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헤어진 전 남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야행성 동물 (Nocturnal Animals) ★★★(5개 만점)]

2016-11-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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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 디자이너 탐 포드의 두 번째 영화

헤어진 전 남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야행성 동물 (Nocturnal Animals) ★★★(5개 만점)]

수전이 전 남편 에드워드를 만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콜린 퍼스가 주연한 ‘싱글 맨’으로 감독으로 데뷔한 패션 디자이너 탐 포드의 두 번째 영화로 지나치게 스타일에 치중해 거부감이 인다. 마치 100% 살균된 실험실에 갇혀 감정이 말끔히 제거된 로보트 같은 인간들이 감독의 지시에 따라 기계적으로 행동하는 꼭둑각시 놀음을 보는 기분이다. 그가 자신의 패션쇼의 모델들을 부리고 지시하는 식이다.

느와르 스타일의 복수 이야기를 영화 속 영화라는 틀 안에서 전개하고 있는데 포드는 통속적인 복수극을 그보다 한 차원 높은 스타일 멋진 예술적인 드라마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 자아도취한 사람의 포만감이 느껴지는 차갑고 피상적인 영화이긴 하지만 심심풀이 거리는 된다.

첫 장면이 주인공도 말했듯이 싸구려로 충격적이다. 나이 먹고 주름살이 진 비대한 몸집의 여자들이 나체로 마치 밴드걸들처럼 몸을 비비 틀어대는 야한 전시물로 나오는 LA의 한 화랑 오프닝 파티로 시작된다. 화랑의 주인은 차갑고 스타일 좋은 수전(에이미 애담스). 수전은 미술에 관심이 없는 멋쟁이 브로커 남편 허튼(아미 해머)과 유리와 쇠로 된 거대한 집에서 산다.


어느 날 수전에게 소포가 전달된다. 뜯어보니 20년 전에 헤어진 수전의 전 남편 에드워드(제이크 질렌할)가 쓴 소설 ‘야행성 동물’의 초본. 영화는 수전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내용이 영화로 재생되고 이와 함께 수전과 에드워드의 과거가 회상 식으로 진행된다.

소설 내용은 이렇다. 텍사스에 사는 토니(질렌할)가 아내(아일라 피셔)와 딸(엘리 뱀버)과 함께 밤에 황무지 사이로 난 프리웨이를 달리다가 레이(아론 테일러-잔슨) 등 세 명의 괴한들의 습격을 받는다. 그리고 이들은 토니의 아내와 딸을 납치한다.

수전이 충격에 빠져 읽는 것을 중단할 때마다 수전과 에드워드의 과거가 묘사된다. 젊은 시절 에드워드는 작가 지망생인 무일푼의 보헤미안인데 그의 연인인 수전은 부잣집 딸. 수전은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와 결혼하나 결국 그를 버린다. 그리고 수전은 씻지 못할 과오를 저지른다.

한편 얘기는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토니는 암에 걸린 셰리프 바비(마이클 섀넌의 안하무인격이요 체념한 듯한 연기가 영화의 가장 좋은 점)와 함께 레이 일행을 찾아나선다. 그리고 비극이 일어나면서 토니는 복수의 화신이 된다. 그런데 토니만이 아니라 에드워드도 20년간 복수에 집념해온 처지다.

마지막 장면은 LA의 관광명소 야마시로 식당에서 펼쳐진다. 카메라가 재주를 부리고 화면 구성이 치밀한 제도같이 빈 구석이 없다. 수전이 얼굴에 칠한 화장처럼 예술을 장식품으로 쓴 허영의 산물로 연기 잘하는 애담스와 질렌할도 무난한 정도다.

R. Focus.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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