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문화들에 걸쳐 보편적인 가치로 인정되는 관계 중 하나가 부모-자녀 사이의 관계이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 희생 혹은 책임감, 그리고 부모에 대한 자녀의 사랑, 애달픔 혹은 책임감 같은 감정과 가치들은 전 세계적으로 문화의 장벽을 넘어 인정되는 것들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가정 내에서 부모와 자식 간에 주고받는 상처는 많고, 크고 작은 이들 상처는 어쩌면 가장 흔한 형태의 갈등이자 폭력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에서는 20대 부부가 5세와 2세의 두 아이들을 식당에 버리고 간 사건이 언론에서 크게 보도되었다. 부모는 각각 24세와 22세로 알려졌고 사이가 나빴던 모양이다. 버려진 아이들 중 큰아이는 5세로 그 나이면 인지능력이 발달하여 적어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을 터이니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더 슬픈 것은 사람들의 반응이다. 워낙 험한 일이 많이 벌어지는 세상이라, 아이들을 신체적으로 훼손하지 않고 그렇게 식당에 두고 간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마저 있었다.
모두가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아니지만, 20~30대에 맞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부모가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를 사전에 심각하게 생각하고 부모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연애를 하고(혹은 선을 보고) 결혼을 하고 나면(혹은 결혼과는 무관하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현상(?) 정도로 여겨지고는 했다.
기사 속의 부모는 각각 20세와 18세에 첫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었을 것이고, 아마도 당시부모가 된 것은 적극적 선택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점차 사회에서 연애나 결혼도 필수가 아닌 선택(혹자는 특권이라고도 한다)이 되어가면서, 부모가 되는 일도 이제는 이전 세대처럼 멋모르고 받아들이는 운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제 임신과 육아는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따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자원이 필요한지를 미리 알아보는 보다 적극적인 선택과 행동의 문제가 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전 과정이 전적으로 개인의 문제이자 책임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사실 부모교육은 실제로 가장 큰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그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 많지 않다. 결혼 교육이나 부모 교육이나 소수의 종교 단체나 특정 가치관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부모가 되는 일은 깊은 자아 성찰은 물론 광범위한 교육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때가 된 것 같다.
보다 많은 기회와 자원이 사회적으로 제공되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개인에게만 다 맡겨서는 출산율에 변화를 꾀하기 어려울 것이다.
혹은 출산만 하면 뭐 하겠는가. 식당에 버려지는 상처 받은 아이들이 양산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아이들이 보편적인 가치조차 받아들이기 어려운 존재로 자랄까 두렵기 그지없다.
<
양지승/ 매릴랜드대 교육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