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섬을 떠나려 하자 큰 붉은 거북이가 훼방을 놓는다.
인간과 자연의 평화공존을 신비한 기운 속에 그린 우화요 동화이자 전설이요 신화 같은 영화로 단순한 선과 아름다운 색채로 그린 무언극 만화영화다.
네덜랜드계 영국인 만화가 마이클 두독 데 비트(1994년 ‘승려와 물고기’로 오스카 단편 만화영화상 수상) 가 감독한 이 영화는 플롯이 매우 단순하나 그런 단순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남녀노소(그러나 아주 어린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어울릴 것이다) 모두 즐길수 있는 명상적인 작품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바람이분다’ 및 ‘이웃집 토토로’ 등을 만든하야오 미야자키와 이사오 타카하타(이 영화의 애니메이션을 공동제작)가 공동으로 창립한 만화영화사 스튜디오 기빌리가 공동으로 제작했는데 영화를 보면 기빌리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요와 간단한 것이 지닌 미학과 힘을 깨닫게 해주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영화다.
이름 없는 남자가 표류해 무인도에 도착해 자연과 다투고 공존하면서 생존의 지혜를 터득하는 얘기다.
남자는 뗏목을 만들어 섬을 떠나려고 하는데(‘캐스트어웨이’의 탐 행스 같다) 뗏목을 띠워 바다로 나갈때마다 해저로부터 거대한 붉은 거북이가 뗏목을 치받고 올라와 번번이 실패한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남자는 거북이를 때려뉘어 모래 위로 끌고 가죽기를 기다리는데 거북이가 꿈틀대며 변신해(영화에 자주 나오는 여러모양의 변신 과정이 매우 신비하고보기 좋다) 긴 머리를 한 아름다운 여자가 된다.
그리고 둘은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가 되어 아이도 낳고 세상의 부부처럼 산다. 둘의 단순한 삶은 가끔자연의 강렬한 힘의 시련을 받는데그 중 장관인 것은 쓰나미로 섬의 숲이 완전히 쑥대밭이 되는 것.
잉크와 수채로 그린 그림이 유연한 애니메이션에 의해 생명을 띠고 화면에서 살아나는데 짧지만(상영시간 80분) 깊이와 폭과 아름다움을 지닌 작품이다. 가족과 생존 그리고 실낙원의 이야기로 정수만 갖춘 로빈슨 크루소의 삶이라고 하겠는데시간이 흐르면서 작품 속으로 더욱 빨려 들어가게 되는 산수화 시와도 같은 아늑한 작품이다. 음향효과가좋다. PG. 26일까지 뉴아트(11272 산타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