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Timber Mountain, 하얗게 보이는 정상부의 모습… 매우 신령스럽다

2016-09-16 (금) 재미한인산악회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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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ber Mountain, 하얗게 보이는 정상부의 모습… 매우 신령스럽다

Timber Mountain에서 본 Mt. Baldy .

우리가 살고 있는 LA지역은 서쪽의 태평양을 제외한 동남북의 3면 이산으로 둘러 싸여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가장 근접한 북쪽(Pasadena뒷쪽)의 San Gabriel 산맥만 하더라도 남한의 최고봉인 한라산(1,950m)보다 높은 봉우리가 14개가 되고, 한반도의 최고봉인 백두산(2,744m)보다 높은 봉우리도 6개가 될 정도로 고산들이 첩첩하다.

그러다보니 대개의 산행들이 ‘너무 호젓한 경우’가 많고, 가끔 다른 등산인들을 만나게 되면 반가운 마음이 앞서게 되어지니, 이 점이 한국의 사정과 크게 다르다고 하겠다.

LA지역의 산행이 한국과 많이 다른 상황이지만, 특별히 한국적인 분위기를 다소라도 맛볼 수 있는 곳이라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곳이 Claremont와 Upland 뒷쪽에 위치한 Mt. Baldy (공식명칭은 Mt. SanAntonio)의 동남쪽 주변 골짜기인 Icehouse Canyon이겠다.


이 곳은 흔히 우리 한국인 등산인들이 ‘정릉계곡’ 이라고 별칭하기도하는데, 우거진 숲그늘과 싱그러운 공기 그리고 맑고 시원한 물이 있어, 많은 분들이 다니면서, ‘봄눈 녹아 흐르는 옥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는 경지의 풍류를 즐기는 곳이다.

겨울에는 눈과 얼음의 골짜기가 되어져 환상적인 설국의 별천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런지 필자가 아는 어느 분들은 일년내내 거의 이곳만을 오르면서도 대단히 만족해 하신다.

여기에 한가지 더, 산을 오르고 내리는 가운데 제법 많은 등산객들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한국과 좀 더 유사한 풍정의 일단이라고 할까? 또한 이곳은 등산의 시작점의 고도가4,920’ (1,500m)로 한국으로 말하면 오대산 정상 (1,565m)에 버금가는 높이가 되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덥지가 않아, 요즘같이, 더운 계절엔, 특히 주말산행지로 적극 추천할만하다.

대개의 초심자들은 계곡을 따라나있는 등산로로 편도 3.6마일의 거리가 되는 Icehouse Saddle을 목표로 산행을 하는데, 산행이 조금 더 익숙한 분들은 이 Saddle에서 다시 3군데로 갈라지는 등산로를 따라 더 먼거리의 등산을 할 수 있는바, 오늘은 북쪽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0.9마일을 더 올라가는 Timber Mountain(8,303’)을 찾아가기로 한다.

왕복 9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는약 3,400’가 된다. 걸음이 빠르면 왕복 5~6시간, 아니면 7~8시간 내외가 걸릴 것이다.

<등산코스>
이 ‘얼음집 계곡’의 등산로는 계곡의 최상단이랄 수 있는 Icehouse Canyon Saddle(7,580’ )까지의 편도거리는 3.6마일이며, 순등반고도는 2,660’ 이다. 이곳에오른 후에 북쪽으로 거리 0.9마일에, 고도 740’를 더 올라가야 한다.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보통 난이도라고 하겠는데, 등산의 완전초보자에게는 다소 힘들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꼭 어디까지 올라가야 된다는 법은 없으므로 각자의 체력이 미치는곳까지, 숲에서 번져나오는 싱그러운 내음을 맡으며,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산 바위 나무 꽃 물구름 바람 등의 아름다움을 느껴가며, 한가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걸어오르면 될 일이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면, 도시생활에서 스며든 심신의 예탁이 씻어지는 증표일테니, 이 또한 기뻐할 일이 아닐것인가! 처음 1마일정도는 계곡을 흐르는물이 있어 이를 오른쪽에 두고 계곡의 왼쪽기슭을 따라 오르게 된다. 오리나무, 시카모어, 단풍나무, 삼나무, 향나무 등이 무성한 가운데 울퉁불퉁한 돌들 사이로 오르다 보면, 가끔씩 그 옛날에 지어졌을 산장들을 보게 되는데, 유럽인들이 이곳에 정착을 한 이래로 이 계곡은 이 곳 사람들에게 양질의 목재, 시원한 얼음,쾌적한 별장들, 아름다운 풍치와 설경, 맑고 차가운 계곡물 등을 무진장으로 ‘아낌없이 내어주는 자애로운 Mother Nature'의 모습 그대로 였던것이다. 적어도 1938년 3월1일 밤 9시 까지는 그랬다.

