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인3역’ 사모들 말 못하는 고민 보듬어요

2016-07-26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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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피스 패밀리사역원 개원

▶ 대화·갈등해결 교육과 재충전의 기회 제공

‘1인3역’ 사모들 말 못하는 고민 보듬어요

엘피스 사역에 참여한 김정혜 사모(왼쪽부터), 최숙희 사모, 신수산나 사모, 박운송 목사, 백은혜 사모, 이영성 목사.

# “대부분 사모님들은 삼중고를 겪어요. 교회에서 성도 섬기랴, 가정에서 목사님과 자녀들 돌 보랴, 그리고 직업 전선에 나가서 돈 벌랴, 정말 수퍼우먼 역할하기 일쑤입니다. 큰 교회에서 사모님 대접 받는 분이 몇이나 되겠어요.”

# “어떤 성도는 자기만의 틀을 정해 놓고 사모를 평가하기도 해요. 옷 색깔부터 말투, 심지어 가정 일까지 그 기준으로 비판합니다. 또 목사님의 일거수일투를 전부 직접 챙기려는 분도 계셔요. 사모가 할 틈을 허용하지 않는 거죠.”

# “어디에다 심정을 털어 놓을 데가 없어요. 사모는 친구에게도 말을 못해요. 목사님은 설교시간에 사모나 가족을 예화로 드는 경우도 있죠. 차마 다른 사람에 대해선 말 못하니까요. 이해는 하지만 섭섭하고 상처가 될 때가 있는 게 사실이에요.”


# “사모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도 문제가 되더군요. 전면에 나서지 않고 목사님이 일부 교인의 몰이해로부터 잘 보호해 줘도 나중에는 ‘공주같이 군다’는 소리를 들어요. 새벽부터 쌀 씻고 할 일을 다 해도 눈에 띄지 않으니까 오해하는 거죠.”

개신교 목회자와 사모는 가장 일차적인 동역자다. 더구나 목사의 신앙과 사역에 사모만큼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존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모를 위한 교육과 재충전의 기회는 아주 드물다. 최근 몇몇 단체와 교회가 사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사모에게는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엘피스 패밀리사역원(대표 박운송 목사)이 지난 24일 LA복음연합 감리교회(담임목사 이영성)에서 개원예배를 가졌다.

이제껏 교회와 사회단체 등에서 가정 및 여성 세미나와 상담 사역을 벌이던 박운송 목사가 아예 팔을 걷어붙치고 나섰다.

사역의 주요 대상은 목사, 전도사, 사모 등 여성 사역자와 교회의 평신도 여성 리더들이다.

부부와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각자의 인성을 파악 하고 이해를 넓히는 MBTI 세미나, 여성 지도자와 사모를 위한 리더십 코칭 세미나, 가족은 물론 교인과 정감 넘치는 교류를 위한 소통 세미나, 미혼 청춘에게 결혼생활을 준비 시켜주는 결혼 예배 학교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큐티, 성경통독, 일대일 제자 훈련과 더불어 영성편지를 보내고, 아침 묵상을 나누면서, 중보 기도를 이어가는 네트웍 사역도 병행한다.


“많은 사모님들이 정체성의 갈등을 겪습니다. 아무개 목사의 사모로만 존재하는 느낌인 거죠. 그러나 사모를 위한 교육이나 모임은 아주 드뭅니다. 대화하고 마음을 나눌 자리가 필요해요. 이런 혜택은 고스란히 교회와 성도에게 돌아갑니다. 정말 교회와 목회자를 소중하게 여기는 교인들은 적극 지원하지요.”

벌써부터 타주에서도 세미나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9월에는 미주리주 캔사스시티 교회에서 집회가 예정돼 있다.

박 목사는 “한인 1세는 부부 공부가 전무한 상태에서 결혼하고 자녀를 키워 왔다”며“ 대화의 기술도 부족하고 주먹구구식으로 가정을 이끌어 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자녀가 그대로 보고 배우면서 가정의 문제가 대를 이어간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소통을 배우고, 감사를 표현하고, 잘못은 인정하면서 하나님의 가정을 회복해야 한다고 박 목사는 강조했다.

“평신도는 물론 교회를 나가지 않는 분들도 언제든지 연락을 주세요. 교회나 가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털어놓고 의논할 수 있습니다. 교인 중에도 원색적인 부부 싸움을 벌이고 황혼 이혼도 늘고 있어요. 의외로 해결의 실마리는 간단할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먼저 나서서 문을 두드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문의 (213)700-9928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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