된 채소보다 신선 채소를 생선, 고기 등과 함께 섭취하면 영양과 건강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란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영양팀장은 “채식을 하면 고혈압, 동맥경화, 스트레스는 물론 비만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교적 신념과 함께 경제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계적으로 채식이 늘고 있지만 채식을 하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고기와 생선, 달걀, 우유, 유제품을 먹지 않는 비건(veganㆍ완전 채식주의자)이 될 수 없다.
박 교수는 “일반인이 채소류만 먹으면 간뿐만 아니라 장기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며 “혈액순환에도 문제가 생겨 심혈관질환까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영양팀장은 “채식만 고집하면 동물성 식품에서 쉽게 섭취할 수 있는 철분, 칼슘, 엽산, 비타민B12 등이 부족해져 음식물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채소를 먹어야 어른이 된 뒤에도 채식을 기피하지 않는다. 강 교수는 “비만환자 중 체중조절과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채식해야 하는 사람이 있는데 채식 거부감이 있으면 식이조절에 애를 먹는다”며 “채식을 해도 단백질이 결핍되지 않게 식단을 구성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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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중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