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민족의 서정 담은 선율로 찬양 ‘감동무대’

2016-08-09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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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크마 합창단, 디즈니홀 ‘한국의 얼’ 공연

▶ 윤학원 코럴의 파격 퍼포먼스 갈채 받아

한민족의 서정 담은 선율로 찬양 ‘감동무대’

라크마 합창단과 브라스 앙상블이 ‘출애굽’을 연주하고 있다.

한민족의 서정 담은 선율로 찬양 ‘감동무대’

윤학원 코럴은 영화 장면을 재현하는 공연으로 갈채를 받았다.



‘오, 큰 신비여, 놀라운 성스러움이여. 짐승들도 구유에 누운 새로 나신 주를 바라보네. 복 되도다. 동정녀, 주 그리스도를 잉태하였네. 할렐루야.’

‘오, 위대한 신비여’(O Magnum Mysterium)의 선율이 음악당 안 구석구석으로 한국 전통의 감성을 가득 담은 채로 스며들었다. 지난 5일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에서는 ‘한국의 얼’이라는 주제로 라크마(LAKMA·이사장 최승호, 지휘 윤임상)의 정기공연이 열렸다.


다민족 전문 음악인으로 구성된 라크마 합창단과 한국의 대표적인 합창단으로 손꼽히는 윤학원 코럴 그리고 남가주 지역의 주류 음악가들로 조직된 라크마 브라스 앙상블이 이날 무대에 올랐다. 일반 클래식 콘서트였지만 공연에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작품들이 알알이 배어 있었다.

이날 라크마 콘서트에서 공연된 곡들은 모두 한인 작곡가들이 직접 작곡했다. 당연히 한민족의 서정이 듬뿍 서린 가락과 친근한 멜로디가 듣는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로스앤젤레스가 자랑하는 문화의 전당인 디즈니 콘서트홀을 가득 채운 1,500여명의 청중은 이 자리에서 혈육의 정체성과 더불어 영혼의 위로를 가득 받아 돌아갔다.

윤학원 코럴은 첫 무대에서 두루마기까지 차려 입은 한복 정장차림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오, 위대한 신비여’를 부를 때 음악의 중심이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달려가면서 테너와 소프라노가 대열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한국적 선율과 리듬으로 전환된 ‘알렐루야’가 콘서트홀 안에 퍼져 나갔다.

윤학원 코럴은 ‘합창은 단순하게 가만히 서서만 부르는 게 아니다’라는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 줬다. 그러면서 ‘대가(大家)는 쉽다’라는 진리를 다시 입증했다.

인간이 내는 여덟 가지 웃음소리를 유쾌하고 해학적인 합창으로 표현한 ‘팔소성’은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바로 직전 예수의 탄생을 기억하면서 팽팽하게 당겨졌던 장내의 긴장감이 한순간에 기쁨으로 모습을 바꿨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들이 아니라면 도저히 시도조차 할 수 없을 차원의 공연이었다.

한국 합창의 대부로 불리는 윤학원 교수는 이날 파격의 무대를 선보였다. ‘고 시네마’(Go, Cinema)라는 순서에서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진 열 곡목을 공연하면서 스스로를 전설적인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으로 극화했다. 높은 스승이 앞서 자신을 희화하자 그의 쟁쟁한 제자들이 모인 코럴도 주저 없이 퍼포먼스를 꾸몄다. 그러면서 영화의 장면을 재현하는 드라마틱한 합창 공연의 세계를 청중에게 선사했다.

월드미션대학교 윤임상 교수가 지휘한 라크마 브라스 앙상블과 합창단은 한인을 비롯해 백인, 히스패닉, 아시안 등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들은 한민족의 얼이 담긴 가락과 하나님을 찬양하는 음악에서 하나가 돼 녹아들었다. 새롭게 작곡된 ‘신 아리랑’과 ‘한국의 소리’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는 성경 구절을 담은 ‘출애굽’(Exodus) 연주에서 라크마는 영성과 음악의 진수라는 두 과제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또 구약 성경의 역대하 2장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계승’(Succession)을 통해 성경의 메시지를 현대 클래식 음악으로 표현해 새로운 감동을 전했다. 라크마와 윤학원 코랄, 두 합창단과 라크마 브라스 앙상블이 모두 무대에 모여 웅장하지만 섬세한 감성을 북돋았다. 선지자 엘리야에게서 제자 엘리사가 갑절의 영감을 받는 장면은 세대를 이어가는 신앙과 소망의 가치를 웅변했다.

이날 공연의 끝자락에서는 공연된 작품의 작곡가들을 알리는 순서가 마련됐다. 네 명의 여성과 한 명의 남성 작곡가들은 콘서트홀을 가득 메운 관객에게 소개됐고 한인 청중은 뿌듯한 소망을 선사 받았다. 또 공연 중간 한국 무용가인 이영남 씨가 전통 춤을 선보이는 장면도 매끄럽게 소화됐다.

최승호 이사장은 “코리안 아메리칸 백낙금 작곡가 작품인 ‘계승’을 한국의 윤학원 코랄과 LA 최고의 합창음악을 자랑하는 라크마 콰이어가 함께 불렀다는 의미가 크다”며 “세대 갈등, 동서양 문화의 차이, 한인과 타민족의 조화 등 소통의 가치를 조명하는 기회였다”고 이날 공연의 의미를 설명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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