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Cactus to Clouds(C2C), 거대한 송림아래 이어진 산길… 청량한 대기 실컷 음미

2016-10-07 (금) 재미한인산악회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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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ctus to Clouds(C2C), 거대한 송림아래 이어진 산길… 청량한 대기 실컷 음미

오르면서 뒤로 돌아 본 전망

취미로 등산을 즐기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도 이 남가주의 날씨는 너무나 매력적이고 고맙다.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는 해발고도가 높은 10,000’이상인 고산을 찾아가면 청량한 기운이 감도는 송림 아래로 다리가 뻐끈할 만큼의 장거리 등산을 즐길 수도 있고, 이러한 고산들에 흰눈이 쌓여 얼어붙게 되는 겨울철에는 5,000’미만의 산들을 찾으면, 따뜻한 햇살이 아롱거리는 관목들 사이로 아기자기하고 여유로운 산행을 언제라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느 특정한 산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면, 그 산으로의 등산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바람직한 계절이 따로 있을수 있다. 오늘 안내코자하는 ‘C2C’등산이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적절한 예가 되겠다.

산이 높고 코스가 길고보니, 등산을 하기에 여름철이 좋을 듯 하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등산을 시작하는 지점이 해발 450’가 되는 낮은 곳이면서 또 Palm Springs라는 열사의 사막 땅이다보니 해발고도가 대략 6~7,000’가 될 때까지의 여러 시간동안에 그늘을 드리울 만한 초목이 거의 없이 온통 덤불류의 식물들과 바위덩이들만이 노정된 거친 구간을 지나야 하므로, 여름에는 자칫하면 더위를 먹거나 탈수증으로 생명이 위태롭게 될 위험이 따른다.


겨울과 봄에는 산의 윗부분에 쌓인 눈때문에 위험이 따르고, 여름에는 더위로 위험이 따른다. 결국 눈이 다 녹은 늦은 봄이나, 눈이 내리기 전의 늦은 가을이 이 코스 산행의 적기라고 하겠는데, 이 구간의 응달진 곳에는 좀처럼 눈이 녹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은 10월쯤이 가장 무난하고 좋은 시기라고 하겠다.

이 등산로의 이용상황은 http://www.mtsanjacinto.info/에서 알아볼수 있다. 필자는 2008년 10월18일에이 C2C루트를 초등했었다. 이 웹에서 이름을 알게 된 Cy Kaicener 라는 분과 연락이 닿아 11마일의 Skyline구간까지는 동행을 했었다. 당시 그는 240번째로 Skyline 루트를 오른다며, 남자로서는 이 코스의 최다 등반기록이라고 했다.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이 ‘C2C’의 산행을 함에 있어서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을 간추려 본다.

첫째, 이 루트의 등산경험이 있는 리더가 있어야 하고, 대원들은 산행경험이 많고 장거리 고소등반을 소화할 수 있는 일정수준의 체력이 있어야 한다.

둘째, 고산에 눈이 다 녹은 늦은 봄이나, 눈이 오기전의 가을을 택하여 등산을 함으로써 가능한 한 더위를 피하도록 한다.

셋째, 일출이 되기 몇시간 전에는등산을 시작하여, 해가 뜰때 쯤에는 이미 5~7,000’ 이상의 고지에 올라가있도록 계획을 세우면 더욱 안전하다. 필자의 경우는 항상 자정에 산행을 시작했다.

넷째, Skyline Trail의 11마일 구간에는 식수를 구할 수 없으니, 미리 충분한 물을 지녀야 한다. 대략 4~6리터가 필요하다.


Skyline 구간에서의 야영은 허용되지 않으며, 이 구간은 산림청 등 유관기관에서 정식 등산로로 간주하지않기에 공공기관 차원에서의 관리가 행해지지 않고, 단지 동호인들이 나름대로 비상용품 보관함이나 안내표지 등을 비치하여 관리하고 있다.

별도의 퍼밋이 없어도 입산이 허용된다. 그러나 ‘C2C’ Full Course의 등반을 위해서는 Skyline구간의 등반을 마친 후에, Long Valley의 RangerStation에서 Mt. San Jacinto 산행을 위한 Self -issued Permit을 받으면 된다.

보통은 Skyline구간 편도 11마일을 오르는데 9시간, 나머지 정상까지 왕복 12마일의 산행에 8시간이 걸리므로, 총 23마일에 17시간 내외를 잡으면 되겠다. 이 C2C 루트의 총산행거리에 대해서는 20마일에서 23마일까지로 서로 다른 통계가 인용되고 있는데, 필자는 등산전문잡지 ‘Backpacker’에 수록된 ‘23마일’을 채택하였다.

