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백인 복음주의 선거결과에 ‘안도’

2016-11-16 (수)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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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때문이 아니라 동성결혼법 문제 등 그가 어느 편을 들었는지 생각할수록 자부심 느껴”

백인 복음주의 선거결과에 ‘안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오른쪽)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친 백인 보수주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선거 결과에 ‘안도감’을 표시하면서 앞으로 정국이 ‘희망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81%가 트럼프를 지지한 사실을 다시 상기하면서 오바마 정부의 동성애 허용과 낙태 지원 등이 이들로 하여금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등지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워싱턴 DC 교외 지역인 북버지니아 지역의 학교에서 일하는 로즈 앨러 교사의 경우를 소개하면서 “앨러 교사는 수개월 동안 자신이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비밀로 숨겨 왔다”고 전했다. 공개적으로는 트럼프 지지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몰표를 던진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속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앨러 교사는 인터뷰를 통해 “믿음대로 심판받는 법”이라면서 “공화당원이라고 하면 언론들이 인종차별주의자, 광신자,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으로 몰아붙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앨러 교사는 침묵했고 다만 교회 안에서만 동일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교감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이들 백인 복음주의 보수적 기독교인들은 급변하는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에 당혹감을 느끼면서, 비록 “판단의 기준은 다른 사람이지만 기독교적 정책을 다시 백악관으로 가져 올 후보로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앨러 교사는 트럼프가 당선된 후 선거 다음 날 공화당원을 나타내는 붉은 티셔츠를 입고 출근했는데 다른 몇몇 교사들도 같은 복장으로 학교에 나와, 비로소 서로 트럼프 지지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이와 함께 버지니아주 리즈버그에 위치한 코너스톤채플의 수요예배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그레이 햄릭 목사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를 위해 기도하자”면서 “모든 교회가 세상 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진짜 이슈는 과연 교회가 일어나 문화를 선도하는 위치가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8년 동안 미국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세상이 돌아가는 문화와 괴리감을 느껴왔다고 전했다. 이들 보수적 백인 기독교인들은 “동성결혼이 이 땅의 법이 되는 것을 목격하는가 하면, 동성애자 결혼식에 피자, 케익, 사진을 팔지 않겠다고 밝힌 기독교인들이 불길에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 봐야 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백인 보수주의 기독교인들은 대학생들이 동성애와 성적 타락에 물든 캠퍼스에서 ‘안전한 장소’를 호소하는 상황에 분노했다. 또 일부에서 ‘흑인의 살 권리’를 외칠 때 ‘모든 사람의 살 권리’를 찬성했다가 “사탄으로 비난받는” 세태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와 함께 “대통령이 자신들을 ‘총이나 종교에 매달리는 사람들’로 흉보면서, 종교적인 업주들로 하여금 종업원의 피임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하트포드 신학대학원의 스캇 터머 교수는 “그들의 가장 깊은 욕구가 법으로 제정될 수도 있다”며 “무례하고, 잔인하며, 도덕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비신자를 대통령으로 뽑으면서 기도가 응답을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터머 교수는 “내가 만난 복음주의자들은 모두 선거 결과에 대해 자부심과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며 “하지만 트럼프라는 사람 때문이 아니라, 트럼프가 무엇을 편들었는가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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