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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무죄판결에 큰 우려

2017-01-18 (수)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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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 종교 신도에 특별한 혜택 부여로 의무 이행 국민들과 불평등한 대우”비난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판결에 큰 우려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 대한 병역 거부 무죄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대. <연합>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 대한 병역 의무 거부에 대해 한국 법원의 무죄 판결이 잇따르면서 미주 교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하지만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판정한 특정 종교집단에 특별한 대우를 부여하는 셈”이라는 주장이다. 또 “젊은 시절 군대에서 성실하게 병역 의무를 이행한 사람은 비양심적인 것이냐”는 항변과 “국민의 의무를 실천하는데 불평등한 조치”라는 비난도 거세다.

현역은 물론 예비군 훈련까지 포함한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은 2004년 처음 나온 뒤 최근 들어 연달아 이어지고 있다. 당시 서울남부지원의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현 법무법인 동안 사무장)는 입영을 거부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자 오모(당시 21세)씨와 정모(당시 22세)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또 군 복무 이후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혐의(향토예비군 설치법 위반)로 기소된 황모(당시 32세)씨에 대해서도 잇따라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병역법이나 예비군법은 정당한 사유가 없이 병역을 거부한 자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데,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피고인들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특히 피고인들에게 진정한 신앙생활을 입증하는 자료 등을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근거로 판결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같은 해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으며 2011년에도 동일한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를 근거로 대다수 판사는 그동안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복무 기간에 상응하는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은 남성 3명이 헌법소원을 내면서 이 문제는 현재 세 번째로 헌재 심판대에 올라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15년 5월 이후 광주지법 7건, 청주지법 3건, 수원·인천지법 각 2건, 부산·전주지법 각 1건 등 1년 반 사이에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하급심 무죄 판결이 16건이나 이어졌다. 이 중에는 사상 첫 항소심 무죄 판결(지난해 10월 18일 광주지법)과 2004년 이후 13년 만의 예비군 훈련 거부자 무죄 판결(지난 10일 청주지법)도 있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국 내에서 소위 양심적 병영거부자 처벌에 대해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주로 우리나라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을 이유로 꼽는다. 정부 역시 북한과 대치 중인 특수한 안보 상황 때문에 병역에 대한 의무 부과가 평등하게 이뤄져야 하고, 이를 회피하는 행위에는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찬성론자들은 이에 대응해 러시아 남부에 있는 아르메니아 공화국 사례를 제시한다. 1990년대 아제르바이잔과 전쟁을 치른 아르메니아는 현재도 영토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2013년 대체 복무제를 도입하고 수감돼 있던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모두 석방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대다수 남성의 상대적 박탈감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가장 큰 반감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인 20대 남성이 제일 걱정하는 게 바로 군대”라며 “아무런 불만 없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평범한 사람들에게 예우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박탈감은 느끼게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가 최근 인터넷 상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논쟁의 향배를 제시할 헌재의 위헌심판과 관련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소장의 임기는 오는 30일까지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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