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그린카드’로 오프브로드웨이 데뷔 앞둔 이리나씨
오프브로드웨이 데뷔를 앞둔 이리나 씨가 공연한 뮤지컬 신데렐라 무대의 한 장면.
“아시안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을 깨나가야죠.”
이리나(24)씨는 지난해 ‘애니씽 고즈’(Anything Goes)로 오프오프브로드웨이에 진출한데 이어 이번 여름에는 ‘그린카드’로 오프브로드웨이 데뷔를 앞둔 신인 뮤지컬 배우다.
8일 프리뷰 공연에 이어 12일부터 28일까지 세인트 클레멘츠 극장(St. Clements Theatre)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그린카드의 주인공 캐릭터인 한의 엄마 역으로 오프브로드웨이에 데뷔한다. 그린카드는 뉴욕을 배경으로 비자 기한이 만료된 한국인 유학생이 미국인 여성과 위장 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로 배우 김수로가 제작에 참여했다.
이씨는 “이전까지 맡은 역할과는 다르게 나이가 많은 역이라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준비 중”이라며 “특히 한인 배우와 스태프들과 함께 일하게 돼 마음 편하게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롱아일랜드 파이브 타운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지난해 졸업했다. 4년 전 도미해 평균 매달 20회씩 오디션에 도전하며 언어 장벽과 공연 무대에 존재하는 아시안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극복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성별, 인종별 한계에 부딪혀 역할을 맡지 못하거나 역할을 따내더라도 연출자가 아시안 여성배우가 맡는다는 점을 의식해 캐릭터의 섹슈얼한 면을 부각시키려 할 때 등이 가장 힘든 순간이라고 밝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역할이 뮤지컬 ‘더 정글북’(The Jungle Book)에서 뱀인 ‘카’(Kaa)를 연기했을 때라는 이씨는 “서툰 영어에도 캐릭터에 빠져서 진짜 뱀처럼 연기했었던 것 같다”며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들어도 눈빛이나 제스처에 집중하는 뱀 연기를 보며 영어는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디텍터가 공연 후 건넨 말이 큰 용기를 줘 아직도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아시안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지만 요즘 실력 있는 아시안 배우들이 백인 역할도 종종 하는 모습이 보여 기대가 크고 흥분된다”며 “할리우드에 진출해 아시안 여성의 한계를 벗어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고 이리나라는 이름만으로 유니크한 매력을 떠올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A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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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