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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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뇨의 다양한 원인과 치료

2016-08-23 (화) 조동혁 <내과·신장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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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내과뿐만아니라 신장내과 전문의로 활동하면서 혈뇨가 나온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종종 그것에 대한 이해나 대처가 좀 부족한 것 같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가 어려웠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픈 통증이 있어야만 의사를 봤었다. 그러다보니 혈뇨가 나오면 비뇨기과를 찾는 풍습이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통증을 동반한 혈뇨는 성인병, 방광염, 그리고 신석, 즉 신장에 돌이 있을 때 통증과 혈뇨를 동반하기에 비뇨기과를 찾고 시술이나 수술로 돌을 빼게 된다. 환자입장에서는 통증이 문제고 통증을 해결해주는 의사가 명의이겠지만, 선진국에 살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통증없는 보이지 않는 혈뇨가 더 무서운 질병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혈뇨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환자가 눈으로 보기에도 피가 섞여 나오는 육안적 혈뇨와, 맨눈으로 보기에는 정상이지만 현미경으로만 보이는 미세혈뇨로 나뉜다. 소변색이 붉다고 모두 혈뇨는 아니므로 우선 병원을 찾아 혈뇨검사를 받고, 혈뇨로 확정이 되면 정확한 원인을 알아봐야한다.


우선 육안적 혈뇨의 원인으로 대표적인 것이 요로결석과 방광염, 또는 신우신염이 있다. 대부분 이런 경우 허리 뒷부분이나 옆구리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소변검사로 감염여부를 쉽게 알 수 있고, 초음파나 CT 촬영으로 요로결석을 판단할 수 있다. 방사선의 노출을 염려해 방사선이 없는 초음파검사가 먼저 실행해지게 된다.

미세혈뇨가 나오면 문제는 좀 더 복잡해진다. 먼저 사람들이 흔히 알고 가장 무서워하는 암의 가능성을 배제해야 한다. 한국인에서는 방광암의 발병률이 10만명당 8명으로 미국사람보다는 1/3정도다. 주로 남성에게 더 흔하지만 여성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도 신장암과 전립선암 등도 검사하게 된다. 특히 흡연의 경력여부와 화학약품 등의 복용 등이 암의 원인이 되므로 자신의 의사에게 이런 병력을 제시하여야 한다.

여기까지가 많은 사람들이 아는 혈뇨의 원인과 질병들이다. 하지만 이외에 신장과 생명에 더욱 연관성이 있는 질병들이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이 부분에 대한 검사를 안 해 나중에 신장의 기능이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진 후에야 신장내과를 찾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울 다름이다.

특히 20-30대에 혈뇨가 있다면 자가면역 질환에 대한 검사를 해야 한다. 세계에서 신장의 사구체신염으로 인한 혈뇨 중 가장 흔한 것이 IgA 신증이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이 병에 가장 많이 걸리는 인종이 일본사람과 한국사람이다. 이런 IgA 신증이 있을 경우는 대부분 미세혈뇨를 가지고 있지만 감기나 감염을 앓고 2주 후에 육안적 혈뇨가 나오는 경우가 속속 있다.

다른 자가면역질환으로 혈뇨를 동반하는 경우는 루프스, 류마티스관절염, 피부의 자반증을 동반할 수 있는 혈관염과 헤노흐쉔라인 자반증(Henoch-Schonlein Purpura) 등도 있는데 루프스의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인들만의 병이라고 생각을 했으나 오히려 백인들보다 한국인들이 3배 더 흔하다고 밝혀지면서 요즘 들어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병이다.

혈뇨가 관찰되는 다른 이유들로 매스컴에서 가끔 떠들썩하는 덜 익은 햄버거를 먹고 대장균 O157의 식중독 감염 후 사망을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때 환자에게 치사율이 높은 용혈성 요독 증후군(Hemolytic-Uremic Syndrome)도 혈뇨를 특이 증상으로 꼽는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혈뇨는 많은 질병으로 인해 야기될 수있다. 미세혈뇨가 나오는 경우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신장이 망가져 만성신부전을 야기하고 투석에까지 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요로결석과 방광암을 제외한 이런 모든 혈뇨의 원인 진단과 치료는 신장내과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혈뇨가 나온다고 들었다면 반드시 신장내과 전문의를 찾아 그 원인과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213)674-8282, www.iVitaMD.com

<조동혁 <내과·신장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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