당시에 바로 이곳에는 105채나 되는 개인 소유산장들과 Lodge겸 광산등이 들어차 있었다고 하는데, 단 이틀 동안에 이곳 산간지역에 810mm에 달하는 폭우가 집중적으로 쏟아짐으로써, 일거에 70채의 별장을 비롯한 건축물들과 거의 모든 등산로들이 파괴되어졌고, 그 이후로는 일체의 건축행위가 금지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너무나도 무분별한 벌목과 채광, 또 개발이라는 명분의 목불인견의 난도질에, 마침내 대지의 여신이 인간들에 들이댄 교편이라는 회초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산림청을 앞세워 별장 지을 터의 임대분양을 적극 광고해대던 미 정부가, 대오각성하고 심기일전하여 이젠 이 지역을 Wilderness로 지정하고, 원래 있는 그대로의 자연으로 보존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아마도 ‘현빈의 문’인 우리의 여신이 이제는 회초리를 저만큼 밀쳐놓고 잔잔한 미소로 이곳을 굽어보고 계실 듯하다.

1마일을 가면, Cedar Glen을 거치며 1.8마일 더 길게 오르는 곁길이 왼쪽에 나오는데, 우리는 그냥 직진한다. 1.5마일쯤 위치에 들어서면 수백년을 자랐을 장군송들이 여기저기에서 우리를 상서로운 기운으로 감싸며 환영해 준다. 집채같은 바위들도 우리를 반긴다. Cucamonga Wilderness로 들어 섰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1.8마일 지점이다.

대개는 이 곳에서 숨을 고르고목도 축일겸 잠시 쉬어간다. 다시 기운을 내어 산을 오른다. 거친 돌들이움푹 패어진 물이 없는 마른내를 건너면, 곧이어 2마일 왔음을 알리는말뚝이 나온다.

2.4마일쯤엔 오른쪽 길 바로 아래에 땅속에서 그치지 않고 흘러나오는 약수터가 있다. 매발톱꽃 샘(Columbine Spring)이다. 이 약수터의 주변에 자생하는 식물의 이름이Columbine이다. 일년내내 맑고 차가운 물을 내어 준다. 갈증을 느끼는 우리 등산객은 물론이지만, 특히 인근의 동식물들에게는 기적의 생명수 그 자체일 것이다.

이젠 길이 왼쪽으로 꺾이며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Cedar Glen을 거쳐 올라오는 길이 왼쪽에서 합류한다. 이정표가 있다. 내려올때 여기서 실수로 직진하지 않도록 잘 기억해둔다. 우측길을 택해 올라간다.

밤나무와 같은 모양과 냄새의 꽃을 피우는 Chinquapin과 줄기가 빠알간 Manzanita가 우거진 사이로 좁게 나있는 길을 지나면, 이내 죽림칠현의 고결한 선비나 신선이 머무는곳이 아닌가 싶게 청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울창한 송림과 탁트인 평지가 나온다. Icehouse Canyon Saddle이다. 고도가 7,580’ (2,312m)로 한라산(1,950m)보다 훨씬 높은 곳이다.