<등산코스>
등산로 입구는 Museum주차장의 북서쪽 코너에있는데, Museum Trail 입구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처음 1마일은 이 Museum Trail을 따라 산행을 하게 되는데, 처음부터 가파른 산비탈을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여러 개의 길들이 보이기도 하는데, 가장 뚜렷한 길을 따라가면 된다.

대략 40여분 정도를 지날 무렵이면 Picnic Table이 놓여있는 4거리(1,360’ )에 이른다. 전망이 좋아서 우리가 올라온 Palm Springs 쪽으로의 영롱한 야경이 신비롭다.

직진하여 0.1마일을 가면 허리높이로 쌓아놓은 돌무더기가 있고, 왼쪽에서 오는 North Lykken Trail 이 합쳐진다. 오른쪽으로 조금가면 길 옆의큰 바위(1,600’)에 페인트로 ‘LONGVALLEY 8 MILES’라고 쓰고 진행방향을 알리는 화살표시가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등산을 시작한지 2시간이 지날 무렵에는 비상시에 이용할수 있도록 식수와 방한품들을 넣어놓은 철재 함이 설치되어 있는 곳(2,445)’에 다다른다. ‘ Rescue #1’이라는 표시가 있고 위기상황이 아니면 함을 열지 말라는 당부의 말이 씌여있다.

다시 1시간여 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등산로 바닥에 자그마한 돌들을 모자이크 형태로 나열하여 ‘4300’이라는 숫자를 만들어 놓은 곳에 이른다. Skyline구간의 대체적인 중간지점이 된다. 순등반고도 약 8,000’의 절반의 고도를 올랐고, 11마일 거리의거의 절반을 온 셈이다.

등산로의 주변으로는 잎이 아주가늘고 부드러운 Ribbonwood(=RedShank)가 하늘거리는 가운데, Juniper,Oaks, Cholla Cactus, Yucca 등의 식물들이 제 각각 나름대로의 장한 모습을 뽐내며 의연하다.

대략 5~ 6시간이 지날 때 쯤이면 ‘Rescue #2’ 함(5,400’)을 만나게 된다. 이제 차츰 여명이 밝아오고 있어 헤드램프를 벗는다. 한껏 넓어진 시야에, 산줄기를 따라 굽어지고 펴지는 등산로의 자취가 명확하므로 이를 따라가기가 용이하다. 등산로의 바닥이 잘 다져져 있는 것으로 이 등산로의 이용객이 결코 적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겠다.

오래지 않아 산줄기의 능선위에 올라선다. 좌측과 우측의 뻗어내리는이웃 산줄기들의 기세가 자못 험준하고 용맹하다. 좌측은 Tahquitz Canyon이 중심이 되는 산줄기이고, 우측은 Tachevah Canyon이 중심인 산줄기일 것이다.

길 왼편의 바위(5,800’) 옆으로 하얀 Plastic Bucket이 있고 두서너 병의물이 담겨있다. 이 코스의 매니아들이 말하는 소위 ‘Florian’s Cache’이다.

Florian이라는 이름의 하이커 개인이비치하여 관리하는 비상식수이다. 이런 힘든 여건의 등산에서 흔히 있을수 있는, 물 부족으로 사경에 처하게 될 수 있는 타인을 위한 각별한 배려가 존경스럽다.

이 지점을 지나서 대략 반마일을 가면 길이 완만하게 내리막이 되면서 안부를 이루게 되는데, 울퉁불퉁한 바위돌출부 아래로 널찍널찍한 바위바닥이 드러나있는 일종의 암반지대에 이른다. ‘Flat Rock’ (5,890’ )으로 부르는 지점이다. 아마도 비가 많이 내릴때에는 양쪽 산기슭의 물이 이리로 모아져 흐르게 되면서 지면에 드러난바위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물에 씻기면서 형성된 지형일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꽤 길게 저만치 앞으로 보이는 바위봉을 향하여 다소 가파른 비탈면을 올라가야 한다.

