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을·겨울시즌 벨벳혁명이 시작된다 거리 패션 수놓는 소재로 급부상

2016-11-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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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겨울시즌 벨벳혁명이 시작된다 거리 패션 수놓는 소재로 급부상
올 가을·겨울 벨벳의 등장이 눈부시다. 예복용 앙상블 의상에나 쓰이던 벨벳이 올해 거리 패션을 수놓는 매혹적인 소재로 떴다. 꾸깃꾸깃한 느낌의 벨벳을 이용, 트렌치코트, 와이드 팬츠, 슬립 원피스, 남성적인 느낌의 재킷에 이르기까지 캐주얼 단품들이 거리를 수놓았다
벨벳은 20세기 후반 현대 패션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며 대중적 매력을 잃고 패션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1997년 이후 낭만적인 느낌과 복고풍이 유행하게 되면서 트렌드 속으로 들어온다.

벨벳은 정확하게 말하면 직조한 직물의 구조를 뜻하는 것으로 면이나 울 같은 섬유가 아니다. 직조한 직물의 표면을 구성하는 실의 고리들이 볼록하게 돌기를 이룬 탓에, 표면에 쏟아지는 빛의 방향에 따라 부드러운 광택 효과를 낸다.

이러한 특성이 벨벳을 우아함의 표상으로, 20세기 중반까지도 부와 사치를 상징하는 패션의 소재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짧게 깎은 모피를 손가락으로 만질 때 느껴지는 성적이고 관능적인 질감을 유발하기 위해 벨벳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큰 힘을 얻고 있다.


벨벳을 처음으로 발명한 나라는 어디일까? 중국, 이집트, 이라크가 서로 원조라며 우기고 있다. 기원전 3세기 중국의 진나라 당시 견을 직조해서 만든 벨벳 조각이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연대순으로는 가장 앞선다. 벨벳 직조기술은 워낙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들어서 고대부터 궁극의 럭셔리라 불렸다.

당연히 왕족과 최상위층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유럽인들은 아름다운 동방의 직물을 보자마자, 곧바로 실크로드를 통해 교역에 들어갔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벨벳 산업을 일으킨 국가였다. 이탈리아의 도시 국가들은 12세기 18세기까지 벨벳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서 엄청난 부를 얻었다. 이탈리아의 벨벳은 실크에 금사와 은사를 섞어서 짠 것들로 교회가 주요 고객이었다. 부유층들은 벨벳을 가구와 의복, 벽지에 사용했다. 나아가 가문의 위신을 표현하는 문장을 수놓는데도 사용한다.

벨벳 장인들의 수입은 일반 직조공의 40배가 넘었다. 그만큼 벨벳 장인이 되는 길도 험난했다. 훈련 기간만 4년에서 최대 8년이며 장인이 되기 위해서 다양한 시험도 통과해야 했다. 품질 관리의 수준도 엄격해서 밀라노의 견사길드는 66㎝ 단위로 직조된 벨벳을 검사하여 승인 도장을 찍었다.

사전을 찾아보면 벨벳(Velvet)은 속어로 ‘도박으로 딴 돈 혹은 예상한 것 이상의 수익’을 의미한다. 사람이 벨벳으로 만든 장갑(velvet glove)을 끼었다고 할 때는 외유내강형의 성품을 가졌다는 뜻으로 확장된다. 영국의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가 연출한 ‘블루 벨벳(blue velvet)’은 영어권에서는 속어로 마약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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