쭉쭉 뻗은 싱그러운 낙락장송들이시원한 바람을 아낌없이 쏟아내어 흘린 땀을 닦아준다. 땀이 가시면 곧 추위를 느끼게 되므로 바람막이 옷이 꼭 필요하다. 주변에 서 있는 표지판에서 알 수 있듯이, 등산이 익숙한 사람들은 여기서 세갈래로 나뉘는 길을 따라 주변의 봉우리들을 향해 몇 마일씩을 더 올라가는 산행을 한다.

왼쪽으로 Three T's Trail 이라는 이정판이 있다. 이 길을 통해 Timber,Telegraph, Thunder 의 산들을 갈 수있기에 이들 이름의 머릿글자를 따서 부르는 호칭이다. 여기서 0.9마일의 거리가 되는 첫번째 봉우리 TimberMountain이 오늘 우리 산행의 목적지이다.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우거진 사이로 나있는 등산로는 완만한 오르막으로 Timber Mountain(8,303')의 서쪽 기슭을 몇 번의 Switchback 을 그리며 나아간다. 왼쪽으로는 Icehouse Canyon의숲이 싱그럽고, 뒤로는 OntarioRidge 의 웅장한 모습이 멋지다.

Timber Mountain 기슭을 돌아 능선에 오르면 정상이 0.25마일이라고 알리는 표지가 있다. Mt. Baldy, TelegraphPeak, Ontario Peak 등의 큰 봉우리들이 둘러있어 경치가 매우 감탄스럽다. 이제 여기서 오른쪽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정상으로 올라간다.

적당한 공터가 있어 휴식을 취하기가 편리한 정상에는 큰 소나무들이 멋진 숲을 이루고 있는데, 그 가운데 두드러지게 무성한 한 그루 소나무 앞에 “Timber Mountain, Elevation8303’”라고 새긴 표지판이 있다.

Timber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예전에 이 산에서 목재용 나무를 많이 베어낸 것일까, 아니면 이 부근에 좋은 나무가 많다는 의미였을까 궁금하다. 정상에서 보이는 경치가 뛰어난데, 특히 하얗게 보이는 Mt.Baldy(10,064’)정상부의 모습은 매우 신령스럽다.

주말이라면, 이곳까지 오르면서 아마도 50명 이상의 사람들을 만났을 것인데, 이는 이곳 Icehouse Canyon이 LA 의 산행지로는 이례적으로 매우 붐비는 코스에 속하기 때문이다.

올라온 길을 그대로 되짚어 하산한다.
Timber Mountain, 하얗게 보이는 정상부의 모습… 매우 신령스럽다

Timber Mountain으로 가는 길에 지 나는 Icehouse Canyon의 산장


Timber Mountain, 하얗게 보이는 정상부의 모습… 매우 신령스럽다

Timber Mountain으로 가는 길에 지 나는 Icehouse Saddle


<가는 길>
210번 Freeway상의 MountainAve에서 내려, 이 길을 따라 북쪽(산쪽)으로 향한다. 약 1.5마일을가면 길이 오른쪽으로 구부러졌다가 완만하게 왼쪽으로 둥글게 돌아가며 산줄기의 초입으로 들어가는데, 계속 왼쪽의 큰길을 따르다보면, Mt. Baldy Road를 만난다(Freeway로 부터 약 4마일 온 지점). 우회전하여 Mt. Baldy Road를 따라 올라간다. 약 4마일을 더 가면, 자그마한 시가지가 길 양쪽으로 형성되어 있는 지점에 닿는다.

Baldy Village이다. 왼쪽편에 있는Visitor Center를 찾아 들어가 주차하고(잘 구비된 화장실이 있다),사무실에 가서 Free Self -IssuedPermit을 받아 지닌 후, 다시 2마일을 더 올라간다. 길이 왼쪽으로 직각으로 꺾이는 곳에 이르면 Mt.Baldy Road를 버리고 직진한다.

Icehouse Canyon Road이다. 200m쯤 들어가면 길이 끝나며 왼쪽으로 큰 주차장시설이 있고 화장실도 있다. 북쪽으로 등산시작점이있다. Adventure Pass라는 주차허가증을 차안에 잘 걸어 놓는다.

<재미한인산악회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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