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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살아남기

2016-10-27 (목) 하시용 목사/ 샌프란시스코 참빛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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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하우어워스는 2001년에 <타임>지가 선정했던 미국 최고의 신학자입니다. 그는 1940년 텍사스의 시골 마을에서 벽돌공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벽돌쌓는 일을 배웠습니다. 그런 일은 백인보다 흑인들이 주로 하던 작업이었는데 스탠리의 아버지는 아들이 밑바닥부터 건축 일을 익히기 원했습니다.

훗날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자신의 신학과 삶을 벽돌 쌓기에 비유해서 이야기체로 풀어냅니다.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목회자가 되려면 대학에 가야 한다는 부모님과 주변의 권유로 텍사스에 있는 조그만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곳에서 자신이 알지 못하던 학문의 세계를 경험하고, 좋은 친구들을 만납니다. 4학년 때는 사교모임에 갔다가 “앤”이라는 여학생을 만나서 일 년 만에 결혼에 이릅니다. 그러나 그의 결혼이 스탠리 하우어워스 인생에 큰 짐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스탠리의 아내 앤은 평범한 여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녀에게는 심각한 정신질환이 있었습니다. 연애 시절부터 은근한 남성 편력이 있었고 때때로 자기 통제가 되지 않아서 화를 내곤 했지만, 스탠리는 아내의 성격과 행동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서 두 사람 사이에는 “아담”이라는 아들도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아내 앤의 성격이 포학해졌습니다. 조울증이 심해져서 감정 조절이 되지 않고, 때때로 발작까지 했습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스탠리 가정 안에서는 전쟁입니다.

어떤 일이 생길 때마다 아내 앤은 그 책임을 남편인 스탠리에게 돌리면서 남편을 집중적으로 심하게 괴롭혔습니다. 하루도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지만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24년 동안 아내와 아들을 돌봤습니다. 대단한 내공이요 신앙입니다. 결국 아내 앤은 새로운 남자를 찾아서 집을 떠나고 얼마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자서전 <한나의 아이>에서 자신의 신학 여정과 가정사를 숨김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어머니가 구약 성경의 한나처럼 기도해서 스탠리를 얻었기에 자신을 “한나의 아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그의 자서전 <한나의 아이>의 부제는 “어떤 신학자의 회고록”입니다. 텍사스 시골에서 벽돌공의 아들로 태어나서, 예일대학에서 기독교 윤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듀크 대학에서 가르치게 된 학문의 여정을 벽돌 쌓기 하듯이 꼼꼼하고 정확하게 짚어갑니다.

그런데 그가 겹겹이 쌓아가는 인생의 벽돌마다 조울증을 앓은 아내와 함께 지낸 질곡의 삶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놓고 답을 찾지 못했다고 솔직히 시인합니다. 아니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그것은 스스로 선택할 겨를도 없이 닥쳐온 우발적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종류가 다를 뿐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어려움이기에 답을 제시하거나 서로 판단하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대신에 그는 인생의 폐달을 쉬지 않고 밟았습니다. 그것이 견디기 힘들었던 개인적 어려움 속에서도 위대한 신학자의 자리에 우뚝 서게 된 비결이었습니다.

“살아남기(survival)”는 그의 자서전에 있는 소제목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는 사람과 같이 살아야 하는 이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은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살아남지 못한다면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 고통의 끝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바라보면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희망의 끈을 붙들고 있게 된답니다.

스탠리 하우어워스 정도는 아니어도 우리도 인생길 여기저기서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갑자기 닥쳐오기도 하고 서서히 찾아오는데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왜 그런 어려움이 닥치는지 해답을 찾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해답지 없이 주어진 인생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때 답이 없다고 체념하거나 질문만 쏟아내지 말고, 끝까지 견디고 결국 살아남는 것이 신앙의 힘일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고, 누군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을 위해서 기도하고 응원하고 있음을 믿으면서 말입니다.

<하시용 목사/ 샌프란시스코 참빛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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