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일이다. 65세 된 남자 환자가 처음으로 찾아왔다. 환자는 대단히 건강에 자신이 있었다. 혈압도 120/70으로 정상이었고, 당뇨병 등 지병이 전혀 없었다.
술은 별로 하지 않았는데 담배는 하루 한 갑씩 40년을 피웠다고 했다. 그러나 몸이 느끼는 나쁜 증세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가슴 통증이나 복통, 숨이 차는 것도 물론 없었다.
하루 30분씩 걷기나 조깅 등 운동을 꾸준히 한다고 했다. 그래서 별로 아픈 데는 없는데 이제 나이가 있으니 종합검진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일반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심전도를 추천했다.
모두 다 정상이었다. 환자는 그 외에 할 것은 없는가 물어보았다. 나는 한국 사람은 40세가 지나면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씩 위 내시경을 꼭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담배를 오래 피웠기 때문에 폐 X-ray와 복부 초음파를 꼭 찍어 보라고 했다. 환자는 폐 X-ray를 해야 하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담배 피우는 것과 복부 초음파 촬영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담배를 오래 피우면 복부 대동맥류가 생길 수 있으므로 미국내과협회에서 꼭 한 번은 찍어 보는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아는 간암, 췌장암, 신장암 등은 대부분 말기까지 증세가 없기 때문에 1년에 한 번씩 초음파를 찍어 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환자는 위 내시경에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동반된 위염이 나와서 항생제를 처방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복부 초음파에서 직경 5.5cm나 되는 대동맥류(Abdominal Aneurysm)가 발견되었다. 정상적인 대동맥류의 직경은 2.5cm내지 3cm이다.
환자는 “나는 하나도 배가 안 아픈데…” 하고 놀랐다.
대동맥 혈관의 어떤 부위가 약해지면 그 부위가 시간이 갈수록 이것이 방추형으로 약간씩 늘어나는데 그 사이즈는 점점 커진다. 이 풍선처럼 늘어난 부위를 ‘대동맥류’라고 부른다.
이것이 커지더라도 본인이 느끼는 증상은 거의 없다. 그러다가 이것이 갑자기 터지는 날에는 수분 내에 생명을 잃게 된다. 대동맥류는 대부분 복부에 생기고, 60세 이후의 남자에게서 생기는 것이 대부분이다.
원인은 동맥경화증으로서 위험 인자는 흡연, 고혈압, 당뇨병 등이다.
이 환자처럼 우연히 복부 초음파를 하다가 발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것이 갑자기 커질 때 복부 가운데 부위에서 깊은 통증이 느껴지고 등 쪽으로 통증이 뻗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이 때는 심각한 상태에 이른 것이고, 갑자기 터지면 극심한 복부 통증과 복부가 차오르면서 쇼크에 빠진다. 그래서 대동맥류가 5.5cm 이상인 경우는 증세가 없더라도 미리 수술을 해서 고쳐야 한다. 이 환자는 다행히도 미리 발견할 수 있어서 수술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 분 외에도 비슷한 케이스로 복부 대동맥류를 미리 찾아낸 케이스가 많다. 여러분 중 담배를 핀 경력이 있는 60세 넘는 남자분이라면 배가 아프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꼭 복부 초음파를 찍어보길 바란다.
문의 (213)480-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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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영 <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