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성결혼 집전 요청’ 장로교 목사에 가장 많아

2016-08-24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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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리교·루터교 등 메인라인이 복음주의 교단의 3배

▶ 한인교회는 대부분 구체적 대안이나 원칙 없는 상태

‘동성결혼 집전 요청’ 장로교 목사에 가장 많아

장로교 목사에게 동성결혼 집전 요청이 가장 많이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장로교(PCUSA) 총회 모습.

연방대법원이 지난해 동성 결혼을 합법화 시킨 이후 교회에서는 동성애 목회자 및 교인의 사역 허용과 결혼식 집전에 대한 갈등이 크게 증폭됐다. 한인교회는 대부분 아직 본격적으로 코앞에 닥친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에서 별다른 대안이나 본격적인 원칙을 세우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교회에 동성 결혼식 집전을 요구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또 교단에 따라 이와 같은 현상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동성애에 가장 관대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장로교나 감리교, 루터교 등 소위 메인라인(mainline) 교단의 경우 동성애를 적극 반대하는 침례교보다 동성 결혼 요청이 무려 수십 배까지 많은 실정이다.

크리스천 라이프웨이 리서치가 1,000명의 개신교 목사를 상대로 ‘동성결혼 집전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결과, 11%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10명 중 1명 이상의 목사가 동성결혼 집전을 놓고 수락과 거부의 결단을 내려야 했다는 의미다.


이런 현상은 교단에 따라 커다란 편중의 차이를 보였다. 평균치는 11%이지만 동성애에 대한 입장에 따라 어떤 교단에서는 수치가 크게 올라간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교단은 장로교/개혁주의 교단이었다. 장로교 목사는 26% 이상으로 집계돼 10명 3명 꼴로 동성결혼 요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루터교 교단이 19%를 기록했고 감리교가 9%로 세 번째를 차지했다. 또 그리스도의 교회/크리스천 처치 교단이 7%, 오순절 교단이 6%로 뒤를 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장로교, 감리교 등 메인라인 교단에 소속된 목사들이 18%로, 복음주의 교단 목사의 6%보다 동성결혼 요청을 3배나 더 많이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목회자의 나이와 학력에 따른 차이도 컸다. 55세 이상 목회자는 14%가 동성결혼 집전 요청을 받았지만 55세 미만에서는 수치가 7%로 떨어졌다. 또 석사 학위 소지자에서는 13%를 차지했지만 학사 학위 목사들은 6%만 여기에 해당됐다.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스캇 맥코넬 라이프웨이 사무국장은 “대부분의 동성 커플이 동성애를 지지하는 목사에게 결혼 집례를 요청하고 있다”면서 “나이 많은 장로교 목사가 가장 이런 경향에 부합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동성애 교인이 교회 사역에 참여하는 이슈에 대해서는 개신교 목사의 34%가 LGBT(동성애, 양성애, 성전환) 교인에게 사역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30%는 LGBT 교인도 아무 제한 없이 교회 사역에 동참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일부 사역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는 목사는 15%였다. 나머지 21%는 명확한 기준도 없고 현재 상황에 대한 파악도 불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음주의 교단 목사의 경우에는 LGBT 교인의 교회 사역 허용에 대한 반대 의견이 42%로 절반에 달했으며, 허용 입장은 18%에 그쳤다. 그러나 교단 별로는 장로교 목사의 무려 66%가 LGBT 교인의 사역 동참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또 감리교가 49%, 루터교가 42%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오순절 교단은 13%, 침례교 목사는 8%만이 LGBT 교인의 사역 참여를 허용한다고 밝혀 큰 차이를 보였다.

LGBT 교인의 사역 허용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오순절 교단 목사에서는 58%, 침례교 목사는 5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장로교의 경우는 14%, 감리교 목사는 5% 만이 LGBT 교인의 사역 동참을 반대하고 있었다.

LGBT 교인의 역할에 대해서는 전체 목사의 44%가 ‘지원과 보조 역할’에 국한하는 게 적당하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32%는 ‘공식적인 예배를 인도할 수 있다’고 답변했고 ‘성경공부 등 교육을 이끌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진 목사는 32%였으며, 교회에서 ‘지도자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응답한 목사는 33%를 기록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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