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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설리 (Sully)

2016-10-12 (수) 김문철 목사/ 천성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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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들이 삶은 갈수록 편해지는 데 인간관계는 더욱 각박해 진다고 말한다. 남에 대한 무신경과 자기애성 이기주의 증상 (반사회성 장애) 이 심해지는 것을 그 증거로 든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유쾌한 소식에 목말라 한다.

특별히 자기희생을 통해 남을 구하고 배려할 줄 아는 영웅을 갈망한다. 물론 이것이 심해지면 영웅주의와 같은 폐단을 낳기도 한다. 2009년 1월 15일 겨울, US Airways 소속 비행기 한대가 뉴욕 허드슨 강에 비상착륙 했다는 소식이 전파를 탔다. 탑승객과 승무원 155명 전원이 무사히 살아났다는 소식은 온 미국에 기쁨을 주었다.

비행기 기장 설리 (체슬리설렌버거의 애칭)는 영웅이 되었고 그 사건은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그려졌다.


그 역사적 사건이 ‘설리’ 라는 이름으로 영화로 만들어져 지난 주에 개봉되었다. 나는 7년전 뉴스를 막연히 떠 올리며 아내와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당시 사건의 배경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영웅의 실상이 어떤 것인지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진짜 영웅은 좋아해도 영웅주의에 의한 조작된 영웅은싫어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7년 전 실제 일어난 사건의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모르는 내용을 집중 조명하면서 실제 사건보다 더 실제처럼 그려냈다. 결론적으로 설리는 영웅주의가 만들어낸 영웅이 아닌 진짜 영웅이었다.

설득력 A 학점의 감동을 주었다. 영화의 핵심 쟁점은 설리의 영웅화 작업에 있지 않다. 오히려 설리의 허드슨 강 비상착륙이 과연 옳은 결정이었는가에 초점을 모았다. 그래서 영화 내내 설리의 판단과 사고 조사위원회와의 싸움이 진행된다. 조사위원회는 공청회에서 공항착륙이 오히려 더 안전한 것임을 다양한 시뮬레이션들을 통해 보여준다. 허드슨 강 비상착륙의 오류를 문책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에는 회항중 설리가 고민하는 35초의 시간이 빠져 있었다. 설리의 요청에 따라 35초를 재고해서 시뮬레이션을 하자 비행기는 뉴욕시의 빌딩숲으로 추락한다. 설리의 판단이 155명의 생명은 물론 추락의 비극까지 막은 것이다. 하지만 결과를 넘어서서 설리가 내게 진짜 영웅으로 보인 것은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그의 신실한 태도 때문이었다.

비상착륙은 조금만 실수해도 비행기가 두 동강날 수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관제탑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한동안 낙망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설리는 40 년 비행 경험으로 인해 나름 확신이 있었다. 그것은 오만이 아닌 믿음이었다. 실력으로 준비된 겸손이었다.

사고 후 비상착륙까지 걸린 시간이 불과 208초 였으니 그의 용기가 남다르다. 비상착륙에 성공하자 설리는 지체없이 탑승객에게 탈출명령을 내린다. 비행기 내부로 물이 차오르는 중에도 설리는 최후의 승객 유무를 확인하고는 마지막에 탈출한다. 기장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이었다. 곧 이어 구조대가 도착해 비행기 날개와 비상튜브에 의존하던 탑승객 전원이 구조된다. 진한 감동이온 몸으로 밀려왔다. 설리를 보면서 줄곧 세월호 사건이 떠 올랐다. 배 속의 아이들이“절대 움직이지 말라”는 거짓 정보를 믿고 죽어갈 때 미리 빠져 나간 선장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마음이 아프다. 이타성과 배타성이 대조되었다.

영웅은 수퍼맨 중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자기소명에 충실한 보통사람 중에서 탄생한다. 예수께서도맞겨준 일에 책임을 다하는 보통사람들을 칭찬하셨다:“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맞기리니…”(마 25:21) 우리의 사회가자기소명에 충실한 설리와 같은 영웅들로 가득 채워지기를 소망한다.

<김문철 목사/ 천성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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