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 11~15% “성탄절·새해 첫날 문 닫겠다”

2016-12-21 (수)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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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복음계열 79%만 “성탄 예배” 밝혀 최소

▶ “신년 주일예배 있다” 흑인 목사 65% 불과

교회 11~15% “성탄절·새해 첫날 문 닫겠다”

토렌스 조은교회에서 지난해 열린 성탄절 전야 집회에서 교인과 어린이들이 어울려 성탄을 축하하고 있다.

성탄절은 그리스도인이 가장 기뻐하는 날이다. 올해는 일요일과 성탄절이 겹치면서 교회마다 성탄예배를 주일예배로 드리게 돼 성탄의 의미를 한껏 크게 누리게 됐다. 하지만 모든 교회가 여기에 동참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성탄절과 주일예배가 겹치자 예배를 생략하고 예배당의 문을 걸어 잠그는 교회도 적지 않다. 크리스마스가 휴일이니 주일예배도 중단하고 휴가를 즐겨야 한다는 논리다. 더구나 일부 교회는 새해 첫 주일예배가 1일과 겹치며 아예 신년 주일예배까지 생략할 예정이다. 기독교가 신뢰를 잃어가고 목회자와 교회가 손가락질을 받는 세태의 배경에는 이와 같은 교회 지도자들의 안일과 나태가 뿌리 깊은 병폐로 자리 잡고 있다
라이프웨이 리서치가 최근 성탄절 시즌에 미 전역에 걸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무려 11%에 해당하는 교회가 휴일과 겹친 올해 성탄절에 예배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새해 첫날 주일예배를 드리지 않고 교회 문을 닫을 계획인 교회는 15%를 차지해 충격을 줬다. 그러나 ‘성탄절에는 교회에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63%로 아직 많은 사람들이 성탄절 예배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와 성탄절 당일 모두 예배나 이벤트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힌 교회는 63%였다. 또 올해 마지막 날 송년 집회와 새해 첫 주일예배를 모두 열 것이라고 밝힌 교회는 20%에 머물렀다.

주류 교회는 한인교회와 달리 송구영신 예배를 갖는 경우가 전통적으로 훨씬 적은 형편이다. 또 대형교회 중에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수천 명이 참석하는 찬란한 행사를 가진 뒤 성탄절에는 아무런 행사를 갖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그 중에는 올해 성탄절이 주일과 겹치는데도 불구하고 이전에 하던 대로 예배를 생략하는 바람에 주일예배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전국에 산재한 교회의 담임목사를 상대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는 교단에 따라 성탄절과 신년예배를 드리는 교회와 생략하는 교회의 차이가 벌어졌다. 성탄절 당일 주일예배를 갖는 교회는 루터교(94%)와 그리스도의교회(93%), 성결교단(92%), 침례교(91%)와 개혁장로교단(91%) 등 순서로 나타났으며 의외로 순복음계열 교단(79%) 교회들 중에서 예배를 생략하는 교회가 많았다.

교회의 규모를 기준으로 분석하면 100명에서 249명까지 수준의 교회에서 가장 많은 92%가 성탄절 주일예배를 드릴 것이라고 응답했다. 50명 미만의 소형교회와 250명 이상 교회는 모두 85%가 예배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인종에 따라 주일예배를 갖는 경우도 차이가 나타났다. 백인 목사들은 85%가 새해 첫 날이 주일과 겹쳐도 주일예배를 가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평소 보수적인 신앙관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흑인 목회자들은 65%만이 신년 주일예배를 드릴 것이라고 답변했다.

스캇 맥코널 라이프웨이 사무국장은 “성탄절 스토리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변함없이 소망의 상징이 되고 있다”며 “하나님이 인간의 몸으로 온 예수님의 성육신은 교회가 축하해야 할 가장 큰 기념일”이라고 강조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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