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군 복무기간은 인생의 작전타임”

2016-09-01 (목)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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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영주권자 박주원 교수

▶ 서른 나이에 자진 입대

“군 복무기간은 인생의 작전타임”
“명예, 권력, 돈, 시간, 기회 등 얻고 싶어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것들을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내려놓았다. 나 자신을 훈련병과 이등병 신분으로 낮췄다”

육군 2사단 17연대 소속 박주원(31•사진) 일병은 지난 봄 병무청에 보낸 수기에서 이렇게 썼다. 나이 서른한 살에 이제 겨우 이등병 계급장을 뗀 박 일병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박 일병은 뉴욕주 스키드모어 칼리지 철학 교수다.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어 군에 입대할 필요가 없지만, 삶의 의미를 찾아 군 복무를 자원했다.

병무청은 지난달 31일 박 일병과 같이 병역의무가 없음에도 자진해서 병역을 이행 중인 청년들의 사연을 담은 수기집 ‘대한사람 대한으로 2016’을 발간했다.


박 일병은 8세 때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케냐로 건너가 11년 동안 살았다. 피부색도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아 힘들었지만, 그는 운동화 바닥이 닳으면 타이어 조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덧댈 줄 아는 케냐 소년이 됐다.

어려운 형편에도 열심히 공부한 박 일병은 28세에 미국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스키드모어 칼리지 교수가 됐다. 미국에서 탄탄한 자리를 잡고 꿈을 펼칠 수 있게 된 그가 군 입대라는 선택을 내린 것은 대한민국 청년에게 군 복무가 소중한 경험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대학교수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이해해야 하는 직업이다. 군에서 여러 사람들을 사귀고,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참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군 생활을 통해 습득한 경험들은 전역 후 미국 대학교수로 돌아갔을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부대에서 동료들과 거친 운동을 하다가 아킬레스건 파열로 군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경험도 박 일병에게는 정신의 자양분이 됐다. 군 복무를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박 일병은 이렇게 말한다.

“군 복무 시간을 아깝게 생각하지 말고, 축구나 농구게임에 있는 ‘하프타임’ 또는 ‘작전타임’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군 입대 전까지 전반전을 열심히 살아 왔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의 후반전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작전을 세우자. 한 발자국 물러서서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자신의 가치관과 목표를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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