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백인 기독교인 5명 중 4명 ‘트럼프에 몰표’ 당선 기여

2016-11-10 (목)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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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성결혼 합법화 등 반발

▶ 클린턴은 복음주의 외면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배경에는 백인 기독교인의 ‘몰표의 힘’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대다수 여론조사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백인 기독교인의 표심을 간과했다.

크리스티애너티 투데이는 9일 이번 대선에서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무려 81%가 “논란 많은 부동산 재벌 트럼프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디지털 시대에서 타격을 받고 소득이 줄어든 ‘바이블 벨트’(기독교 영향이 큰 남부 및 중서부 지역) 및 ‘러스트 벨트’(미시간, 오하이오, 위스콘신 등 경기가 쇠락한 동북부 일부 지역) 지역의 백인 기독교인들이 트럼프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더구나 클린턴 후보의 경우 미국 전체의 복음주의 기독교인 5명 중 2명을 차지하는 소수계 유권자의 지지를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신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얻은 지지율과 비교해 클린턴 후보가 훨씬 못 미치는 표를 소수계 기독교인으로부터 얻었다고 지적했다.

칼빈칼리지의 케빈 덴 덜크 정치학 교수는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기독교인의 파워는 계속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후보에 대한 지지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클린턴 후보 진영은 기독교인 유권자 표심을 사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벌이지 않았지만, 트럼프 후보는 복음주의 기독교인을 상대로 선거 당일까지 수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가뜩이나 동성 결혼 합법화와 남녀간 화장실 혼용 등에 강한 반발심을 갖고 있던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을 설득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종교 보좌관을 역임한 마이클 위어 역시 “두 후보 중에서 사실상 한 명만 백인 기독교인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티애너티 투데이는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주 등 대선 향방을 결정짓는 접전 지역이 트럼프 당선에 가장 강력한 근거지가 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번 대선에서는 이들 지역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기독교인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았지만, 클린턴 후보는 그때보다 약 10% 정도 기독교인의 표를 깎아 먹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당선 이후 하나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는 “정말 겸손해야 할 순간이며,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한다”고 신앙적 소감을 밝혔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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