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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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만큼 무서운 폐기종

2016-12-13 (화) 차민영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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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일이다. 담배를 50년 이상 하루 한갑 이상 피운 73세된 남자 환자가 흡연의 해악으로 약 20년간 만성 폐쇄성 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COPD)을 앓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만성 폐기종(Emphysema)을 매우 심하게 앓고 있었는데 숨 쉬기가 너무 힘들어서 불과 한 블락도 걸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말도 계속해서 두세 문장을 연속으로 할 수 없었다. 하루 종일 계속 쌕쌕거리면서 음식을 잘 먹을 수도 없었다. 여러 가지 먹는 약으로 조절이 안 되어 코에 산소줄을 달고 있으면서 결국 병원과 양로병원을 왔다갔다 하면서 “제발, 빨리 죽어서 이 고통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밤에 잠도 잘 수 없었고, 베개를 서너 개 받치고 높게 하면서 쌕쌕거리면서 밤새 숨을 몰아쉬었다. 내가 옆에서 보기에도 정말 불쌍하기 짝이 없었다.


이 분의 폐는 90% 이상이 다 파괴된 상태라서 현대 의학의 좋은 약들을 쓰는데도 손쓸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폐를 청진해보면 쌕쌕거리는 소기가 약간 있을 뿐, 숨이 갔다왔다 하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무섭다는 암이나, 중풍(뇌졸중), 심근경색보다도 ‘중증 폐기종’이 더 무섭다는 말이 실감났다. 이 분은 1년 정도 더 심한 호흡곤란으로 고생하다 결국 돌아가셨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이 분처럼 폐기종이고, 둘째는 만성 기관지염이다.

즉, 흡연과 매연 등 각종 유해물질이 폐로 들어가서 주로 기관지에 손상이 생기면 만성 기관지염이 되고, 주로 폐조직 그 자체에 손상이 생겨 폐조직이 파괴되면 폐기종(肺氣腫)이 된다. 정상 폐조직이 다 파괴되어 폐가 텅텅 빈 조직처럼 바뀌는 상태가 된다.

산소를 교환해주어야 하는 말단 폐조직(Alveoli)이 다 파괴되어 숨을 들이마시고 내 쉬어도 산소 호흡이 안 되어 24시간 항상 숨이 차는 것이다.

처음에는 계단이나 경사를 걸을 때 숨이 차다가 점점 평지를 걸을 때도 숨이 차게 되고, 나중에는 가만히 있을 때도 1,000미터 달리기를 하고 난 뒤처럼 계속 숨이 차게 된다.

24시간 산소 호흡기를 끼고 있어도 계속 헐떡이게 된다. 1분의 정상 호흡수는 16번 정도인데 심한 경우 1분에 30번 이상이 된다.


따라서 일이나 식사 등 정상생활은 거의 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COPD 사망률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COPD의 원인은 무엇인가?원인의 90%는 흡연이다. 그 외에는 공해 등 각종 공기의 유해물질이다. 그러므로 담배는 처음부터 안 피우는 것이 좋은데 이미 피우고 있는 사람은 끊어야 한다. 최소한 피우는 담배의 양을 가능한 줄여야 할 것이다.

그 외에 유전적인 원인으로는 ‘알파-1 안티트립신 부족증”이 있다.

COPD의 진단은 폐 X-Ray 사진과 폐활량 측정을 해서 내릴 수 있다. 심한 정도를 보기 위해서 동맥혈을 체혈해 산소, 이산화탄소 등 개스 분석을 하기도 한다.

COPD의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약물 치료로는 기관지 확장제, 스테로이드 제제를 쓴다. 또 가래가 진하고 누렇게 나오는 등 기관지 염증이 심할 때에는 항생제를 사용한다. 이 중 기관지 확장제를 많이 사용하는데 효과가 빠르고 부작용이 적다.

여기에도 경구용 알약과 각종 에어로졸 흡입제가 있는데 에어로졸로 된 흡입제가 종류도 많고 효과도 좋은 편이다. (프로벤틸, 알부테롤 등)요즘은 흡입제에 기관지 확장제와 스테로이드 제제를 같이 넣은 약들이 각광받고 있다.(심비코트, 듈레라 등)약으로 도저히 안 되는 경우는 심하게 손상된 폐조직을 잘라 내는 수술을 하거나 폐이식을 하기도 한다.

문의 (213)480-7770

<차민영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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