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독 청소년에 재활의 빛 “의사·검사도 나왔죠”

2016-08-25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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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선교회 창립 20주년, 9월17일 감사예배

▶ 마약·알콜·도박의 덫 빠진 3천~4천명 중 1,200명 극복

중독 청소년에 재활의 빛 “의사·검사도 나왔죠”

나눔선교회 대표 한영호 목사(맨 왼쪽)가 청년들과 대학을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평소에 내성적이던 사람이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도 하고, 우울한 상태로 게을러져서 방을 지저분하게 치우지 않는다. 폭식을 하며, 음악을 계속 듣고 하루 종일 방안에서 나오지를 않는다. 판단능력이 떨어지고, 기억력 감퇴, 눈이 계속 충혈 되거나 오한, 구토, 심장 박동수 상승, 무분별한 행동 등의 증세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발암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건강에 상당히 나쁜 영향을 미친다.‘

나눔선교회의 홈페이지에는 교회나 기독교 단체에서는 보기 드문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단체와 사역을 소개하는 순서가 이어지다 마지막에는 ‘마약’이라는 제목의 챕터가 나온다. 그리고 마리화나를 비롯해 사회에서 암암리에 거래되는 마약의 종류와 증상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돼 있다.

나눔선교회는 마약과 알콜, 도박 등 각종 중독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돌보고 치유하고 있다. 여러 단체들이 비슷한 사역을 벌이다 사라져 가는 와중에도 나눔선교회는 꿋꿋하게 20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눔선교회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오는 9월17일 오후 5시 충현선교교회에서 감사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하나님과 지금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자리입니다. 처음에는 어려움에 빠진 청소년을 돕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 되돌아보면 그들이 저를 도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제를 일으켜도, 다시 변화돼도 모두 감사할 뿐이에요.”

나눔선교회 대표 한영호 목사는 이제껏 나눔선교회를 거쳐 간 젊은이들이 3,000~4,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 가운데 나눔선교회의 지도를 따라 재활한 청년은 약 1,200명 정도라고 말했다. 한때 어둠의 유혹에 시달리다 나눔선교회를 통해 생명의 빛으로 돌아간 청년들은 의사, 변호사, 비즈니스맨 등으로 건강한 삶을 엮어가고 있고 그 중에는 검사가 된 이도 있다.

지금도 50여명의 남녀 청년이 나눔선교회에 머물며 중독의 사슬을 끊고 있다. 이 중에는 70%가 대학 졸업자이며 그래픽 디자이너, 스시맨, 셰프, 약사, 박사 등 각가지 직업을 가진 청년이 망라돼 있다. 아예 나눔선교회에 살면서 직장을 오가며 출퇴근을 자청한 사람들도 있다. 섣불리 선교회를 떠났다가 자칫 중독의 마력에 다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선교회에 오는 젊은이들은 100%가 교회를 다녔고 모태신앙이 대부분입니다. 결국 가정과 교회가 문제라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청소년 시절에 자신을 이끌어주고 자신이 닮아갈 멘토가 없습니다. 교회에도 없어요. 교회에서는 부모가 주인공이고 자녀는 ‘땜빵’이라는 걸 아이들도 다 알아요.”

‘무조건 교회만 가면 된다’는 부모의 그릇된 인식이 자녀를 신앙에서 멀어지게 만든다고 한 목사는 지적했다. 가정과 교회에서 신앙의 모범을 보여주지 못해 거의 모든 청소년이 대학에 진학하면 교회를 떠나고, 그러다 보니 마약과 알콜, 도박 등에 쉽게 빠져든다는 것이다.

“중독에 빠진 청년들은 거의 스포일 돼 있어요. 부모가 돈과 물질로 버릇을 다 망쳐 놓았죠. 인사도 제대로 할 줄 몰라요. 그리고 미국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니고 정체성이 없습니다. 인격이나 감정과 이성 등을 스스로 다루고 개발하는 훈련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아이들입니다.”

한 목사는 한인사회에서도 중독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우려했다. 예방은 이미 물 건너갔고 대응하기도 시급하다는 것이다. 오는 11월 주 의회가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을 통과할 가능성도 90% 이상이라고 예상했다. 마리화나 가게에서는 마리화나로 만든 사탕과 과자, 시리얼 등 수백 가지의 상품이 즐비하게 널려 있다고 한 목사는 전했다.


“교회 학교도 위험한 수준이에요. 아이들이 마리화나를 피어도 교회에 나가니까 어른들은 상상도 못하죠. ‘교회 가면 착한 아이’라는 착각을 버려야 합니다. 학점만 잘 받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줄로 알아요. 가정에서 부모부터 올바른 신앙을 갖고 바른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20주년 감사예배에서는 나눔선교회를 거쳐 간 선배들도 자리를 함께 하며 하나님의 승리를 증거 할 예정이다.

문의 (213)389-9912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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