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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람된 생각

2016-09-13 (화) 조동혁 <내과·신장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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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람된 생각
최근에 내가 라스베가스에 알고 지내던 내과 의사선생님이 나를 찾아왔다.

너무 반가왔다. 나보다 두 살이 많은 선배라서 아주 친하게 지냈었다. 그분도 환자도 많고 바쁘게 지냈는데, 본 지 2년이 지난 요즘은 하루에 서너명만 보면서 환자를 줄여가고 있다고 했다. 아직 40대 중반도 넘기지 않은 나이인데 올 12월에 병원 문을 닫고 의사를 그만 둔다고 한다. 그동안 환자들에게 너무 마음의 상처를 받아서 더 이상은 의사를 못 하겠다고 했다.

그 일이 있은 며칠 후에는 LA에서 의대 교수를 하고 있는 나보다 네 살이 적은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지금 MBA 경영대학원을 다닌다고 한다. 그것이 끝나면 의대교수직을 탈퇴하고 의사를 그만 두겠다고 한다. 의료에서는 미래를 찾을 수가 없어서 완전 다른 분야로 떠난다고 한다.


나는 새벽 6시부터 병원에서 입원환자를 보고 8시부터 외래 병원진료를 한다. 저녁 8시에서 밤 10시 사이에 퇴근한다. 누구보다 더 바쁘게 살고 있다. 그런데 아침부터 병원에서 5달러의 코페이를 안 내겠다고 난동을 부리는 환자들을 보면 나의 진료값어치가 고작 5달러도 안 되는가 하는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

병원에 안 가겠다는 것을 겨우 설득해 보내며 병원 고위 간부에게 전화하여 빨리 봐달라고 사정해서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CT를 찍고 두 시간만에 응급수술까지 받아 죽음을 면한 환자가 있다. 그는 응급실에서 15분을 기다려서 죽을 뻔했는데 하느님이 도와줘서 살았다고 비아냥을 대는 말을 들었던 날이었다. 그런 하루를 지냈는데 그 선배 의사분이 오셔서 환자들한테서 마음의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서 더 이상은 의사를 못 하겠다고 말을 하는데, 나 또한 눈물이 핑돌며 굳이 의사를 계속 하라고 말을 못 하겠더라. 나도 그런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 마이클 잭슨과 라이오넬 리치가 제작한 ‘We are the world’ 노래를 다시 듣는다.

그리고 다시 내가 왜 의사가 됐는지 되새기게 되었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사업을 했고, 19세에 샌디에고 상공회의소 중소기업개발상을 주는 역사상 최연소 임원이되었고, 금전적으로는 대학교 1학년 때 지금 카이저의 내과의사가 버는 돈보다 더 많이 벌었다.

행운이었을까? 20세의 나이에 돈은 삶에 편리를 줄지는 몰라도 행복이나 보람을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업을 접고 의료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이식수술 연구실이 있는 대학교를 다니면서 일을 했고, 사업을 할 때처럼 열심히 했다. 새벽 4시에도 연구실에 가서 신장이식 실험을 했고, 그 덕분에 3년 후에는 한국의 의대에 미세수술연구소를 설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한국을 가게 되었다. 그 후 20년이 지난 지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보살펴주는 의사로서 하루하루 봉사할 수 있는 나의 위치에 서 있는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종종 남미나 아프리카로 가는 의료선교를 신문에서 본다. 난 아직까지 저 멀리 의료선교를 가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지금 당장 내가 사는 이곳에서도 내가 도와줘야 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다. 외람된 생각이지만 나의 병원을 찾는 환자들 한분 한분을 단순히 3분 진료가 아닌 나의 혼신을 바친 치료로 그분들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봉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또 다시 펼쳐지는 내일의 진료에도 나의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을 해본다.

(213)674-8282, www.iVitaMD.com

<조동혁 <내과·신장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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