한참을 오르면 이제 등산로 주변으로 운치있는 큰 바위덩이들이 차츰 많이 나타나며, 좌우 양쪽과 뒷쪽의 전망이 갈수록 아름다워진다. 떠오른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벌써햇살이 따갑다. 일찍 산행에 나선 일이 참 다행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바위봉의 정상부에 이어지는 능선의 고점에 다다르면 이제 비로소 소나무 전나무 등의 침엽수가 나타난다. 나뭇가지 사이로, 저 앞쪽에 있는또 하나의 산줄기에 작기는 하지만그래도 Tahquitz Rock을 닮은 뾰쪽한 바위봉이 솟아있는 것이 보인다. 한개의 바위로 된 단일암봉이면서 이 SanJacinto산의 동쪽 면에서는 가장 큰바위라는‘ Coffman’ s Crag’이다. 등산로는 이제 그 쪽을 향한다.
Cactus to Clouds(C2C), 거대한 송림아래 이어진 산길… 청량한 대기 실컷 음미

코프 먼의 레그


여기서 30분 내외를 나아가면 오른쪽으로 아스라하게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비탈면을 지나게 된다. 등산인들이 이곳을 ‘The Traverse’(7,500’)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눈이 남아있을 경우에는 대단히 위험한 구간이된다.

이에서 다시 0.4마일을 나아가면 Coffman’ s Crag의 바로 남쪽 밑(7,800’ )에 도착하게 되는데, 중간에 Coffman’ s Crag의 뒷쪽으로 Tramway의 Cable이 지나고 있음을 볼 수있다. 때로는 운행중인 Tram을 먼거리로 볼 수도 있다.

이곳에서 등산로는 서남쪽으로 꺾이면서 이 Skyline구간의 실제적인 종착점인 0.3마일거리의 Grubb’ s Notch을 향해 올라간다. 0.3마일에 550’를오르는 가파른 구간이라서 거리가 짧은 것에 비해서는 시간이 많이 걸려 대략 30~40분 정도가 소요된다.

드디어 Grubb’ s Notch(8,350’ )에올라선다. 여기까지 오르는데 7시간이 채 안걸렸다면 걸음이 빠른 산꾼이다. 여러 사람들이 그룹을 이루어산행을 하면 보통은 8~9시간이 걸린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힘든 산행을 잘 마친 자기 자신과 동료들을 치하하며 성취감을 나누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Mt. San Jacinto의 정상까지 6마일의 산행을 아름답고 잘 닦여진 ‘Tramway Route’를 다소 편안한 마음으로 그저 따라가면 된다.

푸르고 거대한 송림아래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청량한 대기를 실컷 음미하며 Round Valley를 지나서Wellman’ s Divide에 이른다. 다시 SanJacinto 정상을 향해 Chinquapin이 빼꼭하게 우거진 푸르른 산길을 지난다.

Long Valley를 떠나서 대략 3~4시간이면 Mt. San Jacinto정상(10,834’ )에 오른다. 정상의 바위들 중에서 특히 약간 북쪽에 있는 바위에 올라서면 수직으로 2마일 아래의 전경이 더욱 아찔하다.

눈앞에 펼쳐지는 Mt. San Gorgonio(11,503’ )의 웅장함, Coachella Valley의 광막함이 경이롭다. “ 지구상에서 가장 빼어난 웅장함” 이라고 탄성을 발했다는 John Muir의 소회가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감동이 밀려온다. 게다가 우리는 지금 저 가물가물한 맨 밑바닥에서 부터 꼬박 밤을 세워가며 한발 한발 올라온 것이니 어찌 벅찬 감회가 없을 것인가!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따뜻한 너럭바위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이는 것도좋겠다.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철야로 산행을 강행함으로써 바짝 고갈되었을 체력회복에 크게 효험이 있다.

Tram의 막차시간에 늦지 않게 하산한다. Tram을 타기위해서는 Oneway Ticket을 구입하여야 하며, 산 아래의 Lower Tram Station에 내린 후, Desk에 택시를 불러달라고 요청하면된다. 주차를 해둔 Art Museum까지25불 내외의 택시비가 필요하다. 몸은 고되나, 마음은 대단히 감미로울 것이다.

재미한인산악회 정진옥 310-259-6022
<가는 길>
LA한인타운에서 Fwy 10 East로약 100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State Hwy 111이 갈라진다.

111번 Hwy를 타고 8.5마일을 달리면 오른쪽으로 Palm SpringsAerial Tramway의 Lower Station으로 가는 Tramway Rd가 나오지만, 우리는 그냥 직진하여 2.7마일을 더 간다. 어느덧 길 이름이 North Palm Canyon Dr로 바뀌어있다. Tahquitz Canyon Way가 나오면 우회전하여 0.2마일을 간다.

오른쪽으로 Museum Rd가 있다.

우회전한다. 주차장이 따로 없으니 노변의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운다. LA한인타운에서 약 111마일의거리이다.

<재미한인산악회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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