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독교인 표심, 공화 후보 지지도 역대 최저

2016-08-03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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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대선 때 15%p 차이

▶ 최근 조사 4%p로 줄어

기독교인 표심, 공화 후보 지지도 역대 최저

기독교인의 트럼프 지지도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주류교회의 예배 모습. [The Institute For Worship Studies]

■ 트럼프-힐러리 지지율 격차 급속히 줄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기독교인들의 표심은 대체로 공화당 쪽으로 기울었다. 더구나 공화당의 텃밭인 남부 지역이 바이블 벨트로 불릴 만큼 기독교 교세가 강한 탓에 기독교인의 지지를 얻는데 역대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서 왔다. 또 종교적 색체가 강한 유권자일수록 공화당 후보애개 투표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입증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이와 같은 흐름에 찬물을 붓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트럼프 후보가 기독교인의 지지를 많이 상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가 정기적으로 교회 예배에 출석하는 기독교인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및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지지 격차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크리스티애너티 투데이(CT)가 지난 2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기독교인의 지지도는 트럼프가 49%, 클린턴 후보는 45%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실시한 조사에서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55%를 획득하고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40%를 얻는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를 보여준다. 양측 후보 사이의 지지도 격차가 15%포인트에서 4%포인트로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비록 공화당 후보 지지가 많기는 하지만 민주당 지지가 크게 증가한 사실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더구나 기독교인 중에서도 보수적인 복음주의자 78%가 트럼프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더욱 충격적인 결과다.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인의 트럼프 지지에도 불구하고 전체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지지가 크게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남부를 중심으로 하는 복음주의 교인들을 제외하고는 기독교인 대부분이 트럼프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퓨리서치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극적인 지지도 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기독교인 사이에서 지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신앙보다 성별이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매주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여성 유권자들 중에서 과반수인 51%가 클린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트럼프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6%에 불과했다. 트펌프 후보가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이후 과거 대선에서 공화당을 지지하던 기독교인 유권자의 표심이 이동하면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무려 22%포인트나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화당 후보를 반대하는 기독교인이 지난 대선보다 급증하고 있다. 가톨릭 신자의 경우 56%가 클린턴 지지를 밝혔으며 흑인 개신교인은 무려 89%가 클린턴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변했다.

퓨리서치는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테드 크루즈 후보를 지지하던 유권자 중 10%, 존 카이작 후보 지지자의 20%가 클린턴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지지 후보를 결정짓지 못하던 공화당 유권자의 15%도 클린턴 지지를 결단한 것으로 분석했다.

오히려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비중은 28%로 조사됐는데 이는 지난 2007년의 34%와 비교해 5%포인트가 줄어든 수치다. 또 복음주의 민주당원 가운데는 3분의1이 자신을 ‘보수적’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성향은 복음주의 민주당원의 46%가 낙태를 반대하고 있는 점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백인 복음주의자 유권자 층에서는 공화당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민주당 후보를 압도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는 지지도 차이가 29%포인트였지만 현재는 57%포인트로 두 배 가까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예배에 참석하는 백인 개신교인들이 트럼프 지지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퓨리서치 조사에서 이들 역시 ‘트럼프가 좋아서가 아니라, 클린턴이 싫어서 지지한다’는 사람이 대다수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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